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에서
1월에 찾았던 영월을 다시 찾기로 한 날에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종일토록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무궁화꽃도 필 시기이기에 1월엔 들르지 못했던 한반도지형 전망대에 올라보기로 했다.
비와 안개 속에서 한반도지형이 수줍게 아랫도리만 보여주고 있었다.
기대했던 무궁화꽃은 몇 송이밖에 없어서 전경에다 넣기 힘들기에 애국가의 배경화면처럼 다중노출로 잡아보니 나름 감격스러운 샷이 나왔다.
단종유배지 청령포로 이동했다.
청령포 역시 안개에 휩싸여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춥고 시렸던 1월의 청령포와 대비되는, 오히려 더 쓸쓸해지는 여름날의 청령포, 12살 어린 단종이 작은아버지에게 쫓겨 유배를 가야만 했던 곳, 그곳에서 수년 동안 한양을 그리다 결국엔 사약을 마셔야만 했던 젊은 단종의 심정을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단종이 날마다 거닐었을 솔숲에는 천연기념물 관음송이 너무 늙어 우아한 자태를 지탱하지 못하고 사방이 버팀목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빗속에서 카메라 앵글을 어느 방향으로도 잡는 게 여의치 않은 와중에 소나무를, 여름날 칙칙한 하늘 배경으로 담으면서, 겨울날 시리게 푸른 하늘 배경으로 담았던 걸 떠올리며 단종이 올려다봤을 하늘을 상상해 보았다.
단종이 묵었던 단촐한 기와집 마당은 주인을 잃은 채로 긴 처마와 나무 그림자만 드리우고 있었다.
이은숙작가는
충북 괴산읍내에서도 한참 먼 시골에서 나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읍내 중학교 시절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고
도청소재지 여고를 나와상경해서는 꿈과는 달리 아주 실용적인 학과를 마치고
지극히 평범하고 지루한 직장생활을 하고20년 직장생활 중 가끔은 다 접고 배낭을 꾸렸던
돈과 시간 중 넉넉한 게 있다면 여행을 꿈꾸는
화가의 꿈을 포기 못해
사진으로라도 아련한 그리움과 이쁜 색채감을 그려내고 싶은
현실과 타협 못 하고 여전히 이상을 꿈꾸는 초보사진쟁이
단국대학교 정보관리학과 졸업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졸업
한겨레교육문화센터 곽윤섭의 사진클리닉 29기 수료
성남아트센터 사진아카데미 2년 수료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으로 몇 차례 단체전 참가
언제나 좋은 풍경, 멋진 여행길 보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한반도지형, 아랫자락만 보아도 아름답습니다, 멀리 봐봐야 시멘트공장 굴뚝 뿐인걸요.
저도 청령포 몇번 가 보았지만 이런 멋진 겨울 모습은 처음이네요.
관음송, 한번 안보고 싶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