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직 걸작을 찍지 않았다

곽윤섭 2012. 06. 18
조회수 11799 추천수 0

마크 리부 한국 첫 회고전

매그넘 1세대 중 유일 생존작가…한국 관객만을 위한 전시

브레송의 깔끔함과 카파의 자유로움 접점에 ‘우아한 일상’

 

 

inside1.jpg

전시장에 걸린 에펠탑의 페인트공

 

inside2.jpg

전시장 게시판. 관람객들을 위해 만들어뒀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등과 더불어 매그넘의 1세대를 구성했던 사진가들 중에 유일한 생존작가인 마크 리부(1923~ )의 첫 한국 회고전 <에펠탑의 페인트공>이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시작됐다. 오로지 한국 관객들만을 위해 준비된  이번 전시는 마크 리부의 감수 아래 그의 아들과 문하생들이 직접 고른 190여 점이 걸리는  대형기획전이다. 

 마크 리부를 사진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에펠탑의 페인트공(1953년 작)’은 그 뒤로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그의 사진 세계를 규정하는 한마디 표현, ‘우아한 일상’을 떠올리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수 백 미터 상공에서 단 한 줄의 안전장치도 없이 편안하게 작업을 즐기는 듯한 페인트공은 한 마리 나비처럼 보인다.  팔다리와 철골구조가 만든 선과 면 덕택이다.

 저우언라이와의 인연으로 1957년 유럽사진가들 중 처음으로 폐쇄된 공산국가 중국에 들어가 마오쩌둥, 덩샤오핑 등 유력 지도자를 찍었던 마크 리부는 그 외에도 수많은 걸작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지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반전이미지로 남아있는 ‘꽃을 든 여인’이다. 1967년 10월 미국 펜타곤 앞에서 열린 베트남전 반대시위에서 찍었다. 꽃무늬 옷을 입은 젊은 여성, 얀 로즈 카시미르는 손에 꽃 한 송이를 들고 총검으로 무장한 군인들의 행렬 앞에 버티고 서서 평화를 호소하고 있다. 이 사진은 반전시위의 포스터나 피켓으로 반복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 개봉한 ‘맨인블랙3’에서도 악당에게 꽃을 주는 장면이 패러디로 등장할 정도로 자주  전유되고 있다.  
마크 리부는 그를 이끌어준 두 스승의 접점에 있는 것 같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작품을 완성했다는 브레송의 깔끔함과 거침없이 세상과 조우했던 카파의 자유로움을 모두 간직한  그의 작품은, 그래서 세련된 아름다움과 더불어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사진집 서문에서 “뷰파인더를 통해 각운과 리듬을 발견해내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나는 마치 음악을 듣거나 시를 읽는 것처럼 거리의 정경이나 아련한 풍경을 찍는다”라고 밝힌 마크 리부는 “당신 사진 중에서 최고의 걸작이 뭐냐?”고 물어오면 “바로 내일 찍을 예정이다”라고 답하곤 한다. 전시는 8월 5일까지 열린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한국에서 언제 또 그의 사진을 만날 수 있을까 싶다.  

 

shanghi1965.jpg

상하이 항만노동자   1965                        ⓒ마크 리부

 

beijing-1957.jpg

베이징    1957                        ⓒ마크 리부

 

contact-1953.jpg

에펠탑의 페인트공-밀착인화    1953                        ⓒ마크 리부 

 

nigeria1960.jpg 

 나이지리아    1960                        ⓒ마크 리부

 

 

 마크 리부는 누구

Marc.jpg
 마크 리부는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으며 고등학교 시절 기하학을 잘하던 청년이었으므로 공과대

학으로 진학했고 졸업 후에 엔지니어로 공장에서 근무했다. 1953년 사진을 찍으려고 파리로 갔다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를 만나게 된다. 이때가 에펠탑이 페인트칠 복원작업을 하고

있었던 무렵이란 점, 그리고 필름 한 롤로 페인트칠 복원작업을 찍었다는 것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매그넘에 가입했고 매그넘 창단멤버들의 조언을 듣게 된다. 마크 리부는 그가 쓴 에세이에서 이렇게 묘사했다.
 “브레송은 나에게 데이비드 시무어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말라고 했고, 시무어는  카파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말라고 했으며, 카파는 브레송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말라고 했다. 그리하여 나는 조지 로저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내 말을 잘 듣게. 매그넘은 가족일세!’
 그제야 나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마크 리부는 1975년 매그넘의 회장으로 선임되어 4년간 역임했고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kwakclinic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최민식 포럼

최민식도 모른 최민식의 ‘그때 그 사진’

  • 곽윤섭
  • | 2012.06.25

최민식 ‘소년시대’  10만 장 필름에서 고른 150여 점 대부분 미공개작 부산의 브레송, 거리마다 골목마다 어슬렁 어슬렁 부산,196...

전시회

그는 아직 걸작을 찍지 않았다 [1]

  • 곽윤섭
  • | 2012.06.18

마크 리부 한국 첫 회고전 매그넘 1세대 중 유일 생존작가…한국 관객만을 위한 전시 브레송의 깔끔함과 카파의 자유로움 접점에 ‘우아한 일상’ ...

강의실

브레송과 마크 리부 특강 합니다. [1]

  • 곽윤섭
  • | 2012.06.08

브레송과 마크 리부의 전시가 동시에 열립니다. 그래서 특강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아래 내용을 참고하십시오. 신청할 분들은 여기로--> 한겨레교육...

취재

금성 일식 궤적 합성 사진, 조선-중앙 왜 다를까 [112]

  • 곽윤섭
  • | 2012.06.07

[사진뒤집어보기] 105년 뒤에나 다시볼 우주쇼  지구에서 찍으면 포물선, 우주에서는 일직선  직선으로 합성된 중앙, 하늘에서 찍은 사진? ...

전시회

몸에 대한 발칙한 상상, 인간 재탐색 [2]

  • 곽윤섭
  • | 2012.05.31

얀 샤우덱 사진전 <로맨티시즘과 에로티시즘 사이>  포르노그라피 냄새 제거…해석의 눈은 관객의 몫  부모 부부 부녀 모녀 연인 등 다양한 관...

전시회

열린사진 공모전 사진전

  • 곽윤섭
  • | 2012.05.24

열린사진공모전 시상식과 전시 개막. 대상을 받은 김은아씨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수상자와 시상자들의 기념사진.   국내 최초로 사진...

전시회

‘시대의 눈’ 브레송 한국에 오다 [2]

  • 곽윤섭
  • | 2012.05.17

세계 순회전시 10년 만에…19일부터 9월2일까지  기록에서 예술로 승화시킨 ‘사진 그 이상의 사진’ <국민당 최후의 날, 중국 1948> ⓒHe...

전시회

해방-전쟁-시민혁명, 그때 그 서울의 맨얼굴

  • 곽윤섭
  • | 2012.05.11

‘AP통신이 본 격동기의 서울’ 사진전 특파원과 종군기자가 렌즈로 기록한 역사 기념비전(과거와 현재) 서울 역사 박물관에서 <AP통신이 본...

취재

‘코리아’ 영화와 당시, 21년 만의 취재기 [10]

  • 곽윤섭
  • | 2012.05.11

마지막 자막에 흐르는 사진 4장, 감동의 재구성 ‘만리장성’ 넘은 아리랑, 둘보다 나은 하나 확인 영화 ‘코리아’가 지난주에...

전시회

제 5회 전주포토 페스티벌

  • 곽윤섭
  • | 2012.05.09

왕칭송(Wang QingSong) 사단법인) 현대사진 미디어 연구소, 전주포토페스티벌 운영위원회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백마길 45 (063) 2...

강의실

<다큐멘터리 사진가를 만나다>에 초대합니다.

  • 사진마을
  • | 2012.05.07

-------------------------------------------------------------------------------------- --> 관련 글 보러 가기 (다큐사진작가가 말하는 나의 사진 나의 직업) --> 마포아...

강의실

다큐사진작가가 말하는 나의 사진 나의 작업

  • 곽윤섭
  • | 2012.05.03

한겨레-마포아트센터-도서출판 동녁 공동주최 <다큐멘터리사진가를 만나다> 사진가 등 10명 연속 초청…패널·청중과 이야기 한마당 5월16일부터 매주 수...

전시회

사진의, 사진에 의한, 사진을 위한 마지막 1년

  • 곽윤섭
  • | 2012.04.26

김영수 민사협 전 회장 1주기 추도 사진전과 사진집 후학들과 사진여행하며 시범 보인 사진의 정석 사진가 김영수(1946~2011) 선생의 1주기 추모...

전시회

주눅들지 않는 묘한 리듬, 엇박자 [3]

  • 곽윤섭
  • | 2012.04.13

김승현 첫 개인전 <낯선 일상> 사람 속의 풍경, 풍경 속의 사람   김승현의 첫 개인전이 4월 17일부터 4월 29일까지 종로구 통의동 <류...

전시회

멀어서 가까운 소통, 가까워서 먼 불통 [7]

  • 곽윤섭
  • | 2012.04.04

한겨레 사진기자 김정효, 첫 개인전 <Smart Relationship> 실제 같은 연출로 스마트시대 뒤집힌 현실 드러내 데이트를 하는 문경과 찬석 ...

전시회

인공의 녹색, 자연의 녹색, 혹은 경계의 스밈

  • 곽윤섭
  • | 2012.04.02

정지현 개인전 <The Shaded Scenery> 언뜻 보면 단순하지만, 뜯어볼수록 독해 코드 다양 정지현_The shaded scenery 백령도_ Archival ...

전시회

사진으로 건너온 ‘바다 건너 불’ 원전참사

  • 곽윤섭
  • | 2012.03.28

일본 대지진 원전 사고 1주년 맞아 서울과 부산에서 잇단 사진전 열려 ⓒ위르겐 네프쯔거, Fluffy Clouds Series, Sellafield, England, 2...

취재

책을 보면 행복을 <만나게 될거야> [3]

  • 곽윤섭
  • | 2012.03.26

사진작가 고빈의 첫번째 책 포토에세이 <만나게 될거야> 책 구입 바로가기 닐가이, 백조와 호수 ⓒ고빈 “언덕 위에서 우리는 묵언의 ...

취재

감사합니다. [16]

  • 곽윤섭
  • | 2012.03.12

3월 25일 행사 잘 마쳤습니다. 모두 20여분이 오셨습니다. 날씨가 쌀쌀했는데 도우미 선생님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아이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취재

2012 기상사진전 수상작 소개

  • 곽윤섭
  • | 2012.03.06

목마름, 용오름, 역고드름... 우수/용오름 현상 (경북 울릉군 해변)/김택수 2012년 기상사진전 공모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심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