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눅들지 않는 묘한 리듬, 엇박자

곽윤섭 2012. 04. 13
조회수 10809 추천수 0

김승현 첫 개인전 <낯선 일상>

사람 속의 풍경, 풍경 속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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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첫 개인전이 4월 17일부터 4월 29일까지 종로구 통의동 <류가헌> 에서 열린다. 02-720-2010 

 

‘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면, 다시 말해 사진가라면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할까? 저마다 다른 기준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절대 흔들 수 없는 대원칙이 있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시선의 일관성이다. 시선이라고 하는 것은 사진가가 세상을 바라보고 프레임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다. 뭘 찍는가를 결정하는 일부터 따져보자.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대상이나 장소나 소재를 결정하였다면 그 다음엔 그 대상을 얼마만큼만 담아낼 것인가를 따져야 한다.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 발을 들여놓은 다음 좌우와 상하를 잘라내기로 마음먹었다면 이제 셔터를 언제 누를지 만 결정하면 된다. 이 과정을 거쳐 한 장의 사진이 탄생하는데 여기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니 전시를 하든 사진집을 내든 그 속에 든 사진들의 절반 이상은 시선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림보다 사진이 더 쉬울 거라는 생각을 많이들 한다. 겉으로 보면 명백히 맞는 말이다. 자동화된 기계를 들고 셔터를 누르면 어떻게든 찍힌다. 화소수가 높으니 찍고 나서 잘 잘라내기만 해도 깔끔한 구성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사진은 그림보다 더 쉽지 않다. 아마추어라도 그림을 그린다면 터치나 구성에서 특징을 보인다. 늘 그리는 방식은 뇌에 의존하고 손놀림에 의존하여 일관성이 유지된다. 사진은 터치의 과정이 없어서 딱하다. 부드럽게 셔터를 누르는 것과 박력 있게 셔터를 누르는 사진이 다를 리 없다. 연꽃 그림 10장을 그린다면 비슷한 톤을 유지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볼 때 한 명이 그린 그림들이란 것을 알아차리기가 쉽다. 의도적으로 다른 터치로 그리지 않는다면. 사진은 그게 어렵다.
 
 여기서 사진가로 불리기 위한 두 번째 기준이 등장한다. 그것은 다른 사진가와의 차별성이다. 이 기준을 충족시키려고 들면 사진은 그림보다 훨씬 더 어렵다. 비교도 못할 정도로 어렵다. 1839년 사진이 공표된 이후 회화는 정밀하게 그려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해방되었다. 사진이란 것을 통해 기계적인 그림의 복제가 가능해졌으므로 회화는 정밀성에서 경쟁이 되질 못했고 맘 놓고 다르게 그리기 시작했다. 고흐는 해바라기를 고흐답게 그릴 수 있었고 뭉크와 달리, 피카소도 자신만의 세계를 펼칠 수 있었다. 사진은 어떤가? 셔터를 눌러서 끝내는 사진으로 국한한다면 다른 사진가와 차별성을 가지는 것은 어렵기 그지없다. 사진가의 숫자가 얼마 되지 않던 시절에는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케르테츠와 앗제가 다르고 브레송과 로베르 드와노가 다를 수 있었다. 21세기의 사진가들은 어떤가? 카메라의 외형으로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분하는 것은 힘들다. 무엇보다도 사진을 찍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났고 사진이 쏟아지고 있다. 한두 장의 사진만 가지고 어느 특정인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김승현은 이번에 첫 개인전을 연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었으니 전시 횟수를 잣대로 삼을 수는 없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시선을 유지해왔는지의 여부다. 우연찮게 김승현의 옛 필름을 볼 기회가 있었다. 주제를 잡아 진지하게 작업한 것은 십 년이 넘었고 대학에서 사진(포토 저널리즘)을 가르친 것은 이십 년 전쯤이며 처음 사진과의 인연으로 말하자면 삼십 년도 더 되었다고 한다. 최소한 십 년 동안 10만 여 컷의 필름을 꾸준히  쌓아왔고 이번 첫 전시에선 그 일부만 공개되는 것이니 이번 전시 다음번을 벌써 기대하게 된다.
 
 위에서 말했던 두 가지 기준을 놓고 김승현의 사진을 이야기해보자. 도록으로 만나든 전시장에서 동선을 따라가든 채 10장을 보기 전에 공통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찍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 그것이 일관성이다. 김승현의 작품 대부분에서 뭔가에 가려져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사실 가려져 있지 않다고 해도 어차피 사람의 크기가 작아서 알아보기 힘들다.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는 것쯤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사진에서 사람만 보질 않고 풍경의 일부로 생각하고 다시 봤더니 가까이 다가가서 찍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먼 시선을 유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을 찍은 사진일까 아닐까” 질문을 고쳐보면 “사진에서 사람을 지우고 보면 사진의 느낌이 바뀔까” 그랬더니 큰 차이가 났다. 그렇다면 사람을 보고 찍은 사진이란 것인데 과연 김승현의 사진에서 사람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꼼꼼히 들여다봤다. 역시 대부분의 사진에서 풍경과 사람은 동류(同流)임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쇼핑센터배경엔 그에 어울리는 젊은 여성이, 놀이터에선 꼬마가, 고립된 창문 속엔 고립된 사람이, 삭막한 도시의 고층건물엔 위태롭게 줄을 타고 유리를 닦는 이가 매달려있었다. 장소를 보는 시각을 증폭시키기 위해 그 장소와 어울리는 인물이 가볍게 등장하는 것이다. 버스정류장의 간판과 버스를 기다리는 여성들 사진을 보라!
  두 번째 기준인 ‘다른 작가와의 차별성’ 면에서 따져보았다. 거리사진(street photography)의 장르에서 예로 들어 비교할 사진가는 수두룩하다. 필립 퍼키스의 ‘인간의 슬픔’은 쓸쓸함이 특징이다. 로버트 프랭크의 ‘미국인들’에 나오는 거리사진에선 목적을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인간 군상들이 특징적이다. 물론 로베르 드와노나 윌리 호니스의 파리 사진과는 많이 다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니다. 이 둘의 거리사진에서 사람은 관찰의 주 대상이며 거리는 보완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김승현의 사진은 풍경과 사람의 어울림이란 점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면서 둘이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과 둘이 서로 묻혀있어서 자칫 사람이 보이다가 말다가 한다는 점에서 특이성이 있다.
 
 사진가로 불리기 위한 세 번째 특성이 있다. 가장 어려운 대목이다. 한 문장의 질문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그래서 뭐 어쨌다는 것인가?” 
 일관된 시각으로 다른 사진가들과 다르게 찍었다. 자 그럼 그 사진으로 뭘 말하자는 것인가? 사진을 찍어서 뭘 보여주는 것인가? 거리에 묻혀있어, 거리의 일부로 보이기도 하고 가끔 거리와 엇박자를 보여주기도 하는 이 잔잔하면서도 주눅이 들지 않고 세상과 맞서나가는 묘한 리듬의 사진들을 통해 사진가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가장 어려운 대목이라고 했던 것은 사진가 혼자서의 힘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진의 완성은 사진의 해독에 있다. 사진가가 애써 고민하여 사진을 던져놓았으니 이를 읽고 소화하는 것은 관객과 독자의 도움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렇다고 막연하거나 무책임하게 던져만 놓은 것은 아니다. 이미 사진의 안과 밖에 힌트와 실마리가 심어져 있으니 호기심과 배려의 눈길로 따라가 주면 된다. 김승현의 사진엔 그런 장치가 친절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여러 번 관찰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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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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