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강의실 시즌2]꿈, 희망, 미래, 도전…, 위로 더 위로

곽윤섭 2010. 04. 02
조회수 4963 추천수 0
<제7강> 오름
에스컬레이트도 아파트도 풍선도 욕망도 쑥쑥
오르면 내려 오는 게 인생…눈 낮추면 더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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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이나 호텔 같은 건물의 외벽엔 바깥으로 창문이 노출된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직접 타고 위로 올라가 봤습니다. 건물 밖 풍경이 눈에 보이니 폐쇄된 엘리베이터보다는 시원했지만 울렁증도 생겼습니다. 제가 발을 딛고 있는 공간이 올라간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만 동시에 주변이 내려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진에서 빛과 그림자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듯 세상의 모든 것엔 양면성이 있습니다. 올라가는 것이 있으면 내려가는 것도 있습니다. 어쨌든 사람들은 올라가는 것을 선망합니다. 학생들은 성적이 오르길 바라고 집이 있는 어른들은 소유한 아파트값이 오르길 바랍니다. 직장인들은 연봉과 지위가 오르길 기대합니다. 물론 물가가 오르고 등록금이 오르고 세금이 오르는 것은 극구 싫어합니다.
 
처지나 신분을 단순화시켜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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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마는 올라가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올라가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하나씩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는 올라가기 위한 수단입니다. 지상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꼭 필요합니다. 멋있고 편안하게 올라가는지 아니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지의 차이가 있습니다.
 
4년 전 부평역에서 환경미화원들을 취재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아침저녁으로 물 양동이와 빗자루, 걸레, 쓰레기통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미화원들에겐 계단은 고행의 통로였습니다.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취재 취지에 걸맞은 사진을 찍어야 했고 가능한 한 험하고 어지러운 계단으로 표현되게 앵글을 잡으려고 했습니다. 반면 쇼핑백을 들고 백화점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에스컬레이터는 상류사회로 가는 지름길처럼 보였습니다.
 
물론 계단이든 에스컬레이터든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처지나 신분을 단순화시켜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그러나 사진은 모호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입니다. 사진이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을 알면서도 우리는 늘 오류를 저지르며 사진을 찍습니다. 찍는 시선에 따라 같은 사안이 크게 달라 보인다는 것이 사진의 특징이자 한계입니다. 과도하게 위험하게 보이게 한다거나 혹은 사치스럽게 표현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 사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기본정신입니다. 저는 생활사진가들이 취미로 사진을 찍을 때도 참고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그런 심각한 고민 없이 가볍게 앵글을 선택할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놀이터에 있는 많은 기구들은 올라가고 내려오는 것을 기본 원리로 삼고 있습니다. 정글짐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선 편하게 오르는 방법이 따로 없습니다. 만약 부잣집 아이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를 수 있게 만든 정글짐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놀이기구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교적 평등한 기구에 해당합니다.
 
그네를 타면 몸의 반동을 이용해 높이 올라가는 것이 자랑입니다. 치마를 휘날리며 하늘로 박차 오르는 춘향이는 매혹적입니다. 아이나 어른들이나 사람들은 모두 더 높은 곳으로 오르고 싶어합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면 높이 올라갈수록 짜릿한 하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높은 산에 오를수록 내려오는 길이 위험하지만 그 보람이 더 커집니다.
 
축구도 배구도 김연아도 더 높이 뛸수록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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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선 특히 높이가 중요합니다.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점프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확실히 더 높고 깔끔했습니다. 메달을 따면 시상대에 오릅니다. 덩크를 위해선 높이 뛸수록 유리합니다. 강하고 성공률이 높은 스파이크를 위해 배구선수들은 높이 높이 뛰어오릅니다. 장신의 스트라이커가 헤딩슛을 잘하는 것은 상식적입니다. 축구나 야구나 배구사진을 찍을 때 사진기자들은 땅바닥에 앉아서 찍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앵글이 낮을수록 선수들의 점프가 더 높아 보인다는 것도 상식입니다.
 
반드시 프로선수의 경기를 전문사진가들이 찍을 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줄넘기를 하는 동네 아이들을 찍을 때, 점심내기 족구를 하는 직장인들을 찍을 때도 바닥에 주저앉아 찍으면 더 높은 도약을 담아낼 수가 있습니다. 이 또한 앵글의 눈속임이 틀림없습니다만 이런 경우엔 시빗거리의 대상이 아닙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팁으로 통용되는 수준입니다.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이 열리면 높은 곳이 더 좋은 곳이란 것이 다시 한번 실감납니다. 금메달을 딴 선수는 가장 높이 올라가고 그 선수의 국기는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올림픽 주경기장의 가장 높은 곳에 성화대가 설치되고 대회기간 꺼지지 않고 선수와 관중들을 내려다봅니다. 올림픽 정신을 상징합니다.
 
‘아빠와 하는 몸놀이’란 기사를 위해 사진취재를 했습니다. 굳이 놀이동산에 가지 않더라도, 또한 특별한 기구가 없더라도 부지런한 아빠들은 얼마든지 아이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습니다. 양팔에 아들딸을 매달고 높은 곳을 구경시켜주는 튼튼하고 든든한 어떤 아빠의 도움으로 유쾌하고 흐뭇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아이들의 체중이 무거워지므로 아빠는 체력을 더 길러야합니다. 하지만 그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더 이상 아빠와 놀아주지 않으므로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짓다 만 아파트는 쓸쓸…오후 빛이 빗겨들 때 찍으면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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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하늘을 보며 희망을 떠올립니다. 사진을 찍을 때나 읽을 때나 모두 하늘은 꿈, 희망, 미래, 도전을 상징합니다. 연을 날리거나 종이비행기를 날려보내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비롯된 행위입니다. 가능한 한 높이 올라가길 희망하고 멀리멀리 날아가길 원합니다.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이 헬륨가스가 든 풍선을 들고 다닙니다. 곧잘 놓치곤 해서 심심찮게 풍선들이 하늘로 올라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안타까워서 소리를 지르지만 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럴 땐 희망이 날아가 버리는 기분이 듭니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은 여행을 충동질하는 사진입니다. 비행기의 이착륙장면을 테마로 찍는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이분은 해외여행을 좋아합니다. 비행선, 열기구가 떠오르는 장면에선 꿈과 이상의 실현을 그리게 됩니다. 대체로 높은 곳을 동경합니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건축기술이 발달해서 혹은 주변을 잘 둘러보지 못하고 살다 보니 어느날 버스정류장 옆의 공사장에서 갑자기 솟아오른 현장을 발견하곤 놀라기도 합니다. 참으로 빨리 건물이 올라갑니다. 반면에 업체의 도산으로 공사가 중단되어 오르다가 멈춰버린 아파트단지는 쓸쓸하고 허무하게 보입니다. 이런 사진을 찍을 땐 특히나 오후의 비스듬한 빛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한 장짜리 사진과 하나의 테마를 두고 찍은 여러 장 짜리 사진의 차이를 자주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한 장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려다 보니 찍는 것보다 후보정에 더 공을 들이게 됩니다. 포토스토리든 연작이든 테마로 엮은 여러 장의 작업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장에 비해) 훨씬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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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미션 ㅣ ‘올라가기‘를 찍어라
 
이번 테마는 올라가기 혹은 올라가는 것입니다. 위에서 예를 들지 못한 사례들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테마로 작업을 하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찍을 수 있습니다. 올라가는 대상을 찾아서 본인의 의미를 담아보십시오. 사진은 눈에 보이는 것을 찍는 일이지만 테마작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당신만의 해석을 찍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찍은 사진 올리러 가기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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