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하는 앙칼진 몸짓, 애정을 담아 다가간다

곽윤섭 2010. 03. 04
조회수 19230 추천수 0
<4강> 고양이
눈동자서 풍기는 ‘묘한’ 매력, 쉽게 안잡히는 애인같아 
골목, 자동차 밑… 마음 다친 길냥이들 누가 만져 줄까

 
 
Untitled-7 copy.jpg

어떤 테마를 정해놓고 사진을 찍기 위해선 그 테마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합니다. 연구는 촬영현장에서 바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사전조사가 순서상 먼저 입니다. 장소를 테마로 하는 경우 미리 인터넷이나 책자를 통해 검색을 해두고 계절이나 시간을 고려해둔다면 현장에서 효율적인 작업을 할 수가 있습니다. 테마연구와 더불어 또 한가지 필수적인 덕목이 필요한데 그것은 테마에 대한 애정입니다. 아무리 테마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고 현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사진 찍는 사람이 그 테마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수박 겉핥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테마는 다른 어떤 테마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애정이 요구됩니다.
 
마감시간 다가올수록 ‘초조‘, 평소엔 잘만 보이더니…
 
Untitled-6 copy.jpg이번 테마는 고양이입니다. 집에서 같이 사는 고양이, 길에서 사는 고양이가 모두 해당됩니다. 먼저 저의 개인 경험을 말씀드리고 싶어도 제가 뉴스의 현장에서 고양이를 찍을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개는 뉴스사진에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10년 전쯤 세종로 교육부 청사 앞에서 등록금 인상반대를 하는 대학생이 1인 시위를 하는 현장이었습니다. 그 대학생 옆에 개가 한 마리 있고 개 목에 “내 이름은 4백만 원”이란 몸 간판이 걸려있었습니다. 등록금 4백만 원이 누구 개 이름이냐는 풍자를 보여주기 위해 하숙집 주인의 견공을 등장시켜 주위의 시선을 끌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런 역할을 고양이가 대신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아마 그런 일을 맡을 고양이는 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다 5년 전쯤에 비둘기와 고양이에 대한 특집을 하면서 처음으로 고양이를 찍을 일이 생겼습니다. 취미로 뭔가를 찍는 것과 회사의 업무로 마감을 위해 찍는 것은 큰 차이가 납니다. 우선 취미로 찍을 땐 시간이 많고 따라서 마음에 여유가 있으니 급하지 않습니다. 그럴 땐 고양이가 눈에 잘 들어옵니다. 그러나 떡 하니 마감시간이 정해지자 갑자기 고양이들이 주변에서 모습을 감춰버리더군요. 실제로 고양이들이 신문사의 마감시간 같은 것을 알고 있을 리는 없을 것이고 모든 것은 사진 찍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이야길 드리는 것입니다. 어쨌든 집 근처의 골목에서 새벽 2시께 고양이를 찍었습니다. 쥐포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진 제가 고양이 사진으로 마감할 일이 없었지만 지나가다 고양이가 보이면 한 컷씩 눌러두곤 합니다. 찾아보면 도시의 이곳저곳엔 고양이가 많이도 돌아다닙니다.
 
Untitled-11 copy.jpg

고양이를 테마로 찍는 사진가들이 여럿 있습니다. 2008년 봄 홍대 앞에서 ‘묘한’ 사진전이 열린다고 해서 취재차 갔더니 수십 명의 고양이 애호가 겸 사진가들이 모여있었습니다. 디시인사이드의 동물갤러리 중 하나인 ‘야옹이 갤러리’에서 주최한 냥겔러들의 전시였습니다. 똑딱이로 찍은 사진부터 전문가의 손길과 빛이 보이는 작품들도 있었는데 하나같이 찍은 이의 애정이 담뿍 담겨있는 사진들이었습니다. 고양이는 자신을 스스로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사람이 자기를 키운다”는 개념이 희박합니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길 종합하면 모든 고양이가 다 그런 것은 아니어서 어떤 녀석들은 강아지 마냥 집에서 안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개에 비해서 자주성이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고양이사진을 보면 집에서 머무는 경우라도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 놀이를 즐기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누가 길냥이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Untitled-12 copy.jpg

2004년부터 고양이를 찍어왔고 그동안 몇 차례 전시회를 연 적이 있는 ‘찰카기’ 김하연(39)씨에게 고양이를 잘 찍는 법을 물었습니다. 그는 아낌없는 조언을 전해주었습니다.
 
“우선 자세와 시선을 낮춰야 합니다. 바닥에 엎드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야 경계를 풉니다. 사람이든 고양이든 가까이 다가가서 찍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때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점이 하나 있는데 셔터를 누를 때까지 눈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위협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연사로 찍는 것은 필수입니다. 고양이는 아주 빠르고 작기 때문에 하나씩 보면서 누르긴 힘듭니다. 연사를 위해선 감도를 높여서 셔터속도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상식입니다. 골목, 자동차 아래 같은 그늘진 곳에서 주로 머물고 있기 때문에 낮이라고 하더라도 감도를 800 정도까진 가져가야 합니다. 어두운 곳이니 P모드라면 반 스텝 부족으로 찍어야 고양이의 노출이 적절하게 나옵니다. 저는 요즘 Raw 파일로 찍습니다. 후작업이 편합니다.”

 
Untitled-13 copy.jpg

김하연씨는 봉천동에서 신문사 지국을 운영하는 분입니다. 새벽마다 신문을 배달하면서 봉천동 관할 구역 안의 고양이들을 돌보는데 매일같이 16마리에게 하루 세 번 고양이먹이를 준다고 합니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싫어하는 주민들과 가끔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는데 사료를 주면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게 되므로 오히려 동네가 더 깨끗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다만 발정기의 녀석들이 내는 소리는 제가 들어도 조금 거슬리긴 합니다. 하지만 인간만 지구의 주인이라고 할 순 없다는 점에서 길고양이에게 돌을 던질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주장에 찬성합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아끼는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잡아서 중성화시킨 뒤 원래 구역에 돌려보내는 방안을 차선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하연씨의 고양이 이야길 조금 더 들려드립니다.

 
“한번 친해진 녀석들은 눈이 마주쳐도 상관이 없습니다. 고양이를 잘 찍고 싶다면 사귀어야 하는데 당연히 뇌물이 필요하겠죠. 한 백일은 걸린다고 봐야 합니다. 봄이나 여름쯤엔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워지면 길냥이들은 주변의 동료들이 추위와 배고픔 등으로 인해 죽어나가는 일이 잦아지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힘들어하고 그 탓으로 사람들에게 마음을 잘 열지 않으려고 합니다.”
 
Untitled-10 copy.jpg

고양이전문 사진가에게 팬들도 열광

 
교도통신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는 송경석(47)씨도 많은 팬을 거느린 고양이전문 사진가입니다. 직업으로는 뉴스사진을 찍지만 집에선 20~30마리 정도 되는 페르시안 고양이와 아메리칸 컬 고양이를 찍습니다. 혈통과 족보가 있는 녀석들로 송씨는 부인과 함께 고양이 브리딩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집 고양이만 찍는다는 점에선 다르지만 고양이를 진심으로 아끼고 좋아한다는 점에선 다른 고양이사진가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만 송씨집의 고양이들은 운이 좋은 편입니다. 고양이 사진을 잘 찍는 비결을 묻자 셔터속도, 감도, 연사 등의 이야길했는데 김하연씨의 조언과 일치합니다. 다만 실내촬영을 위해선 천장 바운스 플래시를 권했습니다. 직접 눈에 플래시를 치는 일을 삼가야한다는 이야기인 동시에 고양이의 털에 입체감을 줄 수 있는 조명이란 뜻입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이 그 외에도 많은 고양이사진가들이 있습니다. 위에 등장한 분들을 포함해 몇 분의 사이트를 소개합니다. 귀여운 고양이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또한 코끝이 찡한 사연들이 숨어있습니다.
 
Untitled-9 copy.jpg
 
Untitled-8 copy.jpg

■ 디시인사이드 야옹이갤러리
http://gall.dcinside.com/list.php?id=cat
■ 김하연  http://ckfzkrl.egloos.com/
■ 송경석  http://www.catflower.com
■ 고경원 http://catstory.kr
■ 미카  http://mikaphoto.net/20099531659
■ 루씰 http://lucille.tistory.com/  
 
◎ 금주의 미션 ㅣ 고양이를 찍어라
고양이를 찍어서 사진을 올려주십시오. 집에서 지내는 반려고양이, 도시의 골목을 지키고 있는 길냥이등 우리 주변의 고양이를 사진에 담아봅시다.
 
고양이의 얼굴에도 표정이 있고 성격도 다양합니다. 고양이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재미있습니다. 위에서 조언을 준 전문가들의 이야기처럼 셔터속도를 빠르게 해서 연사로 촬영하면 유연하고도 우아한 고양이의 도약이나 점프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고양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인격이 있으니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촬영할 것을 부탁드립니다. 사진을 올릴 때 ‘테마-고양이’라고 표시해주십시오.

▶ <출사미션> 바로가기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강의실

[미션 강의실 시즌2] 세상 모든 것의 또 하나의 이름 ‘꼴’

  • 곽윤섭
  • | 2010.03.25

<제6강> 얼굴 사람도 동물도 차도 제각각…세월 따라 변모 잘 드러나지 않는 뒷태에 되레 ‘생얼’ 없을까 사람의 머릿부분에서 앞면을 얼굴이라고 ...

취재

양심 버리는 곳

  • 곽윤섭
  • | 2010.03.24

점심을 먹고 서부지원 뒷길을 걸어나오다가 담장에 꽃을 걸어둔 것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꺼내들었습니다. 꽃도 한 송이가 아니라 화환처럼 장식을 ...

강의실

[미션 강의실 시즌2] 들이거나 내치는 소통 여닫이로 ‘안-밖 두 얼굴’

  • 곽윤섭
  • | 2010.03.18

<제5강> 문 닫힌 문-열린 문, 나오거나 들어가는 장면 달라 문 넘어 문, 또 넘어 문, 문…, 생의 마지막 문은? 1990년대 중반에 이탈리아 로마에...

취재

대자연의 예술 ‘렌즈구름’ 순간포착, 마치 UFO

  • 곽윤섭
  • | 2010.03.12

기상사진공모전 기기묘묘한 찰나의 선물…상상력의 원천 ‘합성한 것 아니냐’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 ▲ 최우수상, 양필호 <하늘의 전령사>. 2010년 ...

강의실

애정과 섬세한 관찰력이 관건

  • 곽윤섭
  • | 2010.03.11

[1~4강 클리닉] ▣ 1강 길을 찍어라 그림자가 만드는 길, 그리고 인생의 길 최옥선님과 김옥희님의 사진을 선정합니다. 두 분 다 길의 중의적 ...

강의실

경계하는 앙칼진 몸짓, 애정을 담아 다가간다

  • 곽윤섭
  • | 2010.03.04

<4강> 고양이 눈동자서 풍기는 ‘묘한’ 매력, 쉽게 안잡히는 애인같아  골목, 자동차 밑… 마음 다친 길냥이들 누가 만져 줄까 어떤 테마를 정해...

취재

깐깐한 사진가들과 안동 갑시다

  • 곽윤섭
  • | 2010.03.03

하니포토워크숍 2기 18일부터 안동에서 열려 이갑철 신미식 임종진 등 강사진 ‘거물’ 한겨레가 주최하는 하니포토워크숍 2기가 오는 3월 18일부터 ...

강의실

[미션 강의실 시즌2] 장소·지위·마음 따라 일과 쉼이 머물고 떠나고

  • 곽윤섭
  • | 2010.02.26

<제3강> 의자 임자 따로 있기도 하고, 앉으면 주인이기도 하고 나무토막·깡통이면 어떻고 맨바닥이면 어떠한가 지난해 연말 아도비사에서 주최한 포토...

강의실

[미션 강의실 시즌] 끊고 막는 담은 필요 악일까 악의 필요일까

  • 곽윤섭
  • | 2010.02.18

<제1강> 벽 옛 돌담은 꼬불꼬불, 지금의 콘크리트는 일직선 우리 삶에 금 그은 모습, 또 그 안과 밖은 어떨까 영화 ‘거룩한 계보’를 보면 운동...

강의실

[미션 강의실 시즌2] 세월은 가도 풍경은 남아 삶이 흐른다

  • 곽윤섭
  • | 2010.02.11

<제1강> 길 가야할 길, 가지 말아야할 길, 가지 않은 길… 선 따라, 형태 따라 느적느적…정이 따라온다 지난해 11월 말에 사진강의실 시즌1을 끝...

강의실

사진강의 개설 안내

  • 곽윤섭
  • | 2010.02.09

다음주 토요일 2월 20일부터 새로운 강의를 시작합니다. 기존에 해왔던 사진클리닉 수업은 지난 1월 말에 17기를 졸업시켰고 잠시 휴지기를 가집니...

취재

사진의 주인은 '찍힌 사람들'

  • 곽윤섭
  • | 2010.02.03

주영욱 인도에서 찍은 사진을 되돌려주러가는 주영욱씨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주영욱(49·한국마크로밀코리아 대표)씨는 4일 인도 바라나시로 사진전을...

취재

낯선 땅에서 빛으로 쓴 시, 마음 찰칵

  • 곽윤섭
  • | 2010.01.29

사진전 연 시인 박노해 중동 분쟁지역 돌며 찍은 4만 컷 중 37장 전시 가까이 더 가까이, 아이들 울음소리까지 쟁쟁  1991년 3월12일 ‘노동의 ...

취재

‘버려졌기에’ 아름다운 대륙 눈앞에서 영화로…

  • 곽윤섭
  • | 2010.01.18

‘다큐멘터리 사진 전설’ 살가도의 아프리카전 리뷰 2012년 전시 ‘살아남은 자연’ 제네시스 미리 맛봐 대형 프린트 100장엔 ‘사회 문제’ 섬세하...

사진책

윤미네 집-복간

  • 곽윤섭
  • | 2010.01.07

<윤미네 집>구매하러가기 복간된 '윤미네 집' 전몽각선생의 사진집 '윤미네 집'이 20년 만에 복간됐다. 지난 1990년 전몽각씨의 동명사진전 '윤미네...

전시회

박노해 첫 사진전 ‘라 광야’전

  • 곽윤섭
  • | 2010.01.06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의 첨예한 분쟁 현장에서, 인류 문명의 시원지 알자지라와 쿠르디스탄에서, 카메라를 든 ‘사진가 박노해’를 만납니...

전시회

세바스티앙 살가도 ‘아프리카’전

  • 곽윤섭
  • | 2010.01.06

▲ 루에나시 교외의 학교. 학생 각자가 의자 대용의 물건을 가지고 온다. 앙골라, 1997.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세바스티앙 살가도...

취재

제사상에 김치? 아차! 족집게 편집자에 ‘꾸벅’

  • 곽윤섭
  • | 2010.01.05

한겨레 섹션 ‘건강 2.0’ 사진취재 후기 (3) 부랴부랴 후보정…자칫 ‘대형사고’ 터질뻔 같은 값이면 맛있게, 예쁜 그릇 빌려 ‘찰칵’ 9월1일치엔...

취재

내 이름은 이혜수, 한국사람입니다

  • 곽윤섭
  • | 2009.12.31

이 사진과 글은 사진가 이기태씨의 작품입니다. 아래쪽에 이기태씨에 대한 소개글이 있습니다. [포토스토리] ‘과거 자신’ 돕는 이혜수씨 베트남...

취재

모유 먹이는 엄마 찍으러 갔다가 ‘대략 난감’

  • 곽윤섭
  • | 2009.12.18

한겨레 섹션 ‘건강 2.0’ 사진취재 후기 민망함도 잠시, 4명의 엄마와 아기 절묘한 포즈 손 사진, 그래픽으로 어수선 ‘편집 위해서라면…’ 8월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