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강의실 시즌2] 희로애락이 묻어나는 또하나의 입

곽윤섭 2010. 04. 22
조회수 12322 추천수 0
<제9강> 손
손뼉, 손가락질, 종주먹, 손깍지, 손길…
어윗의 ‘Handbook’, 손 쓰임새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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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꼭 물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사진을 얼마나 하셨습니까?”  2~3년밖에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고등학교의 수학여행 때 카메라를 들고 다녔던 경험이 있었을 텐데도 그런 이력은 제외하고 말합니다. 그래서 꼬치꼬치 따져서 다시 알아보기 위해 기준을 정해줍니다. “개인용으로 카메라를 구입한 것이 언제가 처음이었습니까?” 이 경우에도 그다지 오래되었다는 이들이 없습니다.
 
 
‘사진 얼마 했나’고 물으면, SLR 갖춘 시점 기준으로…
 
나중에 가만히 물어보면 콤팩트(똑딱이)카메라는 논외로 치기 때문이었습니다. 필름이나 디지털의 구분없이 SLR 정도의 장비를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간주하고 있었습니다. 똑딱이나 DSLR이나 별 차이가 없다는 말씀을 해드려도 여전히 이런 태도를 고수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집엔 하프사이즈의 올림푸스카메라가 있었습니다. 지금 그 사진이나 필름은 남아있지 않지만 최초로 카메라를 잡은 것은 중학교 시절이 아닌가 합니다. 소풍이나 여행갈 때 들고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 이력은 맞지만 저도 거기까진 제 경력에 넣진 않습니다. 경력이 뭐 대단히 중요한 것은 아니죠.
 
대학교 1학년 때 보도사진부 활동을 했고 흑백으로 현상과 인화작업까지 직접 해봤으니 굳이 따지자면 그때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사진을 접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그때 찍은 사진이나 필름이 남아있지 않으니 사진기자로 입사한 1989년을 시점으로 잡는 것이 보편타당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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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 가지가 넘는 몸짓 언어 중 단연 으뜸

 
서론이 길었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사진과의 인연을 지금까지 이어 나오면서 수많은 사진과 사진가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진가들이 생기게 되었고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엘리엇 어윗도 그 중 한 명인데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프랑스의 사진가입니다. 
 
긴 세월 사진을 찍어온 어윗은 여러 가지 테마 작업을 해왔고 그 중 ‘Handbook’이란 사진집이 있습니다. 손을 소재로 한 사진들만 모은 것으로 줄잡아 50년 넘는 테마작업의 결과물입니다. 처음엔 단순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책을 열어보니 손의 쓰임새가 대단히 다양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고 한 장 한 장이 아주 재미있는 사진들이었습니다.
 
이번 테마는 손입니다. 그동안 지구상의 그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테마라는 것은 없습니다. 게다가 손을 찍은 사진가도 많이 있습니다. 다만 엘리엇 어윗은 손을 테마로 엮어 작품집을 냈다는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책 서문엔 손이 풍부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임을 알려줍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5천 가지가 넘는 몸짓(얼굴이나 다른 신체 부위의 몸짓도 있지만 대부분 손에 의해 이루어짐)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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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때 손이 신체의 어느 부위 근처에 있는지 보면…

 
손동작만 봐도 어떤 대화나 주장을 하려는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의 손이 신체의 어느 부위 근처에 있는지 주목해보면 재미있습니다. 책상 아래에 손을 숨기고 머뭇거릴 수도 있고 얼굴 주변까지 끌어올려 자신의 이야기에 적극 개입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취재현장에서 한동안 손을 유심히 바라봤더니 정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건을 드는 역할이 가장 자주 보였습니다. 가방, 우산, 신문, 휴대폰 등을 늘 손에 쥐고 다닙니다. 어떤 건물이나 방에 들어가고 나올 때도 꼭 문 손잡이에 손을 대고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손을 써서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컴퓨터 자판 위엔 손이 있고 가끔 습관적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거나 턱을 긁는 것도 손입니다. 밥을 먹을 땐 도구를 든 손이 입으로 향하고 음료수를 마실 때도 컵을 든  손이 움직입니다.
 
다른 사람과 만나면 손끼리 먼저 접촉을 합니다. 자주 보는 사이라면 고개를 잠깐 숙여 목례를 하지만 오래간만에 만나거나 처음 인사를 할 땐 악수를 합니다. 불교에선 합장을 하고 군인들은 경례를 합니다. 이슬람문화권에서는 뺨을 비비면서 손으로 등을 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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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도 헤어짐도 말보다 먼저 말을 건넨다

 
어느 나라든지 다소 먼길을 떠나고 떠나보낼 땐 손을 흔듭니다. 훈련소로 떠나는 입영열차를 배웅하는 사람들은 처음엔 창문을 보며 손을 흔들지만 이윽고 기차가 떠나가면 손은 눈가로 갑니다. 
 
동네 주부들로 이루어진 아마추어무용단에 대한 포토스토리를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10장 안팎의 서로 다른 사진으로 하나의 이야길 꾸려나가야 했는데 부채춤에서도 장구춤에서도  손이 중요했고 맨손이라 하더라도 춤사위에선 손동작이 아주 중요합니다. 무용단 전원이 등장하는 사진도 필요하지만 무용의 동작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클로즈업도 꼭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맵시 있는 손동작을 따로 잡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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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해보니 손은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규정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손자의 손이나 발을 쓰다듬어 주는 할머니의 손, 연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손, 친구의 등을 도닥거리는 손 등은 모두 친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손을 마주 잡고 거리를 걸어가는 행위는 불편한 관계에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많은 사람들 모여 같은 동작할 때도 가장 유용
 
많은 사람들이 모여 같은 동작을 진행할 때도 손이 가장 유용합니다. 삼일절과 광복절엔 기념식을 마치고 나면 모두 하늘로 손을 들면서 만세를 부릅니다. 수만, 수십만 명의 군중이 모여 뜻을 모아 구호를 외칠 때도 손은 강한 의지를 표현합니다. 만장일치로 회의를 끝내고 나면 서로 축하하는 의미로 손뼉을 칩니다. 멋진 슛을 성공시키고 나면 선수들은 하이파이브를 하며 칭찬하고 격려하고 동료애를 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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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에서 취재를 위해 많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서 겪어보니 가장 손을 잘 쓰는 이들은 정치인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연설, 회의, 토론장에서 그들은 적절하게 손을 구사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증폭시키고 있었습니다. 필요한 대목에서 강하게 주먹을 쥔다거나 손을 뻗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동작을 보고 있으니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현란한 지휘봉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 금주의  미션 ㅣ 손을 찍어라
 
대가를 따라하는 것은 아주 좋은 훈련입니다. 엘리엇 어윗이 미처 포착해내지 못한 다양하고 기발한 손을 찍어봅시다. 우리는 엘리엇 어윗이 사진을 찍었던 시공간과 전혀 다른 곳에서 살기 때문에 차별성 있는 손을 찍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손을 테마로 한다고 해서 프레임 안에 손만 포함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전신이 다 보이면서 손의 역할이 더 강조될 수 있을 것이고 손의 동작에 따라 머리, 얼굴, 허리, 다리 등과 함께 신체의 다른 일부분이 듀엣으로 등장해도 압축적인 사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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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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