꿈꾸는 카메라, 꿈꾸는 아이들

곽윤섭 2012. 07. 30
조회수 8562 추천수 0

사진작가 고현주씨, 소년원 아이들과

4년 동안 함께한 기록. 앞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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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깃털의 여행    ⓒ혜원 (사진 크레딧에 나온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사진작가 고현주가 4년여에 걸쳐 소년원을 다니면서 아이들과 함께 진행했던 사진수업의 내용을 다룬 책 <꿈꾸는 카메라>(네잎클로버)가 나왔다. 저자 고현주씨는 세상의 외롭고, 괴로운 청소년들을 멘토링하는데 의미를 두고 사진과 영화, 글쓰기를 통한 교육을08.jpg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저자에게 <꿈꾸는 카메라>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쳐주는 사진 수업이면서, 카메라를 매개로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이다. 책은 4년 동안 고씨가 가르친 아이들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진집이며 가르치는 동안 고씨와 아이들의 대화를 담은 대화록이며 사진을 통해 변해가는 아이들의 마음과 말과 생각을 지켜본 저자의 관찰기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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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현주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 주변에 있는 청소년들은 사회가 말하는 ‘문제아’, ‘학교 부적응자’ 들이다. 근데 이상하다. 내가 만나 본 아이들은 문제아가 아니다. 뭐가 문제일까? 어른들은 왜 문제아라고 표현할까? <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나도, 아이들도 소통의 기술을 배우고 공감의 기쁨을 알아가고 있다. 인생은 책을 펴서 공부를 해야만 터득되고 알아지는 것이 아니잖은가. 이 친구들 사진을 보면서 미묘하게 뒤섞인 따뜻함이 축복처럼 가슴속으로 퍼져간다. 그런 따뜻함이 내 삶에 살포시 다가와 조용한 격려를 보낸다. 내 마음의 빨간약은 어쩌면 이 친구들의 사진일지 모른다”
 저자의 뜻은 명백하다. 최근에 들어 더욱 더 언론의 주요기사로 등장하는 학교폭력과 청소년 방황의 원인과 책임을 그 부모와 사회에 묻는다. 폭력 행위와 폭력 행위자에게만 초점을 맞춘 주류 언론과 사회, 학교 폭력의 책임을 가해 학생에게만 묻는 지금의 세상에 던지는 용기 어린 목소리이다. 저자에게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른들은 피해자의 말만 믿지, 가해자의 말은 들어보려고도 하지 않아요. 어떨 땐 억울하고 상처가 되어 일부러 더 하게 돼요” 사진 수업으로 마음을 연 아이들은 자신의 아픈 상처를 조금씩 드러내고 사진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털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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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도마뱀  ⓒ김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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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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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  ⓒ솔이

 아이들의 사진이 독특하고 창의적이었다. 전화인터뷰를 통해 저자인 고현주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사진을 가르쳤는가? 사진 교육과정에서 저자의 의견이 아이들 사진을 통해 드러났을 여지는 없는가? 전시를 하고 책을 만들 때는 여러 사진 중에서 일부를 골라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했을까?
 =사진의 메커니즘, 카메라의 작동법 정도는 충분히 이야기했다. 그 후엔 메뉴를 통해 카메라의 이런저런 기능을 아이들이 터득해나갔고 실험적인 사진을 시도하더라. 자꾸 찍어보더니 즐기게 되더라. 여러 기법 들 중에 본인들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전시회 준비 때도 대부분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쪽으로 반영했다. 나중엔 아이들이 더 참신한 방향을 제시하고 깔깔거리더라. 정말 나도 배운 것이 많다.
 
 그럴 줄 알고 물었지만 모든 의문이 다 해소되었다. 어른들은 이런 독창적인 사진을 시도하기 어렵다. 어른들은 사진을 찍고 고를 때 (아이들보다 더) 주변의 눈길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몇 사진들을 보니 고양이사진가 쿠퍼의 시각이 떠올랐다. 물론 고양이 쿠퍼가 목에 걸고 다니는 카메라는 기계적으로 정해진 간격마다 셔터가 자동으로 눌러지는 방식이니 셔터찬스를 고양이가 직접 결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시각만큼은 전적으로 고양이 쿠퍼의 것이다. 왜냐하면 현관문을 열어주면 쿠퍼가 돌아다니는 동선은 전적으로 쿠퍼가 “그날 가고 싶은 데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꿈꾸는 사진가>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아이들이 보고 싶고 찍고 싶은 것들이었다. 그러니 자유로운 시각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사진작가인 저자 고현주씨는 아이들에게 추가적인 길을 열어주고 싶어 한다. 사진을 더 배우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이들을 위해 학원이나 대학 사진과 수업을 듣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년원 사진 강사 일을 맡기고 싶어 한다. 현재 뭔가를 준비하고는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닌 모양이다. 뜻을 함께하는 후견인들이 더 늘어나면 고현주씨의 희망이 더 빨리 구체화될 것이다. 책에 실린 사진 몇 장을 소개한다. 나머지 사진은 어떤 것인지 궁금할 것 같아서 책 목차를 일부 소개한다. 과연 저 소제목에 들어있는 사진은 어떤 것이며 무슨 사연을 담고 있는지 상상해볼 것을 권한다. 달리 말하면 저 소제목으로 여러분들이 사진을 찍는다면 어떻게 찍을 것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스승이다.
 
 바라보기  / 내 마음이 보이나요?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 어! 보이네? / 꽃들의 왈츠 / 눈, 눈, 눈 / 새색시 같은 돌 / 빛을 더듬다 / 어떻게 마음이 매일 똑같을 수 있어요?  / 드러내기 / 오후 2시, 그녀의 꽃 / 오감 느끼기 그리고 찍기 / 매직Magic / 행복한 도마뱀 / 나가는 곳 / 느림보 마음

 

  

 사진가 고현주
 서귀포 태생.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 대학원에서 순수사진 전공. ‘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청소년들과 사진으로 소통하는 작업을 5년째 계속. 2002년 <재건축아파트>, 2006년 <기관의 경관>으로 두 번의 개인전. 현재 프레시안에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 디지털 사진전문잡지 VON에서 ‘사진, 음악에 눈뜨다’ 를 연재 중.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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