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오개 20
폐허로 초토화되어가는 애오개로 가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 진다. 집들이, 건물들이 무너지고 무너지면서 참으로 오랫동안 드나들며 애정이 깃든 공간들이 내게서 사라지는 것뿐 아니라 우리에게서 이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역사를 송두리째 파괴하며 사라진다. 별로 정답게, 때론 살갑게 다가오지 않았던 주민들이 몇 분 있었고, 때때로 시비를 걸려는 취기가 오른 분들에게 멱살도 잡혀 본 애오개가 내게서 멀어지려는 마음이 스스로 안타까워지기 시작하며 이곳을 향하는 발걸음 횟수가 줄어든다.
이곳에 드나든 이유가 별 다른 게 없었다. 수십 년 전, 이곳에 잠시 살았던 연유로 우연히 들려보았던 동네가 맘에 남아 드나든 것이 어언 십여 년이 넘어가며 시간이 날 때 문득 가보고 싶고 또 드나든 기억들이 쌓여 나의 삶의 일부로 녹아든 지도 이미 십여 년이 훌쩍 넘었다.
이제 동네는 우리 곁을 떠나간다.
우리들 기억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이 동네 ‘애오개‘가 우리들 곁에서 영영 사라지는 것이다.
사라지며 허물어지는 공간에 깃들던
까치 한 쌍이 앉을 곳을 잃어버린 듯 힘겨운 공간을 떠돈다
김준호 작가는
신구대, 중앙대 사진교육원을 수료했다.
2006년 12월 갤러리비트 ‘06시선’, 2015년 4월 한미사진미술관 ‘욥기’ 등 19회에 걸쳐 단체전에 참여했고2009년 11월 갤러리브레송 ‘느림’ 등 3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다.
2008년 동아닷컴 주관 국제사진콘테스트에서 포트폴리오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www.facebook.com.JoonhoKim.05
합법적 강탈이라 해야 하나요.
사정없이 공감합니다.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