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강의실 시즌2] 명랑·원만하며 희망적인 동그라미 두 개

곽윤섭 2010. 04. 09
조회수 7163 추천수 0
<제8강> 자전거
실용과 생활, 때론 여유와 낭만으로 느릿느릿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빠졌더라면 밋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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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로수가 양쪽으로 쭉 이어져 있는 길에서 할아버지가 꼬마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 페달을 느릿느릿 밟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은 위치는 자전거의 꼬리 쪽이어서 인물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앵글입니다. 하지만 꼬마가 사진가를 힐끗 바라다보는 순간에 셔터를 눌렀기 때문에 꼬마의 얼굴은 살짝 보입니다. 꼬마의 등 뒤엔 바게트가 달려있습니다. 매그넘의 최고령 사진가 엘리엇 어윗이 찍은 사진으로 수많은 그의 걸작들 중 사람들이 특히 사랑하는 사진 중의 하나입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등장했다는 점, 그리고 가로수길이 시원하면서 멋지다는 점만으로도 이 사진은 멋집니다만 가장 큰 매력은 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데서 풍겨져 나옵니다. 자전거는 빠른 교통수단이 아닙니다. 사람의 힘만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속도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는 여유로움이 흘러나옵니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도 자전거가 등장하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있습니다. 폴 뉴먼이 앞에 여주인공을 태우고 햇살이 쏟아지는 초원을 달립니다. 배경음악으로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가 들려옵니다. 밝고 건강하면서도 유머가 넘쳐나는 장면입니다. 여기선 두 배우의 연기와 표정이 주요소입니다만 역시 자전거가 아니었다면 이런 낭만적인 느낌이 전해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모터사이클이나 무개차였다면 전혀 다른 장면이 되었을 것이고 영화의 성격마저 달라졌을 것입니다.
 
숱하게 많은 사진과 영상 작품 속에 등장
 
Untitled-3 copy 3.jpg이번 테마는 자전거입니다. 에너지가 고갈된 미래사회에서 가장 이상적인 교통수단은 자전거가 될 것입니다. 사람의 힘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최고의 미덕입니다. 아직 지구상에 석유가 남아있고 원자력, 태양에너지 등의 대체연료가 있지만 자전거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퇴근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자전거전용 도로가 완비되어야 하고 언덕 구간을 해결할 보조수단이 사회적 기반시설로 마련되어야 하겠고 많은 회사에 샤워시설이 생긴다면 편안하고 쾌적한 자전거 출퇴근족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용적인 목적과 발상보다는 여유와 휴식의 이미지가 더 강한 것이 자전거입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엘리엇 어윗의 사진 속 자전거,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속의 자전거 외에도 숱하게 많은 사진과 영상 작품 속에 자전거가 등장합니다. 자전거 도시가 많은 유럽의 여러 나라와 더불어 우리나라에도 자전거를 편하게 탈 수 있도록 시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도시들이 여럿 있습니다. 경남 창원, 대전 같은 곳이 대표적입니다.
 
자전거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기우뚱거리면서 세발자전거를 타는 모습은 귀엽습니다. 한강의 자전거 길에서 긴 치마를 입고 목도리를 휘날리며 페달을 밟는 아가씨들은 매혹적입니다. 헬멧과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마스크뿐 아니라 제대로 복장까지 갖추고 줄을 지어 달려가는 중년의 남녀들은 활기차 보입니다. 올림픽공원에 가보면 앞에 달린 시장바구니에 강아지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 강아지의 표정은 자동차 옆좌석에 타고 앉아 열린 창문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강아지보다 훨씬 행복해 보입니다. 2000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도로를 달리는 아저씨들의 자전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무채색의 옷차림이 조금 이색적이란 점을 빼면 다른 어느 나라에서 보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패닝할 때 셔터속도의 정답은 ‘일단 찍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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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사진을 찍다 보면 의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패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움직이는 피사체와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카메라를 이동하면서 셔터를 누르는 것이 패닝기법의 전부입니다. 자전거가 빠르다 보니 카메라가 움직이는 동안 순간에 불과하지만 셔터가 열려있게 되고 그래서 배경이 흘러가는 것처럼 찍히게 됩니다. 느린 셔터속도로 정확히 자전거를 따라갈 수가 있으면 초점은 자전거에 맞게 되고 정확한 패닝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정확한 패닝이 반드시 좋은 사진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본인의 의도에 따라 일부러 흐리게 할 수도 있으며 그런 사진이 더 멋지게 보일 수도 있는 법입니다. 강의를 할 때 패닝을 실습해보면 잘 안 되는 분들이 꼭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패닝에 집착하지 말고 본인의 분위기를 즐기시라고 조언을 해드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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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찍을 때 또 다른 방식을 시도해볼 수도 있습니다. 셔터속도를 느리게 두는 것은 패닝 때와 같지만 이번엔 카메라를 고정하고 셔터를 누르는 것입니다. 자전거는 흐릿하게 나오겠지만 배경은 정지된 상태로 찍힐 것입니다. 이 경우 주 요소를 자전거로 할지 배경으로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역시 본인의 선택입니다. 흐릿하게 지나가지만 자전거를 주인공으로 삼을 수도 있으며 배경에 더 중점을 둘 수도 있습니다.
 
패닝과 느린 셔터기법을 이야기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자전거를 패닝할 때 셔터속도는 얼마에 둬야 합니까?” 난감한 문제입니다. 어떤 사진이론서를 보면 패닝 시 피사체의 종류에 따른 셔터속도를 제시해둔 경우도 있습니다만 좀 난센스라고 생각합니다. 사람, 자전거, 자동차라고 해서 속도가 일률적이지 않을뿐더러 촬영거리(카메라를 든 사람으로부터 피사체까지의 거리)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패닝의 셔터속도를 말하는 것은 잘못된 이야깁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렇게 답변해드립니다. “찍어보시면 알게 됩니다. 셔터 우선 모드로 두고 서너 가지 셔터속도로 찍어보면 바로 답을 알 수가 있습니다.” 자전거를 찍으면 초보자의 경우 셔터속도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는데 좋은 공부가 됩니다.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천국…전용 신호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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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테마로 삼으면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주변 어디에서든지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리, 공원, 광장 등에서 수시로 자전거를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론 자전거엔 동그란 바퀴가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사진 속에 무엇인가를 담을 땐 특이한 소재가 있으면 무조건 도움이 되는데 자전거의 바퀴는 모양 덕에 풍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동그라미는 명랑하고 원만하며 희망적입니다.
 
필자는 신문과 잡지의 취재목적으로 자전거를 집중적으로 찍은 적이 몇 차례 있습니다. 그중 특히 기억나는 것은 1996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당시만 해도 이미 암스테르담에선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이 28%에 달했습니다. 그야말로 자전거 천국이라 할 정도였습니다. 시내의 주요 장소엔 반드시 자전거 주차장이 있고 수백, 수천 대의 자전거들이 줄지어 서있었습니다. 전용도로에 세워진 자전거신호등은 신기한 볼거리였습니다. 초겨울의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젊은이들의 자전거가 시내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2년까지 자전거의 교통분담률을 5%대로 끌어올리겠다고 합니다.
 
 

◈ 금주의  미션 ㅣ 자전거를 찍어라
 
서있는 자전거, 넘어진 자전거도 의미가 있습니다. 자칫 심심한 사진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눈높이에 특히 신경을 써야 남다른 사진을 찍을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든다면 자전거 바퀴의 높이만큼 시선을 내려서 찍는 것을 말합니다. 앞과 뒤에서 본 자전거는 다릅니다. 사람과 자전거의 교감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개나리꽃을 배경으로 달리는 자전거는 상상만 해도 멋진 사진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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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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