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포토워크숍 제19기 시모노세키 편이 지난 8월27~30일 일본 혼슈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에서 열렸다. 이번 워크숍도 한겨레 사진마을과 북유럽 전문 여행사 미지투어, 한겨레교육문화센터가 함께 진행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이 제출한 10장씩의 포트폴리오를 현지 동행 강사였던 신미식 사진가와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가 심사했고 최우수작 없이 우수작 두 편을 뽑았다. 우수작은 김제숙씨의 ‘개별의 삶, 보편의 삶’, 정태경씨의 ‘시선, 그리고 또 다른 시선’이다. 시상식은 10월6일 저녁 7시30분부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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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포토워크숍-19기 시모노세키편

최우수상 없이 김제숙-정태경 우수상 공동 수상

  

시모노세키 워크숍을 마쳤다. 신미식 작가와 나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참가자들의 사진을 다시 보며 엄중하게 심사를 했다. 여느 때와 달리 약간 의견이 갈렸다. 어느 한 명의 특출한 작품 10장이 있었다면 고르는 것이 쉬웠을 것인데 다들 조금씩 부족하다 보니 ‘누가 덜 부족한가’를 살피는 심사가 되었다. 최우수상 없이 우수상 두 명을 뽑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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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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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경은 의욕만 앞세웠던 ‘한겨레포토워크숍-울산 편’ 과 비교하면 일취월장이라 할 수 있다. 초보가 기본기를 습득하고 난 다음 본인의 허물을 깨닫기만 한다면 초보의 냄새를 지우는 것은 순식간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한겨레포토워크숍에 두 번 이상 참가했을 때의 장점 중의 하나가 바로 발전의 과정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다는 데 있다. 정태경의 울산 사진은 제구력이 엉망인 상황에서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 중구난방으로 공을 뿌린 선발투수에 비유할 수 있었다. 이번 시모노세키 편에선 ‘김성근 감독의 특훈’을 소화해낸 듯이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아직 10장이 균질하지 못하다. 형식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동일한 구질이 연이어 들어와 다음 공이 뭔지 예상 가능하다면 통타당할 가능성이 크다. 10장의 사진을 순서대로 클릭할 때마다 새로운 구질을 선보여야 끝까지 버틸 수 있다. 욕심을 버려야 전체 10장이 다 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금과옥조는 초보나 작가 모두에게 적용된다.
 
 뜯어서 구체적으로 보자. 정태경은 작가노트에 해당하는 짧은 글에서 “그들의 소소한 이야기와 시선들을 통해 나만의 다른 시선으로 그들만의 일상을 담고자 노력하였다”라고 했다. 작업에 관한 의도, 작업을 하다가 느낀 생각 등을 정리한 것이 작가노트인데 굳이 길게 써야하는 것은 아니다. 짧아서 명쾌하다. ‘소소한 이야기와 시선을 나만의 다른 시선으로 그들만의 일상…’이라고 했다. 사진가가 사진으로 이야길 풀어나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히 나만의 시선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핵심 낱말은 소소한 이야기이며 그들만의 일상이다. 사회적, 시대적 거창한 화두가 아니라 시모노세키에서 스쳐간 현지사람들(그들)의 삶을 보겠다는 뜻이다. 짧은 워크숍 동안 현지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들어갈 여유가 없으니 이 또한 상식적이다. 그렇다면 다음 관건은 어떻게 보느냐인데 정태경만의 시선이 무엇인지가 결정적인 열쇠고리다. 그게 과연 있기나 한가. 있다면 다른 (워크숍 참가자들) 이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
 
 정태경의 사진에 등장한 사람들은 모두 현지인들이다. 기차표를 팔거나 사고, 어시장에서 초밥을 팔고, 일본성 앞을 지나가거나 어떤 매표소에서, 카페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환자복을 입고 걷는 사람들은 모두 일본인이며 시모노세키 사람들이다. (일본성 앞에서 흩뿌리는 비를 맞고 거니는 사람들은 관광객일 수 있고 외지인일 수도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자기들의 일상을 영위하고 있으니 여기까진 충실하게 작업의도를 이행하고 있다. 그럼 이 현지인들은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거나 면을 뽑는 것이 주방의 일이니 심드렁할 수 있다. 여기까지도 충실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그러면, 나만의 시선은?  1번 사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거리를 둔 시선으로 찍었다. 반영을 통하거나 프레임에 가두거나 앞에 뭔가를 걸쳐서 찍었다. 2번은 앵글을 바꿔 같은 효과를 냈다. 여기까지도 잘했다. 의도한대로 공을 보내려고 노력했다는 게 바로 이 말이다. 마지막 관문에 대해 이제 시작한다. 의도는 강한데 뻔하다. “어디 칠 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같은 구질로 계속 던지다가 연타석 홈런을 맞은 적도 있는 최동원 선수를 기억한다. 그건 명품이자 전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부분은 “알면서도” 워낙 센 공이라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정태경은 아직 최동원이 되려면 멀었고 사진 한 장이 그렇게 강렬하지 않다. 그러므로 변화를 더 줄 필요가 있다. 4번 좋고 8번 좋은데 나머지는 예측 가능한, 평범한 변화구라서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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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숙의 사진을 우수상으로 뽑으면서 그동안 19번의 워크숍 때마다 반복했던 얘기를 또 한 번 더 하지 않을 수가 없다. 10장의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 한 명이 찍은 것 같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10장이 다 비슷하게 보이라는 소리가 아니고 맥락의 연결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언제나 놓친다. 사람의 마음이 아침 다르고 점심 먹고 나서 달라지고 잠자리에 누울 때 또 달라질 수 있다곤 하지만 사진가가 작품을 한다면 그래선 안 된다. 긴 사진가의 일생에서 시기별로 관심사와 관점이 달라질 수 있지만 한 시기, 한 작품 안에서 이랬다저랬다 바뀌는 것은 곤란하다. 정태경의 균질하지 못함과 다른 층위의 지적이다. 정태경은 공이 빠르든 느리든 가운데로 던졌는데 빠졌든 상관없이 한 가지 목적은 보였다. 반면에 김제숙의 사진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 사진의 완성도가 고루 뛰어나다는 -마치 칭찬처럼 들리겠지만- 점을 못 본 척할 순 없는 것이다.
 
  구체적인 지적을 한다. 김제숙은 (정태경보다는) 조금 더 긴 작가노트를 남겼지만 결국 요약하면 “개별의 삶은 결국 보편의 삶이고 또한 최선의 삶이라는 진리를 깨닫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온다”라는 한 문장만 남는다. 개별, 보편, 이것이 최선, 다시 원래의 자리…. 크게 보면 정태경과 같은 말이고 크게 보면 다른 몇몇 참가자들의 시선과 유사하다. 이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 설령 내가 찍는다고 해도 그런 입장을 견지했을 것이다.
 
 역시 문제는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며 다시 말하면 한 명이 찍은 사진으로 보이질 않는다는 이야기다. 1, 2, 3번 일관성이 있다. 4, 5, 6, 7번도 자기들끼리 일관성이 있다. 그런데 두 번째 그룹은 화장실 갔다와 마음이 바뀐 상태에서 찍은 것 같다. 8번에서 “어이쿠! 내가 어디 있지?” 하며 다시 첫째 그룹으로 가려다가 9번에서 완전히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으며 10번에서 초심을 찾아 마무리는 했다. 최소한 3명이 합작한 사진처럼 보인다. 이런 조언을 드린다. “나는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찍고 있으며, 나는 어떻게 이 대상을 바라보는지”에 대해 정신을 놓지 말아야 한다. 찍을 땐 그게 어렵다. 사진을 고를 때는 정화수 떠다놓고 그렇게 해야 한다. 물론 그렇게 골라낼 수 있도록 찍어둔 사진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아마) 그 정도는 되어있을 것이다.
 두 분 모두 정진해야 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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