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의 꽃을 찾아 떠난 여행 - 앉은부채
앉은부채는 계곡 근처의 습지에서 눈을 녹이며 피어나는 꽃이다.
사실 꽃이라고 하기에는 철퇴를 닮은 다소 생경스러운 모습이긴 하다.
내게는 앉은부채를 보면 상상되는 몇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이름의 유사성 때문에 부처님이 생각난다.
추운 겨울에도 좌선을 하고 피어나는 꽃, 부처님 같지 않은가?
둘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철퇴다.
마치 도깨비방망이와 더불어 함께하는 철퇴같다는 생각이 든다.
셋은, 외계인을 보는 듯하다.
마치 앉은부처의 동그란 모양새가 하나의 우주인듯하다.
그리고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그래서 이름에 ‘부채’자가 들어갔겠지만,
이파리는 얼마나 먹음직스러운지……. 그러나 독초라는 것이 얼마나 아쉬운지.
꽃이 지고 나면 이파리가 무성하게 올라오는데 정말 부채의 크기만큼은 된다.
고로쇠물이 한창 나올 무렵 연하디 연한 이파리는 우리의 눈을 유혹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독초다. 정말, 조심해야 한다. 산짐승들도 먹지 않는다.
어느 해 겨울, 눈이 많이 내려서 산에 먹을거리가 귀할 때였다.
그때는 산짐승들도 어쩔 수 없었는지 앉은부채 이파리와 처녀치마 이파리까지 다 뜯어 먹었다.
처녀치마야 그렇다고 해도 앉은부채는 어땠을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산짐승들은 산야초들을 알맞게 식용하는 방법을 다 알고 있단다.
그들이 우리보다 낫다.
김민수작가는
서울생으로 현재 들풀교회 목사, 문화법인 ‘들풀’ 대표.2003년 ‘Black&White展’, 2004년 ‘End&Start展’2004, 2005년 ‘여미지식물원 초정 ’제주의 야생화 전시회’
2005년 북제주군청 초청 ‘순회전시회’
2011년 한겨레포토워크숍 '가상현실‘로 연말결선 최우수상, 한겨레등용작가2013년 지역주민을 위한 ‘들풀사진강좌’ 개설저서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 1, 2>,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 생겼다?>, <달팽이 걸음으로 제주를 걷다>,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 등이 있다.각종 매체에 ‘포토에세이’를 연재했으며, 사진과 관련된 글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하나의 꽃속에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군요.
앉은 부채가 독초라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