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에 서면 한 때는 그 바다를 살았던 이들의 흔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지나면서 그들은 점점 작아지고, 모래가 될 것입니다.
살아있거나 죽어있거나 그들이 바다의 편린이 아니었던 적은 없지만,
그렇게 텅 빈 모습으로 남아있음은 아주 장엄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 바다를 찾은 것은 겨울이었습니다.
해돋이에 빛나는 것들 하나하나 그 얼마나 장엄한 삶을 살았을까 싶습니다.
누구에게는 별 볼일 없는 삶인듯해도 당사자에겐 그것이 모든 삶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구구절절한 삶도 다른 누구에게는 그저 지나쳐버릴 수 있는 흔한 일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힘들어서 어찌 살려구요.
살 대신 햇살을 담은 고동을 보면서
텅 빈 충만 혹은 비워야 채우는 법을 봅니다.
햇살을 담고 싶다면 속을 비워야 하고, 그들에게 속을 비운다는 것은 죽음
물론, 그들이 햇살을 담기 위해 비운 것은 아니겠지요. 비우니까 채워진 것이겠지요.
채워지지 않음을 고민하는 것보다 비우지 못함을 고민하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떠오른 단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아침 회의에 신경을 곤두세우다보니 그 단상이 다 지워져 버렸습니다.
아마도
머리로만 이해하고 마음으로 감동을 받지 못했던 내용이었기에 그리도 지워져 버렸을 것입니다.
하루에 한 번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 삶을 낭비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에게 구구절절한 삶이 누군가에겐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으며
자신에게 아무 것도 아닌 삶이 그 누군가에겐 구구절절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삶은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