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꽃향유
‘애기’자가 들어가면 일단 보통의 것보다 ‘작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은 허튼 말이 아니다.
2001년 가을,
제주의 용눈이오름에서
하얀애기물매화와 보랏빛 애기꽃향유가 어우러져 피어난 모습은
마치 보랏빛 들판에 하얀 눈이 내린 듯했다.
그러나 급격하게 오름탐방객들이 늘어나면서부터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최고권력자 주변에서 심각한 부패의 냄새가 난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제 겨우 그 부패의 일부를 보았을 뿐인데도 국민은 경악한다.
그 경악하는 국민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왜 그 전에는 그런 것을 보는 눈이 없었느냐고…….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생선냄새가,
꽃을 싼 종이에서는 꽃냄새가 나는 법이 아니냐고.
육지에서 만나는 것은 대부분 키가 큰 꽃향유다.
오랜만에 제주도에서 담았던 키 작은 애기꽃향유를 꺼내본다.
더러운 냄새, 썩는 냄새는 가고 꽃향기만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