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29회 한겨레포토워크숍에 참가한 이창환입니다.
이번 워크숍 사진 리뷰시간에 임재천 작가님께서 제 사진에 대해 하신 리뷰에 대하여 항의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글을 올립니다. 
당일에는 저도 너무 당황하였고 제가 발언할 시간이 진행상 충분하지 않았었기에 지금 말씀드립니다. 

다음은 임 작가님께서 제 사진들을 리뷰하시면서 하신 말씀과 그에 대한 저의 반론입니다. 

1. 사진을 찍을 때 프레이밍도 확인하지 않고 막 찍는 것이 아닌가?
- 제가 당시에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햇빛이 강할 때는 액정화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찍을 때도 있다고 말했지만, 제출한 사진들은 당연히 제가 프레이밍 안에 모든 것들을 확인한 것입니다. 사진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기는 했어도 제출한 사진은 모두 제 자신에게는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해서 제출한 것입니다. 제가 프레이밍을 잘 못한 면이 있었다면 막 찍었다고 하시는 대신에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무엇을 잘 못했는지 알려 주셨으면 좋았겠습니다.

2. 사진에서 피사체에 대한 폭력성이 느껴진다. 
- 제가 사진 찍히는 대상을 존중하지 않고 제 자신의 이익(좋은 사진을 얻는 것)을 위하여 찍히는 대상을 이용하는 것이 마치 피사체에게 카메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저는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찍히는 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도 초상권을 지켜드리기 위해 뒷모습을 찍고, 실루엣을 찍고, 작게 찍고, 얼굴이 가려진 사진을 주로 찍습니다. 그날 제출한 사진 20장 중에 사람을 찍은 사진이 19장이고 그 중에서도 얼굴이 제대로 나온 사진은 2~3장입니다. 평소라면 얼굴이 드러난 사진은 잘 올리지 않고, 그게 아니면 저도 허락을 받거나 그것이 불가한 경우엔 배상해드릴 각오를 하고 올립니다. 하지만, 이 날은 외부로 나가는 것이 아니고 워크샵에서만 보는 것이기에 용기내어 올린 것입니다. 임작가님께서 문제 삼으신 사진에서 카메라를 보고 계신 분이 두 분입니다. 이 분들의 표정은 마치 사진찍히는 것이 불쾌하신 듯 보입니다. 그래서 제가 카메라로 이 이분들을 불쾌하게 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목적이 정당하다면 몰래 찍는 것도 찍히는 분들을 존중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분들의 표정이 무표정한 것이고, 이 때, 해빛이 강하여 눈을 찡그리고 제가 하는 일을 궁금한 듯 보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이 사진찍은 후에 저한테 항의를 하셨거나 계속 저를 못마땅하게 보셨으면 저도 인사를 드리고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을 것입니다. 사진찍은 후에 세 분이 하시던 대화를 계속하셨기에 저도 그냥 지나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워크샵이니까 제출한 것이지 제가 전시회에 쓴다거나, 출판을 할 때 쓸 사진이었다면 다시 찾아가서 허락을 구하거나 깔끔하게 포기를 했을 것입니다. 이 분들을 다시 찾는 걸 실패했는데도, 제가 이 사진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이 사진을 사용한 책임은 제가 다 져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인기끌 만한 사진을 얻기위해 마구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이 아닙니다.

3. 사진은 건지는게 아니라 담는 것이다.
- 제가 그날 드린 말씀은 '평소에 정체성에 대한 사진을 찍는데, 그에 부합하는 사진은 많이 못 건졌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임 작가님께서는 사진을 "건진다"라는 말이 마치 사진 한 장 한 장에 정성을 들이지 않고, 마음을 다하지 않고 찍는 것이라고 간주하고 지적하셨습니다. 제가 마치 인기끌 만한 사진을 많이 건져서, 사진을 통해 유명해지려고 욕심 부리는 사람으로 치부하셨습니다.

저는 세상에 제 의견을 말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면이 많아 개인이 정체성을 찾는 것(자아를 찾는 것, 진정한 자존감을 갖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 것을 제가 살아온 내내 고민해 왔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저의 의견이 있고, 그 의견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사진을 찍습니다. 작년, 작가마당의 단체전에서도 이 주제로 참여 했었습니다. 이런 목적으로 사진을 찍기 때문에 저는 '건진다'라는 표현이 부끄럽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 표현을 쓸 것입니다. 

임재천 작가님께서 사진찍히는 대상을 존중해야 하고, 한장 한장 마음과 정성을 담아 사진을 찍어야 된다고 말씀하신 부분은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단지 제 사진 몇 장을 보시고, '당신은 인기끌 만한 사진을 얻기 위해 찍히는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마구 찍어대는 사람이다.'라고 너무 쉽게 규정하시고 말씀하셔서 매우 유감이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여전히 임재천 작가님이 우라나라 사진계에서 아주 중요한 분이며, 작가님의 사진도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 개인의 발전과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더 나은 한겨레 포토워크숍을 위해 용기 내어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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