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걸면서 셔터 누르니 사진에서 이야기가 두런두런


 참가자 수준 상향 평준화
 “사진 찍기보다 심사 더 어려워”
         
 최우수상, 프레임 속에 이야기 근거 담고
 간결한 구도, 피사체에 대한 명확한 인식  
         
 우수상, 가는 곳마다 핵심을 포착한 능력
 전체를 아우르는 맥락 부족... 아쉬움
  
 수상권 밖 참가자들, 고민 흔적 보여 좋고
 피사체에 한 걸음만 더 다가서면 좋을 것
 사진에 마음 담는 노력 묻어있어 희망적

  

hpw02.jpg » 한겨레포토워크숍 참가자들이 지난 달 7일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평화로에 자리한 5.18 자유공원을 방문하여 촬영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성훈
한겨레 웹진 <사진마을>이 진행하는 한겨레포토워크숍의 29번째 사진여행이 지난 달 7일부터 8일까지 1박2일에 걸쳐 광주광역시 일원에서 열렸다. 서울에서 온 참가자 이외에도 목포, 춘천, 진도, 안양, 남양주, 전주,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모두 23명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룬 이번 워크숍의 강사는 임재천 작가와 한겨레 곽윤섭 선임기자였으며 일행과 함께 일정을 소화했다.
 
 수도권에서 기차를 타고 온 참가자들이 광주권역의 참가자들과 만난 광주송정역에서 시작된 워크숍은 5.18 자유공원을 첫 방문지로 삼았다. 서구에 자리한 5.18 자유공원은 80년 당시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이 구금되어있던 영창과 군사재판을 받았던 상무대 법정을 원 위치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옮겨 원래 모습으로 복원과 재현한 곳이다. 또한 이곳에는 들불 칠 열사탑이 세워져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가 희생당한 들불야학 출신 일곱 열사들의 숭고한 죽음을 기려 설치된 탑이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공원 이곳 저곳으로 흩어져 38년전 여기서 고초를 겪었던 열사들의 흔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두 번째 목적지는 남구에 있는 양림동역사문화마을. 이곳은 일제강점기 선교사들이 교회, 학교, 병원을 세웠던 곳으로 광주의 예루살렘이란 별칭이 붙어 있다. 당시의 기독교유적과 최승효 가옥, 이장우 가옥 등 우리 전통가옥이 공존하는 곳이다. 작은 미술관, 갤러리, 카페, 빵집 등이 골목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지친 다리도 쉬고 입요기, 눈요기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양림동 주민센터 뒤쪽엔 펭귄마을이 있다. 무릎이 불편한 마을 어르신들이 뒤뚱거리면서 걷는 모습이 펭귄 같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마을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빈 집과 골목의 쓰레기를 치우고 집집마다 쓰지 않는 생활용품을 담벽과 골목에다 자유분방하게 설치하기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정크아트의 본고장처럼 변신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거의 모든 것이 예술의 재료가 될 수 있는 이 골목에서 참가자들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첫 날의 마지막 코스인 대인예술시장으로 향했다. 한국전쟁이 후 공설시장으로 시작한 대인시장은 광주역, 공영버스터미널 등이 이곳에 들어서면서 1990년 초반까지 최고의 황금기를 누린 재래시장이었다. 대규모 택지개발로 도심이 외곽으로 팽창하면서 도심공동화가 시작되고 광주역, 공용버스터미널, 농수산물공판장 등이 옮겨나가면서 시장이 빈 점포가 급격히 늘어가면서 고사 직전까지 몰리게 되었다. 2008년 일군의 작가들이 시장을 오가면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는 와중에 2008년 제7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시장구경’전시를 진행했는데 이는 대인시장에 있는 빈 점포를 임대해 작가에게 분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작가들이 점포에서 갤러리, 공작소를 운영하면서 창작의 공간으로 서서히 탈바꿈되어갔고 재래시장과 예술시장의 공존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고 대인예술시장 쪽에서는 “상인과 예술가가 공존하는 광주의 문화아이콘”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밤이면 이곳에선 공연, 전시, 강좌, 체험 등의 행사가 열린다. 하루의 촬영일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대인시장 안에 마련된 상인회 교육장을 빌어 열띤 사진리뷰에 돌입했다. 이날 리뷰는 임 작가와 곽 기자가 담당했으며 부산외국어대학교 이광수 교수가 특별 옵저버로 자리를 함께 했다. 이광수 교수 참관기 바로가기
 
  둘쨋날인 8일 오전 일정은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있는 소쇄원 방문으로 시작됐다. 1530년  조광조의 제자 소쇄옹 양산보(1503∼1557)가 건립한 원림이다. 일본식 정원이 집안에서 인위적인 조경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원림은 교외에서 자연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적절한 위치에 집과 정자를 배치한 것이다. 소쇄원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민간 원림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쇄원에서 대나무가 바람을 만나 “쏴쏴~” 부르는 노랫소리를 만끽한 참가자들은 ‘담빛예술창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담양군 담양읍 객사리 6번지에 자리한 예술공간이다. 1968년에 지어져 2004년 국가수매제도가 없어지기 전까지 양곡창고로 이용되던 곳으로 담양군에서 매입하여 미술관과 문화카페로 리모델링하여 2015년에 개관하게 되었다. 이곳엔 국내 최초로 대나무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어 있어 매주말과 화, 목요일에 정기연주회가 열린다고 한다. 운이 좋았던 것은 마침 담빛예술창고에서 2018 국제 사진전 ‘사진의 또 다른 관계성’이 막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양곡창고로 쓰였기 때문에 천장이 높고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남아있어 필립 퍼키스를 비롯해 한국과 중국의 사진가 8명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더 없이 좋았다. 전시는 9월 2일까지 열린다. 담빛예술창고는 연중무휴. 사진을 사랑하는 한겨레포토워크숍 참가자들에겐 최상의 눈요기가 되었다.
 
  한겨레포토워크숍 광주광역시편 1박 2일의 마지막 촬영지는 동구에 있는 구 전남도청 건물과 그 일대였다. 건물 자체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16호)로 지정되어 있다. 5.18민중항쟁의 최후 결사항전지로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의 무력진압에 맞서 싸웠던 시민군들이 산화한 곳이다. 앞으로 세월이 더 흐르더라도 이 건물은 광주의 가장 상징적인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hpw03.jpg hpw04.jpg hpw05.jpg hpw06.jpg hpw07.jpg hpw08.jpg hpw09.jpg hpw10.jpg hpw11.jpg » 안동훈 작품  
   두 강사는 참가자들이 최종 제출한 포트폴리오를 심사한 결과 안동훈씨의 작품을 최우수상으로, 안영진씨의 작품을 우수상으로 결정했다.
  이번 참가자들이 제출한 사진들을 보면서 든 첫 생각은 수준이 대단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심사를 하기가 불편한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함께 심사를 맡은 임재천 작가는 오죽했으면 “솔직히 말해서 사진 찍는 것보다 심사하는 것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인 아닌 모양이다. 앞으로는 가급적 심사나 리뷰는 삼가야하겠다”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한 장씩만 놓고 봐서는 기성 작가가 찍은 것과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반듯하고 뛰어난 사진들이 많기 때문이다. 임재천 작가는 “한 장만 놓고 보면 대단히 우수한 작품이 많은데 포트폴리오 심사라서 전체를 볼 수 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안동훈씨의 최우수작 ‘무엇을 하다가 무엇을 남기랴’에 대해 임재천 작가는 “간결한 구도와 피사체에 대한 명확한 인식에 더해 사진마다 담긴 이야기가 오롯이 드러나는 좋은 사진 구성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평하며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제출한 사진 9작품 중에서 2작품은 안동훈씨가 직접 대화를 건네면서 찍었고 그 이야기가 바로 사진에 노출되진 않지만 사연을 짐작할 순 있다. 6작품에선 찍힌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사진 속에서 이야길 나누는 사람들 주변에 같이 찍힌 배경이나 전경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들의 이야길 읽어낼 수 있다. 어떤 작품은 대화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한 여성이 휴대폰으로 벽에 걸린 작품과 소통하고 있다. 이것이 대화이며 이야기의 원천이다. 역시 프레임 속에 같이 찍힌 것이 이야기를 거들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안동훈씨가 제출한 9작품이 모두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hpw12.jpg hpw13.jpg hpw14.jpg hpw15.jpg » 우수상 안영진씨 작품  
 우수상으로 뽑힌 안영진씨의 작품은 엄청난 눈썰미로 1박2일의 거의 모든 일정을 빠짐없이 기록해냈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것이 아닐까싶은 정도로 기계적으로 정확하다. 가는 곳마다 그곳의 핵심을 포착하였는데 시간의 제약이 따랐던 것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맥락 같은 것을 짚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따라붙었다.



hpw01.JPG » 임재천 작가 추천작. 김준식 02번  

hpw001.JPG » 임재천 작가 추천작. 김준식 16번.
 임재천 작가는 수상권에 포함되지 못한 참가자 중 몇 명에게 격려의 말을 전했다. 김성훈씨에 대해 “전체 사진의 흐름과 연결이 다소 느슨하지만 모든 사진들마다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보여 이후 작업들이 기대된다”라고 했고 김종민씨에 대해 “피사체에 한걸음만 더 다가서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보다 더 좋은 사진을 기대할만하다”라고 했다. 물리적으로 가까이 가라는 뜻도 있지만 대상과 대화를 시도하거나 이야기를 청취하라는 주문으로 보인다. 김준식씨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피사체나 주제 선정에 미흡한 점이 많아 보인다. 하지만 02와 16번 사진으로 볼 때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가지고 촬영에 임한다면 앞으로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라고 했다.

임 작가는 김하영씨에 대해 “카메라나 렌즈를 다루는 것조차 서툰 수준이지만 좀 더 경험을 쌓으면 좋은 사진을 촬영한 여지가 넘친다. 이미 사진에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이나마 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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