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 21
애오개에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주택들이 남아서 재개발을 지체시키는, 가옥 아닌 형태의 가옥으로 남아 있는 집들이 있다.
이미 파괴되고 초토화되어 사람이 드나들 수도, 거주할 수도 없는 공간이지만 오고 갈 곳이 없는 주민들과 일부 불만족스러운 조건에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완전하게 해체되지 않은 주택들이 도시의 외로운 섬처럼 부유하듯 그곳을 지키고 있다. 마치 진격해오는 점령군들에게 저항하는 최후의 진지처럼, 파괴되고 균열하여 이미 집의 기능을 상실한 가옥들이 여기저기 띄엄띄엄 남아서 여기가 사람들이 수십 년간 역사를 이루며 살아가던 터전이고 집이라는 걸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 같다. 허물어져 가면서도 목숨을 헐떡이는 패잔병처럼 겨우 숨을 몰아쉬는 것처럼 남아서 누군가에게 저항하듯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지가 우물에 들었다.
그 물 먹으려다 우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