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포토워크숍 13기 부산~대마도편 참관기

사진에는 사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한겨레포토워크숍 13기 <부산 대마도> 편이 진행되었다. 참가자는 총 19명이었으며 임재천 작가와 한겨레 곽윤섭 선임기자가 동행했다. 참가자들은 1인당 10장씩의 포트폴리오를 제출했으며 심사결과 주용성(상명대 사진과 3)씨의 <기다림의 시간과 부산>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주씨의 수상작품 전체는 한겨레 웹진 <사진마을>에 실린다. <부산 대마도> 포토워크숍의 소감을 참가자 중 한 명인 임희정(교사)씨가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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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에 추락한 비행사에게 어린왕자는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한다. “그래. 사람이든, 별이든, 사막이든 그걸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있기 때문이야”라고 어린왕자에게 비행사는 답한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어딘가 있는 우물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사막에는 사막만 있는 것이 아니듯 사진에는 사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포토워크숍은 사진도 보이지 않는 오아시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여행이었다. 

전주에서 일을 끝내고 3시간 넘게 운전해서 도착한 부산에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방을 같이 쓰게 된 사람은 사진을 전공한 스물여섯 살의 예함씨였다. 첫 만남이었지만 사진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어서 쉽게 이야기가 통했다. 나이 차이는 많았지만 예함씨는 워크숍 내내 내 친구가 되어 주었고 사진에서는 선생님이 되어주었다. 예함씨와 또 사진이라는 같은 관심사를 공유했던 워크숍 참석자 모두는 내가 여행에서 발견한 첫 번째 오아시스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지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이튿날, 미포에서 일정이 시작되었다. 임재천 작가님과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부산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미포를 지나면서 해운대와 미포가 아마 그런 아름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다음으로 오륙도와 해파랑2길을 따라 사진을 찍게 되었다. 어제는 폭우가 내려 사진을 찍기 어려웠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찜통처럼 푹푹 쪄대는 날씨에 걷는 내내 카메라가 무겁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덕분에 부산의 명물 팥빙수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감천마을에 가게 되었다. 국내 유명 포털과 블로그에서 많이 보아왔던 사진 찍는 이들의 성지를 첫 방문하게 된 것이다. 마을 입구에서 곽윤섭 기자님이 즉석에서 사진 찍는 방법을 몇 가지 알려주셨다. 이제 와서 찍었던 사진을 확인해 보니 그 때 곽 기자님의 날카로운 지적이 없었다면 내 사진들은 정말 산으로 갔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두 시간 이상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고 다니면서 들여다 본 감천마을에는 길 한복판에서 관광객은 아랑곳하지 않고 화투로 운세를 떼고 계시던 아저씨며 모든 사람들에게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어 주인장의 ‘개조심’이란 경고를 무색하게 만들었던 개의 모습이 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 보았던 관광지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일상의 감천마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내가 발견한 두 번째 오아시스였다. 사진을 찍기 위해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보이지 않던 속살이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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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장이 쪼그라들었던 시간, 약이 된 쓴소리


 심장이 쪼그라들었던 사진리뷰시간.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일은 아직 낯설고 긴장되는 일이다.  티를 안내려고 노력했지만 속으로 엄청 떨고 있었다는 것을 여기서 말해두어야겠다. 참가자들이 각자 찍어서 준비한 사진을 다 같이 보고 곽 기자님과 임 작가님이 사진에 대한 평을 해주셨다. 앞으로 계속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약이 되는 쓴 소리가 많았지만, 쓴 약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사진은 관찰자가 아니라 사진이 찍히는 순간에 찍는 사람, 찍히는 사람이 공감을 만들어야하고 내가 그 공간에 능동적으로 포함되는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나는 아직도 사진기 뒤에 숨어 늘 찍히는 사람들을 엿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찍히는 누군가를 똑바로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아직은 없었던 것이다. 실제 사진은 찍힌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결국 찍는 나를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기 위해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좀 더 다가서는 것, 이것이 내가 얻은 세 번째 오아시스였다. 스승의 가르침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두 분 말씀에 좀 더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사진 리뷰를 마치고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사진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사진 찍을 때 가지던 두려움과 질문들을 마음 놓고 물어볼 수 있었다. 그들은 사진 찍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질문도 이상할 게 없었다. 기분 좋은 밤이었다.  


 낯설지만 낯설 않은, 닮았지만 닮지 않은 


 마지막 이틀의 일정은 대마도에서 이루어졌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남짓하면 도착하는 일본 땅.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곳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었다. 사람도 자연도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여기는 일본이었다. 첫날 작은 어촌마을에서 사진을 찍게 되었다. 우리나라 80년대 쯤 되어 보이던 이발소가 눈에 들어왔다. 창문 넘어 보이는 면도를 하는 아저씨의 모습에서 같은 일을 사십년 넘게 하셨던 아버지의 모습 때문에 친근해 보여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아직 용기를 내서 다가가지 못했다.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기는 했지만 실천까지 가야할 길이 멀다고 느껴졌다. 다음에는 용기를 내보겠다는 다짐으로 하루가 저물었다.
 마지막 날은 아침에 이즈하라의 명물 반쇼인(만송원)으로 첫 사진 찍기를 시작했다. 돌계단길, 잘 보존된 석등과 아름드리 삼나무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곳이었다. 사진에 담으면서 우리나라의 산림과 문화재도 이렇게 잘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이즈하라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본식 가옥들과 거리 풍경을 담았다. 자세히 들여다 보니 처음에 우리나라와 닮아 보였던 대마도의 풍경이 다르게 보였다. 부산행 페리에 몸을 실었고 길었던 삼박사일의 한겨레 포토워크숍이 끝이 났다.
 사진 안에도 사람이 있다.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사람들 사이에도 이야기가 있다. 함께 워크숍에 참가했던 사람들과 길에서 마주친 보통의 사람들, 사진에 대해 알려주신 곽 기자님 임 작가님 모두 내가 사진을 찍는 긴긴 사막을 건너는 데 오아시스 같은 만남이었다.

 글·사진 임희정/ 전주 북일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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