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로 가는 길이 확장되면서 옛길을 다닐 일이 없는터라, 이전에 강원도를 오갈때면 늘 들르던 그 집이 어딜까 궁금했다.
아내는 이번에야말로, 그 집에 가서 밥을 먹고 가야겠다고 했다.
장남교차로, 그곳이었다.
그러나...그 옛집은 그냥 그곳에 있었다. 할머니는 "그 사람들도 먹고 살자고 하는건데 어쩌겠어요. 길이 뚤리고 나서 손님이 확 줄었어요."라고 옛 명성을 추억하는 듯했다.

음식점 뒤로 돌아가보니 옛날 그 장독대가 그대로 있다. 음식맛을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의 입맛이 달라졌다.
보리밥과 청국장, 시골손두부로 배를 채우고 강원도를 향해간다.

숙소인 한화콘도, 용대리부터 시작된 빗줄기는 미시령터널을 지나자 제법 굵은 비가 되어내렸다.
이곳도 감자바우를 간 것 정도의 세월 찾질 못했던 곳이었다.
바람이 시원하니 그냥 잠을 자면 달콤한 잠을 잘 것 같다.
그러나 오랜만에 처갓집 식구들과의 여행인데다 참석자 중에 막내이므로 눈밖에는 나지 않을 정도의 요령이 필요할 터이다.

후발로 출발한 팀이 배가 고프다고 바로 가까운 동명항으로 오란다.
비는 더 거세어졌고, 바람도 가세해 태풍이 온듯했다. 영금정 아래 '원산슈퍼'가 바람에 펄럭인다.
주변엔 횟집들이 즐비하고 24시간 영업하는 집도 있다. 차마, 차에서 내릴 수가 없다.

먼저 바다로 갔다.
파도가 장관이다.
비는 거의 사선으로 맨살을 때렸다.
카메라를 가지고 밖에 나가자마자 몸이 다 젖어버린다.
무슨 정신으로 사진을 담았는지, 왜 그 사진을 담고 싶었는지...다음날 보니 그 밤에 찍은 것 중 쓸만한 것은 없다.
단 한 장의 유일한 순간의 사진은 있어도...

일명 '스끼다시'는 없다고 한다.
하필이면 두 눈 껌뻑이며 지느러미를 파르르 떠는 모양새로 접시에 담겨나왔다.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동물애호가도 아니지만 조금은 잔인하다 싶었다.
그러나 어차피 인간은 죽음을 먹고 살지 않는가?
운전을 해야하는 관계로 곁들여먹지 못한 것들로 아쉬웠다.
감자바우에서 먹은 보리밥과 청국장이 뱃속에서 불었는지 늦은 밤임에도 포만감에 복부가 불편하다.
아, 생각해 보니 운전을 하면서 누룽지를 내내 먹었다. 그게 불어버린 것이다.
회는 그냥 몇 점 먹고, 얼큰한 매운탕 국물로 속을 풀었다.
그날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흉내내지 말라고 했는데, 빔 벤더스의 <한번은,>을 본 후 한번은 해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