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푸른 새벽
제주 환상 자전거길
해안선을 따라 타원형을 그리며
용두암에서 용두암까지 234km
길은 업힐 다운힐
비는 오락가락
날씨는 흐렸다가 개었다가
살면서 그렇지 않은 적 있었던가….
자전거 종주 마지막 날 성산 바닷가 모텔
곤하게 잠속에 빠져들었다가
새벽에 어디서 깊은 한숨소리 신음소리.
잠 덜 깬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니
희붐한 어둠 속에서 나이 지긋한 해녀들
물질하며 내는 신음 같은 한숨 같은
숨비소리 가까이서 들리고….
간간이 서로서로 건강걱정 자식걱정 세상걱정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도 어렴풋이 들리고….
제주의 푸른 새벽은 멍든 상처처럼 아픈 푸르름으로
혹은 고달픈 삶에 지친 슬픈 푸르름으로
혹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밝아오는
아슬아슬한 희망의 푸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