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강의실 시즌2] 나서 죽기까지 아낌 없이 주는 베품의 ‘뿌리’

곽윤섭 2010. 04. 29
조회수 7395 추천수 0
<제10강> 나무를 찍어라
불이 인간 문명의 시작이라면 그 불쏘시개
그늘도 꽃도 선물하고 내 마음의 풍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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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사진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찍기 시작하는 소재는 무엇일까요? 그동안 생활사진가들과 인연을 맺어오면서 살펴보니 꽃과 풍경이었습니다. 두 가지의 공통점은 사람이 들어 있지 않아도 좋다는 것. 소심한 사진 초보에겐 사람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갑니다. 생활사진가들이 아무리 카메라를 들이대도 꽃과 풍경은 뭐라고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미덕이 있어서 마음 편히 찍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사람보다 먼저, 사람보다 더 오래
 
연령대와 완전히 일치하진 않지만 대체로 나이가 들수록 꽃과 풍경에 더 심취하는 편입니다. 사진을 막 시작한 10대와 20대 중에서도 꽃을 즐겨 찍는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사람에게 다가서기 어려워서 그렇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 실력이나 성격, 나이와 상관없이 자연을 테마로 잡아서 찍는 사진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자연이란 큰 카테고리 안에는 꽃 외에 물, 하늘, 구름, 숲 등 다양한 소재와 테마가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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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마는 나무입니다. 사진 초보와 마찬가지로 전문사진작가 중에서도 나무를 테마로 찍는 이들이 많습니다. 나무는 인간과 사회, 더 나아가 지구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산소를 공급하고 목재와 펄프의 원료가 된다는 실용적인 목적 외에도 정서적인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골 가는 길 동네 입구에서 볼 수 있었던 미루나무는 그 자체로 고향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큰 느티나무가 서 있기 마련이고 그 앞엔 평상이 놓여 있어 마을 어른들이 그늘을 즐기며 여름을 보냅니다. 사람들이 자르거나 태우지만 않으면 나무는 첨 자라난 그 자리를 지키며 세상을 관조합니다. 나무는 사람보다 오래 삽니다. 천년을 훌쩍 넘는 나무도 흔히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무를 키운다고 하기엔 인생은 너무나 짧다고 했던 어떤 농부의 말이 떠오릅니다.
 
 
배병우의 작품은 어쩌면 사진을 넘어 수묵 산수화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의 나무사진을 살펴볼까요? 우선 소나무 연작으로 유명한 배병우 작가의 작품을 들 수 있습니다. 배병우는 유년 시절부터 뒷산의 소나무에 심취했다고 합니다.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소나무는 수묵화, 산수화에서 보이는 소나무를 닮았다는 평이 많습니다.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소나무 숲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른 새벽이나 해질 무렵의 빛 혹은 안개 낀 날이나 비가 흩뿌리는 눅눅한 날을 이용했기 때문에 숲 속의 멀리 있는 나무는 흐릿하게 묘사되어있습니다. 그의 소나무 앞에선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이리저리 산책을 해보고 싶은 심정이 듭니다. 배병우의 사진은 이곳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http://art500.arko.or.kr/baebien-u/main.htm)

영국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케냐의 나무 사진도 적극 추천합니다. (http://www.michaelkenna.net/) 마이클 케냐는 나무만 주로 찍는 작가는 아니지만 그가 한국이나 일본 등에서 찍은 사진들 중엔 특히 나무를 소재로 한 것들이 볼 만합니다. 배병우의 사진처럼 흑백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동양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마이클 케냐가 찍은 나무사진 외의 작품들에서도 같은 느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선을 중시하여 도시든 자연이든 두껍지 않은 선들이 곳곳에서 등장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수묵으로 그린 산수화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그 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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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사진작가와 생활사진가들의 차이

 
유명작가와 생활사진가들의 작품이 뭐가 다른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생활사진가의 사진을 꾸준히 접하다 보니 과연 작가와 작가 아닌 사람의 차이가 뭔지 냉정하게 짚어보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작가들 못지 않은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특히 DSLR의 대중화에 힘입어 실력 있는 일반인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이름표를 가리고 사진만 비교한다면 가끔 가려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라고 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두 가지 정도의 차별성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작가는 앞서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진가가 개척해 놓은 세계를 똑같이 따라가는 것은 작가정신이 아닙니다. 소재든 테마든 기법이든 최소 어느 한 가지라도 새로움이 들어 있는 사진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진이 발명된 지 오래되었고 사진가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현 시점에선 갈수록 새로움을 찾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움을 찾아낸 작가의 작품은 더 빛나는 법입니다.
 
두 번째 차별성은 꾸준한 작업에서 드러납니다. 하나의 멋진 사진을 찍을 가능성은 작가가 아닌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사진의 우연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좋은 작품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힘이 있는지의 여부에 이르면 작가와 작가 아닌 사람의 차이가 보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작품을 양산해낼 순 없겠지만 테마를 정해두고 끊임없이 정진해나가는 것이 험하고 고단한 작가의 길입니다.
 
생활사진가들 중에서도 신선한 테마로 부지런한 작업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없지 않고 수준 있는 사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사진을 생업으로 삼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쫓기지 않으니 더 여유가 있을 것입니다. 사진을 편하게 즐길 수 있으니, 굳이 전업 작가가 될 필요 없는 생활사진가들의 삶이 더 풍요롭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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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그루 나무를 심은 사진가, 자연과의 공존 실천

 
‘테마-나무’에 대해 말하다가 불쑥 작가와 생활사진가의 작품 활동의 차이와 그 의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여러분들이 사진을 찍을 때 편하게 접근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작가나 생활사진가들이 모두 테마를 갖고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특히 생활사진가들은 멀리서 소재나 테마를 찾지 않아도 좋습니다.
 
동네에 있는 나무, 거리의 가로수, 학교 운동장의 작은 나무라도 모두 훌륭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한없이 베푸는 나무의 공덕을 생각하면 나무를 찍을 때 사람을 넣고 찍어도 좋을 것입니다. 나무 옆에 서있으면 모두 선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은 친근하고 믿음직한 나무의 속성 덕입니다.
 
‘테마-나무’와 관련해 한 명의 사진가를 더 소개해 드립니다. 카메라의 ‘카’도 모르던 경제학자였다가 사진에 뛰어들어 자타가 공인하는 현역 최고의 다큐멘터리저널리스트 세바스티앙 살가도입니다. 그는 나무사진으로 유명한 사진가가 아니며 그의 유명작들 중에서도 나무사진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는 나무를 심는 사진가입니다. 1940년대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나무를 베어버려 황폐해진 고국 브라질의 밀림을 되살리기 위해서 재단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1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마침내 숲을 가꾸어냈습니다. 인류와 자연의 공존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는 살가도는 사진 밖의 세상에서도 몸소 실천하는 행동가입니다. 그의 사진도 존경하지만 인생도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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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의  미션 ㅣ 나무를 찍어라
 
인간의 벗, 나무를 카메라에 담아봅시다. 아마도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의 컴퓨터 하드를 찾아보면 나무를 찍은 사진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이 글을 읽고 새로 찍어도 좋지만 ‘장롱 속 카메라’처럼 ‘하드 속 나무사진’을 찾아 올려주십시오. 나무의 특성을 찾는 것, 나무가 가장 멋지게 보이는 빛과 각도를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무의 인물(포트레이트)사진이 주는 메시지와 나무 옆의 사람 등 보조적인 요소가 들어 있는 사진의 메시지는 서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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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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