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강의실 시즌2] 세월은 가도 풍경은 남아 삶이 흐른다

곽윤섭 2010. 02. 11
조회수 6312 추천수 0
<제1강> 길
가야할 길, 가지 말아야할  길, 가지 않은 길…
선 따라, 형태 따라 느적느적…정이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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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말에 사진강의실 시즌1을 끝내고 두 달 정도 휴식 및 준비기간을 가졌습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사진집도 꺼내서 다시 읽어보고 전시장 구경도 다녔습니다. 해가 바뀌면서 반가운 소식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20년 전에 초판 1000권이 나온 뒤 어느샌가 절판이 되어버리고 헌책방에서도 자취를 감춰버린 사진집 <윤미네 집>이 복간되었다는 뉴스였습니다.
 
<윤미네 집>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경부고속도로 건설에도 참여했으며 성균관대 부총장까지 역임한 고 전몽각 선생이 자신의 큰딸 윤미씨가 태어난 순간부터 시집가는 날까지 26년을 기록한 가족사진집입니다. 한 장 한 장을 뜯어보면 뭐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는 사진들입니다. 말 그대로 그냥 집 안팎에서 찍은 가족사진입니다. 가족이란 테마가 있고, 그 테마 아래 여러 장을 묶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기 때문에 가치가 빛을 발한 경우입니다.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테마로 ‘시즌2’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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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의실 시즌2를 시작합니다. DSLR 시대, 사진 찍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사진이 흔한 세상입니다. 그럴수록 사진에서 테마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시즌2에선 테마에 대한 개념 파악에서 벗어나 바로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테마를 제시합니다. 여러분들이 개인적으로 전시회를 준비하거나 사진집을 만들 수도 있는 제목이며 소재들입니다.
 
멀리 산이 보이고 사진의 아래쪽엔 사람이 산을 바라보고 서 있습니다. 등산복을 입었습니다. 이제 이 사람은 저 산을 향해 걸어갈 참인 것 같습니다. 저 길을 따라가면 산 속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산길에서 무엇을 만나고 무엇을 하게 될지 (사진만 봐선)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나무가 있고 꽃이 피어있을 것입니다. 산새가 울고 풀벌레 소리가 들릴 수도 있습니다. 다른 등산객과 만나 가볍게 인사라도 할지 모르고, 약수터가 있다면 목을 축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과연 저 길은 어떤 길이 될까요?
 
길은 눈에 보입니다. 이번엔 눈에 보이는 테마 ‘길’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사람이나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먼저 떠오릅니다. 집을 나와 거리로 나서면 골목길이 있습니다. 골목길엔 아이들이 뛰어놀고 강아지도 한 마리쯤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따금 자전거나 통닭, 피자 같은 것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지나갑니다. 예전엔 골목길에 다니는 장사꾼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통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어떤 인물, 어떤 구성요소가 등장하느냐에 따라 느낌 크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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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찍은 사진에 어떤 인물, 어떤 구성요소가 등장하느냐에 따라 길의 느낌은 크게 달라집니다. 골목길 이야기를 하자면 절대 빼놓고 넘어갈 수 없는 사진가 김기찬(1938~2005)의 말을 옮겨보겠습니다.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며 사진이 될 만한 그럴싸한 것만 골라 찍을 게 아니라  한가지 주제를 정해놓고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서울역 염천교 주변의 행상들이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이들의 생활주거지인 골목으로 따라 들어간 것이다. 지금까지도 이 골목에 집착하는 까닭은 골목 안 사람들의 훈훈한 인정 속에 나도 골목사람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비록 생활은 가난하지만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이 골목 안 사람들이다. 작은 일이건 큰 일이건 서로 돕고, 또 내가 조금 밑져도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특히 중림동의 골목은 나의 고향 같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청자다방부터 시작해서 미용실, 쌀가게 정현이네, 서로 다정하게 마주보고 있는 고려이발관과 경남이발관, 모두가 정겨운 골목, 정겨운 식구들이다. 골목은 꼬불꼬불 겨우 손수레 한 대쯤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1999 김기찬 사진집 제5권 <골목 안 풍경>-눈빛 출판사, ‘작가의 말’ 중에서)
 
김기찬은 1960년대 후반부터 중림동을 비롯해 공덕동, 도화동, 사근동, 행촌동 등 서울의 골목을 일생의 테마로 삼은 작가입니다. 그는 ‘골목 안 풍경’을 주제로 6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6권의 사진집을 출판했습니다.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골목엔 늘 아이들이나 어른들, 혹은 강아지가 등장합니다. ‘작가의 말’에서 보이듯 골목길은 삶의 터전 그 자체였습니다. 많은 생활사진가들이 지금도 골목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서울의 이화동, 삼청동, 부암동 등이 유명한 편이며, 부산의 영선동도 매력적인 골목풍경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유명 출사지를 소개한 책이나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면 더 많은 골목의 이름을 찾을 수 있습니다만 대도시가 아닌 곳엔 어디든지 아직도 골목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세월이 지나가면서 골목의 풍경도 급속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꼬불꼬불 S자, 완만한 반원형, 인터체인지 등 선의 맛 뛰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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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파트엔 골목길이 없습니다. 단지 안에 상가와 광장, 놀이터 등이 있고 단지를 벗어나면 바로 자동차가 다니는 대로가 나옵니다. 도로는 주로 자동차를 위한 길입니다. 사진을 찍을 순 있지만 차들이 빨리 다니고 복잡하며 무거운 느낌이 납니다. 1년에 한 번 ‘차 없는 날’엔 넓은 찻길에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예쁘게 나올만한 길들을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한강 주변에 멋진 산책로가 많이 있습니다. 서울의 선유도공원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무지개다리는 낮이나 밤이 모두 아름다운 곳입니다. 선유도공원 안에 있는 미류나무길도 좋고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옆에 있는 하늘공원길도 특색있는 곳입니다. 담양의 메타세쿼이어 가로수길은 첫눈에도 이국적입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게 꾸며져 있습니다. 자동차가 다니는 청주 가로수길도 빼놓을 수 없는 멋진 곳입니다.
 
“청주의 관문인 진입로 가로수길은 경부고속도로 청주 인터체인지에서 가경천 죽천교까지 6km에 걸쳐 1948년에 식재된 1527그루의 플라타너스가 마치 터널을 이루듯 장관을 연출하고 있어 전국의 진입로 중 가장 아름답고 운치 있는 곳이다. 영화 ‘만추’와 텔레비전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한 이곳은 잘 포장된 4차선 도로 양쪽으로 싱그럽게 어우러진 가로수길을 이루어 춘하추동 4계절마다 특색있는 모습으로 청주를 찾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현재 4차선인 가로수 길을 8차선으로 확장할 계획이며, 쌍둥이 가로수길로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청주시 홈페이지 http://www.cjcity.net/ 참고)
 
그 외에도 길은 곳곳에 있습니다. 특히 선과 형태를 염두에 두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길이 있습니다. 꼬불꼬불한 S자형의 길, 완만하게 원을 그리는 반원형 길, 도로가 만나고 갈라지는 자동차의 인터체인지 등은 모두 선의 맛이 뛰어난 길입니다.
 
 
◈ 금주의 미션 ㅣ 길을 찍어라
 
길을 찍은 사진을 올려주십시오. 반드시 전국적으로 유명한 길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길을 찾아보십시오. 길은 무엇인가 지나다니는 공간입니다. 사람에겐 사람의 길이 있고 개와 고양이들에겐 그들만의 길이 있습니다. 길을 테마로 사진작업을 해보면 다양한 길과 마주칠 것입니다. 조금 더 고민을 해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길을 찍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길을 걷고 있습니까. 그 길은 탄탄대로입니까 아니면 가시밭길입니까?
 
(사진을 올릴 때 ‘테마-길’이라고 표시해주십시오) 
▶ 출사미션 바로가기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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