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땅은 권력이고
권력은 힘이고
힘은 포크레인이고
포크레인은 칼이라서
오십 년 흙집 머리는 잘리고
잔 뼈 굵은 기둥은 흰 유골로 뽑히고
천장 낮은 방 갈라진 누런 벽과 그을린 부엌 검은 벽은
부서져 무덤으로 유골을 덮고
윤기 검은 무거운 가마솥은 운구되어 나가고
마지막 벽장 문고리 열기도 전에
마른 기둥 기댄 기억은 푹석 주저앉고
때 묻은 먼지는 무거워 날지 못하고
하얗게
여든여섯 할머니 머리를 덮어
기둥 같던 허리는 꺾어지고
아랫목 같던 가슴은 뚫리고
눈은 먼 산을 찾고
발길은 빈 터만 맴돌고
여든여섯 할머니의 기억은 잘린다
흙집 자른 칼
김원 작가의 여시아견(如是我見)
직장인이다. 틈나는 대로 사진 작업을 한다.
쪽방촌과 기독교 수도원을 장기 작업으로 계속하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할 것이다.
여시아견(如是我見)은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사진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것을 전달하는 것이라는 의미와 통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는 것에 대한 상징이다. 쪽방촌, 수도원, 소소한 일상, 이 세 가지 주제가 내가 카메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내가 카메라로 본 세상, 그것이 여시아견(如是我見)이다.
김원 페이스북 www.facebook.com/won.kim.5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