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기와지붕의 용마루 양쪽 끝을 마감하는 새 깃털 모양의 커다란 장식을 치미(鴟尾)라고 부릅니다. 치(鴟)는 솔개(또는 부엉이)라는 새이지요. 그러니까 치미는 솔개가 지붕의 양 끝에서 깃털을 치켜올린 모양새입니다. 건물을 웅장하고 우아하게 보이도록 꾸며줍니다.
전라북도 남원의 <춘향테마파크> 안에는 많은 한옥 건물이 있는데, 그 중 한 건물 치미에 여러 마리의 새들이 날아와 놀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면서 꼬리를 쳐들곤 했는데, 그 놀고 있는 꼴이 마치 누구의 꼬리가 더 길쭉한 지 경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실상 그럴 리야 없겠지만요, 하필이면 꼬리가 긴 새들이 날아와 그것도 치미 위에서 서로 꼬리를 쳐들으니 오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나저나 저 새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마침 저 건물 가까운 숲에서 산까치라고도 불리는 멋쟁이 새 ‘어치’를 만났는데, 사진을 확대해보니 머리 부분의 색과 긴꼬리의 끝도 조금 달라요. 인터넷에서 ‘꼬리가 긴 새’를 찾으니 ‘긴꼬리때까치’가 보였지만 역시 조금 다르군요. 역광 상태에서 찍힌 사진이라 쉽지 않은데... 아, 드디어 찾은 듯합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 물까치. 가족 중심으로 무리생활을 하며 학습능력이 다른 새들에 비해 뛰어나다고 합니다. 게다가 꼬리가 다른 종보다 더 길구요. 오늘도 사진 덕분에 하나 배우고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