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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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잘못된 표현


아버지와 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가사일과 개인적인 일을 잠시 접어둔 채 시간을 만들었다.
혼자서 아버지께 가기는 오랜만이었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들려 드리다 보니 2시간이 훌쩍 넘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져가는 기억(치매) 때문인지 옛날의 아버지 모습들이 보였다.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아시기에 현실의 모습이 싫어서일까. 화를 내시고 고함을 지르시고 자기만의 생각으로 만든 가상현실을 거침없이 뱉으셨다. 친한 간호사와 상담하고 나니, 아버지는 예전 우리 가족에게 상처를 줬던 말과 행동들을 여기서도 하신다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행인지 이곳 병원에는 사라져가는 기억의 환자들이 많고, 돌봐주시는 분들은 직장이라 우리 가족과는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해 본다. 옛날 아버지의 모습에 순간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움쭉 하면서 무서워서 아버지의 눈도 보지 못하고,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숨죽여 눈물만 흘릴 뻔했다. 그러나, 이내 현실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아버지의 손을 잡고 기도드리며, 내가 끼고 있던 묵주반지를 아버지께 끼워드렸다. 기도드리는 순간은 성난 호랑이 눈이 아닌 순한 양의 눈이 되신다.
 
 그렇게 잠시 폭풍 같은 시간이 흐른 뒤 항상 보고 싶어하는 손자와 영상통화를 해드렸다. 눈물까지 흘리시면서 반가워하셨다. 손자도 외할아버지는 좋은 할아버지로 기억한다. 우리 가족에게 못 다 준 사랑을 2년 동안 함께 산 손자에게 다 주신 듯하다.
 ‘사랑’ 이란 거 받아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베풀 수 있다고 배웠다.
 소피아를 위해 태어났다는 한 남자와 결혼을 해서 사랑의 열매로 하느님의 자녀와 함께 가족이라는  ‘사랑’을 받은 나는 그제야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렇기에 나는 아버지를 또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누군가는 미워할 수 있는 아버지라도 계시는 게 부럽다고 하였다.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르는 듣기 힘든 말이었다. 나는 아버지를 뵈러 가기 전날 한 번씩 가위에 눌려서 예정된 날 못 간 게 여러 번 되었다.
 아직까지도 이렇게 아버지와 마주하기 힘든데 왜 가냐고? 질문한다면, 아버지를 프레임 안에 담기 시작한 초심으로 돌아가 본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의 아버지이고, 아버지도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걸 알게 해드리고 싶어서이다.’ 아버지도 부모로서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행한 것과 같이 나도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은 옛날의 그 시간으로 나를 데리고 간 아버지가 많이 밉다.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울고 있다. 그래 오늘은 울자.
 내일을 밝은 나로 ‘하루’라는 선물을 받을 것이다.
 오늘 밤은 유난히 아프다.






 


유소피아 작가는,pho02.jpg» 유소피아 작가
경운대학교 (디지털 사진 영상) 
대리점 대표



병원관련 업무를 10년 가까이 하면서 삶과 죽음은 동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

사진이라는 도구로 ‘나’를 표현하는 ‘인생소풍’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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