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루체른에서 (빈사의 사자상)
프랑스 혁명때 패배한 부르봉 왕가를 지키다가 전사한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는 루체른, 빈사의 사자상..
어떤 미국 소설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바위 조각이라고 했다는....
깍아지른 바위 아랫턱에 생긴 그대로
생생하게 조각한 죽어가는 사자의 모습,
그리고 그 위에 새긴 글은
HELVETIORUM FIDEI AC VIRTUTI
"충성스럽고 용감한 스위스인들을 위하여"
그들의 죽음은 프랑스 왕과 왕비를 위한 충성스런 희생이었다고도 하고,
스위스 용병의 용맹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용감한 전사였다고도 하고....
그러나 기실 그들이 싸운 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생계를 위해서였으니,
샐러리맨이 샐러리를 위해 일하듯, 용병들 또한 그들의 생계를 위해서 싸웠으니...
<꽃보다 할배>에서 일섭할배가 사자의 표정을 보면서
"죽는구나.. 고단하다.. 피곤하다.." 라고 대사를 말해준 건
오랜 연기의 관록으로 용병들의 고단과 피곤을 읽어낸 것....
생계를 위해서 낚시바늘이 있는 미끼를 물어야 하는 생활을
"밥벌이의 지겨움"이라고 어떤 한국 소설가는 자조적으로 말했지만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는 빈사의 사자가 보여주는 건 "밥벌이의 엄숙함"
그들의 살림살이를 위해서 그들의 생계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는 빈사의 사자상은
역설적으로 아름다웠고 비극적으로 위풍당당하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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