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과 섬세한 관찰력이 관건

곽윤섭 2010. 03. 11
조회수 7377 추천수 0
[1~4강 클리닉]
 
 
▣ 1강 길을 찍어라
그림자가 만드는 길, 그리고 인생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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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옥선님과 김옥희님의 사진을 선정합니다. 두 분 다 길의 중의적 의미를 사진에 잘 녹여냈습니다. 최옥선님의 경우 길의 양쪽에 연등이 걸려 길의 성격을 보여줌과 동시에 바닥에 늘어진 연등의 그림자가 행인을 뒤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길을 안내한다는 뜻도 되고 길을 걸어간 흔적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김옥희님의 C'est La Vie 도 만만치 않게 잘 찍은 사진입니다. 본인은 길에서 만난 흔하디흔한 풍경이라고 했지만 사진의 등장인물들이 길의 의미를 한껏 강화시켜준 경우입니다. 이쪽에서 등을 보인 채 길을 걷는 어르신은 숱하게 다양한 길을 걸어오신 분이며 저쪽에서 걸어오는 학생들은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지금은 길을 점령한 채(!) 왁자지껄 걷지만 어떤 길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사회의 길로 들어서면 어려운 길을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전깃줄이 늘어진 길이 그 느낌을 증폭시킵니다.
 
▣ 2강 벽을 찍어라
빛이 만든 무늬 놓치지 않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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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편에선 꽤 많은 분들이 사진을 올려주셨고 내용이 뛰어난 사진도 많았기 때문에 4장을 선정합니다. 우선 찰카기님의 사진이 있습니다. 평소 길냥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보고 있는 찰카기님은 피사체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습니다. 그냥 사진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양이와 거리의 사이엔 허물어져가는 벽이 있어 바람막이 구실을 해줍니다. 실제론 바람이 쑹쑹 들어오겠지만 최소한 사람들은 그 벽을 벽이라 인식하고 고양이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 하니 보호의 벽이 돼 줄 것입니다. 또한 도시의 난민인 고양이가 머물 수 있는 곳이 저런 곳 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벽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김옥희님의 사진은 단순한 벽의 조형미 때문에 선정한 경우입니다. 저는 미션에 올라온 사진을 고를 때 그냥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 사진은 벽에 걸린 도자기접시 3개 밖에 없었을 곳에 시간의 덕을 입어 빛과 그림자가 일시적인 무늬를 그려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어떤 시간에 특정한 공간은 아주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checky님은 세월 앞에 무너져 내리는 벽과 세월을 이기는 생명력을 보여준 사진을 올리셨습니다. 한 장에 모든 것을 담진 못했지만 두 장을 번갈아 보면서 생각이 깊은 작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양경수님은 벽앞에 한없이 작은 크기지만 파릇하게 싹을 틔운 생명을 찍었습니다. 애초에 저 벽은 없었을 것이고 풀이 무성하던 곳이었을 것입니다. 사람의 손길이 20년 정도만 닿지 않는다면 저 작은 풀이 담을 무너뜨리고 예전처럼 자연 상태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 3강-의자를 찍어라
의미확장한 할머니의 ‘손의자’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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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의 사진을 골랐습니다. 김용태님은 연속된 장면 두 장을 같이 보여주면서 의자를 재미있게 표현했습니다. 사람이 앉아있을 때와 자리를 비웠을 때 사진의 차이가 아주 크다는 것이 한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시퀀스포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금희님의 사진은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빈 의자와 댓돌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는 점을 읽었습니다. 의자와 의자처럼 생긴 대상은 원래 다른 목적이었지만 가끔 같은 용도로 쓰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두 곳 중에 어느 한곳이라도 사람이 앉아있었으면 좋았겠습니다.
 
최옥선님의 사진 ‘손의자’는 의자의 의미를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좋았습니다. 꼬마가 저렇게 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할머니의 팔 힘이 강해서만은 아닐 것이며 믿고 의지할 만한 사람의 존재감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일 것입니다
 
그 밖에 둘러보기님의 사진 ‘주객’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보는 시야가 좁다보니 이 사진이 어떤 의미가 들어있는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보충 설명을 듣고나니 조금 이해가 되었습니다. 저도 상상력을 더 키워야함을 실감했습니다. 
 
▣ 4강-고양이를 찍어라
도도한듯 다정한듯…사진마다 애정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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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고양이들이 다 예쁘게 생겼습니다. 그 중 특히 송택선님의 단추 같은 눈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약간 아래쪽 앵글이라 더 도도해보이고 카메라의 존재를 전혀 모르는 양 시선이 엇갈린 것도 이 고양이의 품위를 높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반달이아빠님의 고양이 사진은 특별했습니다. 나뭇가지사이에 올라앉아 사람과 이야길 나누는 장면이 다정다감하게 보입니다. 가지의 구성이 멋집니다. 인물의 배치와 각도도 멋집니다. 고양이 사진이 많았지만 이런 장면도 참 인상적입니다.
 
박희진님은 길에서 구조한 냥이를 집에 데려와 같이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편안하게 드러누워 있는 모습이 사람과 진배없습니다. 고양이사진을 찍은 모든 분들이 피사체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유독 고양이뿐만 아니라 다른 것을 찍을 때도 애정 혹은 관심이 필수적입니다. 미션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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