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이틀 동안 연천을 여행하면서 부끄러웠습니다. 연천이 갖고 있는 아름다운 풍광과 오롯한 역사의 향취, 훈훈한 인심을 즐기기에 앞서 여행 내내 부끄러움이 든 이유는 나의 무지와 게으름에 대한 아픈 자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출사가 결정되기 직전까지 연천을 강원도 북부의 어디쯤인가에 있는 군사 도시쯤으로 멋대로 추측해왔던 나는 연천이 내가 20년 넘게 살았던 일산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도 소재지이며 2개 부분에 걸쳐서 유네스코에 등재된 지질학의 보고요 고려의 종묘사직을 오랫동안 품어온 역사적 명소이면서 명품 벼와 콩의 재배지요 수많은 먹을거리와 맛의 고향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나는 어쩌면 대한민국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바로 옆 이웃들의 존재를 돌아보지 않는 직무유기를 해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진 동호회 모임으로 우연히 처음 발걸음을 하게 된 연천이지만 가을이 깊어가는 이 계절의 정취와 너무나 잘 어울렸던 연천으로의 첫 여행은 사진 작업의 성과와 무관하게 오랫동안 기억 속에 자리를 잡고 있을 것입니다. 수려한 자연과 풍요로운 역사의 자취를 품고 넉넉한 인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 연천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김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