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철강단지에서
문래동 지구대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쇳소리를 내는 철강소들이 즐비하다.
우선은 다양한 패턴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름다움과는 동떨어졌을 것 같은 철강자재들이 더미를 이루면서 각양각색의 패턴들을 만들어내는 데 이걸 처음 본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자잘하게, 크게, 세모나게, 네모나게, 때로는 큰 원안에 작은 원들이 겹쳐 들어가면서 만들어낸 타원형들까지 아주 다양한 패턴들이 아름답게 독창적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맑은 날인데도 노출이 안 나와서 삼각대가 절실했는데 아쉬운대로 열심히 셔터질을 하고 있으려니 주인분께서 그깟 게 뭐가 예뻐서 찍느냐고 하시면서 여기는 한물갔다고, 안산 시화공단 쪽에 가면 훨씬 다양하게 많을 거라고 귀띔해 주셨다.
패턴 찍으면서 한바퀴 돌고 난 후에, 다시 작업공간을 주목하면서 돌아보았다.
늘 기름때와 함께하는 공간이다 보니 장갑에 눈길이 갔다.
아직은 속살처럼 깨끗한 장갑, 속장갑으로 쓰일지도 모르지만 곧 기름때가 묻어지겠지.
까만 장갑, 일한 만큼 기름에 절어 원래의 빛깔은 온데간데없다.
열심히 일하는 장갑, 분주해서 눈코 뜰 새 없다.
휴식중인 장갑, 주인은 스마트폰과 놀고 장갑은 짝꿍과 놀고 있다.
주인 없는 장갑, 한 때 열심히 일했으나 지금 당장은 버려진 듯 무심하다.
갈팡질팡 장갑, 무얼 할지 망설이는 건지 어쩔 줄 몰라한다.
준비중인 장갑, 나란히 사이좋게 어서 일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바라고 있는 듯.
게으른 장갑,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그저 묵묵히 쓰여질 수 있다면.
때로는 다른 용도, 주인의 콧물이나 땀을 받아내는 것도 나름의 몫이랄까.
일과 끝, 내일 다시 바쁠지라도 오늘 일은 끝났으니 조금은 쉬어간다.
이은숙작가는
충북 괴산읍내에서도 한참 먼 시골에서 나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읍내 중학교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도청소재지 여고를 나와상경해서는 꿈과는 달리 아주 실용적인 학과를 마치고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직장생활을 하고20년 직장생활 중 가끔은 다 접고 배낭을 꾸렸던
돈과 시간 중 넉넉한 게 있다면 여행을 꿈꾸는
화가의 꿈을 포기 못해
사진으로라도 아련한 그리움과 이쁜 색채감을 그려내고 싶은
현실과 타협 못 하고 여전히 이상을 꿈꾸는 초보사진쟁이
단국대학교 정보관리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졸업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29기 수료
성남아트센터 사진아카데미 2년 수료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몇 차례 단체전 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