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
해마다 유월이 오면
나는 그를 기억할 것이다.
어느 해 날 뜨겁던 유월에
붉은 겨울 점퍼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어두운 쪽방 복도에 서서 사진 찍어
달라던
그는 웃고 있었다.
평생 처음 본 자신의 사진에
감동하여 볼 때마다
사진 찍어 달라던 그는
멋쩍게 웃고 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불 꺼진 쪽방에서
간장과 날달걀로 끼니를 때우면서
그는 그냥 웃었다.
수급비 받은 다음 날
외상값 갚고 남은 동전 몇 개를 들고
앞으로 한 달 어떻게 살겠냐는 질문에
어찌어찌 살면 된다며
그는 웃었다.
병들고, 지친 그는
육십 평생 소원이
따뜻한 말 한마디 듣는 것이라
하며 허허허 웃었다.
면회 오는 사람 없던
길고 긴 입원 중에
면회 한번 와 달라는
마지막 남긴 말을 남기며
그는 웃고 있었다.
장례도 없이 가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가는
그의 마지막 길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해마다 유월이 오면
나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죽음을
기억할 것이다.
* 2015년 6월 17일 돌아가신 그 분을 기억하며
김원 작가의 여시아견(如是我見)
직장인이다. 틈나는 대로 사진 작업을 한다.
쪽방촌과 기독교 수도원을 장기 작업으로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할 것이다.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사진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의미와 통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김원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n.kim.5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