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기 한겨레포토워크숍 심사평
 김한선 최우수상-장승원 우수상-이시내 장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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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기 한겨레포토워크숍 참가자들이 10월27일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2리 모운동마을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박호광 사진작가
 
 10월 27~28일 열린 한겨레포토워크숍 10기의 촬영지는 제천, 단양, 영월이었습니다. 첫날은 비가 많이 내려서 참가자들이 카메라로 각자의 시선을 담느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역력했지요. 고단한 몸을 쉴 새도 없이 저녁 리뷰에 제출할 사진을 고르느라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새벽 세시까지 진행된 이재갑 선생님 리뷰에서는 연신 책상 위로 쓰러지는 몸을 가누며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참가자들의 열의에 새삼 워크숍의 진정성을 되새기게 되더군요. 
 
 “시상에... 이래에 힘들쭐이야…” 
 
 폐교를 개조한 민박집 숙소에서 딱딱한 목재 침대에 누워 얇은 담요 한 장으로 밤을 지내고 8시 아침 식사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일곱시 반에 맞춰 놓은 알람이 울렸을 때, 여전히 눈을 못 뜨고 있는 제 머릿맡에서 혼잣말로 탄식을 뱉어내는 낯익은 경상도 사투리 한 자락이 들려왔습니다. “시상에... 이래에 힘들쭐이야….” 저는 눈을 번쩍 뜨고 그 주인공을 보았습니다. 
 언뜻 보아 저보다 높은 연배에 썰렁한 교실에서 달랑 난로 하나로 늦가을의 밤을 견뎌내야 했던 참가자에 대한 안쓰러움은 둘째고 그 잦아들어가던 사투리에 배인 고단함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다 사진이라면 천리만리 도망가시겠네, 걱정도 되었지요. 그런데 웬걸요……. 아침밥을 먹으러 가는데 한껏 긴장된 표정을 반짝반짝 빛내며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걸고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돌아나가는 주인공을 또 목격한 겁니다. 저는 고개를 갸우뚱했지요. 힘들다고 하시더니 식전에 웬 사진??? 
 
 현실의 장소를 내면의 장소로 바꿔놓은 내밀한 고백
 
 워크숍에서 돌아온 후, 참가자들은 10장의 사진을 제출했고 이재갑, 이상엽, 곽윤섭 선생님과 심사에 참여해서 최우수 수상자를 결정했습니다. 최우수상은 ‘소통을 위한 칸타빌레’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제출하신 김한선 선생님이 차지했습니다. 최우수작은 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이 복잡한 미로처럼 서로를 이끌어가는 이미지의 연쇄들이 단연 돋보였습니다. 창문 안의 고양이, 고인 물에 비친 기와지붕, 담벼락 뒤에 버려진 문틀, 텅 빈 운동장, 거리를 반영한 쇼윈도……. 그 안에 찍힌 것이 무엇이든 이 말과 단어들을 초월한 불가사의한 아름다움이 엄습해올 때마다 깨어나고 싶지 않은 꿈을 꾸는 기분이었습니다. 현실이라는 보편적인 장소를 한 개인의 비밀스런 내면의 장소로 바꿔놓은 시적이고 내밀한 고백들. 사진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인지하고 발견하는 사진가의 모습이 절로 그려지는 사진들입니다. 
 
 끊임 없이 변하는 공간과 순간 사이 사이 슬쩍 슬쩍
 
 우수상은 장승원 선생님의 ‘가을을 적시다’입니다. 우수작은 끊임없이 변하는 공간과 순간을 보여주는데 그 사이 사이 걷는 자의 다리가 슬쩍 슬쩍 반복됩니다. 걷는다는 행위에 사진가가 멈추어 바라본 장면들이 한 겹씩 늘어갑니다. 한 순간도 고정된 모습을 갖지 못하는 삶속에서 그 사진들이 언젠가 그 자신의 응시의 역사가 될 것은 분명합니다. 장려상 수상작은 사진에서 가장 본질적으로 중요한 ‘본다’는 행위에 집중한 작업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한 참가자 가운데 한명을 선정했습니다. 이시내 선생님의 ‘Action of Color’가 뽑혔습니다.
 
 드디어 11월 7일 한겨레신문사 본사, 후속강의에서 시상식이 열렸지요. 그런데 최우수 수상자의 이름을 호명했을 때 자리에서 일어난 참가자의 얼굴을 보고 저는 의자에서 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참가자 번호와 사진만 보고 심사했기에 누구의 사진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네분의 심사위원들에게서 최고점을 받은 분이 바로 그 “시상에 ……. 이래에 힘들 쭐이야…….”의 주인공인 김한선 선생님이었던 것입니다. 
 
 탄식을 땀처럼 닦아내던 그 사람이 바로 그 사람
 
 이럴 때 살 맛 납니다. 마구 힘이 솟아오릅니다. 저절로 터져 나오는 탄식을 흐르는 땀처럼 닦아내고 카메라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길을 나서던 김한선 선생님. 많이 걷고 많이 보고 그래서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육신의 고단함이 크면 클수록 사진으로 보여주는 세계도 넓고 깊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김한선 선생님이 그려낸 노력과 결과물이 정직하게 비례하는 사진 좌표 앞에서 맥빠지게 스러지던 제 작업에 대한 의지가 스프링처럼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박태희/ 사진가 
 저서/ <사진과 책>(2011, 안목), 사진집 <사막의 꽃>(2011, 안목), 번역서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노트>(2011, 안목)와 앤셀린 제거의 <사진, 찍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2008, 미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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