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말벌도 약에 쓴다
함께 일하는 사람이 일하다 왕탱이(말벌)를 잡았다. 술을 사오더니 부서진 집 부스러기들과 애벌레도 함께 담아 바로 담금주를 만들었다. 나는 이 술의 미래가 궁금했다. 누구에게 얼마에 팔릴 것인지, 산 사람은 잘 마시고 판 사람의 주장처럼 정말 약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인지 등.
가붕현 작가는
“눈에 보이는 걸 종이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이 하도 신기해서 찍던 시기가 있었고, 멋있고 재미있는 사진에 몰두하던
시기도 있었고, 누군가 댓글이라도 달아주고 듣기 좋은 평을 해주면 그 평에 맞는 사진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미국 사진가 위지(Weegee, 1899~1968)의 사진들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노출되지 않는 인간의 본성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사진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반복 되는 일상생활 속에 나와 우리의 참모습이 있다는 걸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래 촬영하다보면 알게 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고 카메라를 들고 다닙니다. 제가 알게 될 그 참모습이 무언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