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원, 분뢰된 공간
치유와 소외의 공존 ‘공원의 패러독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저녁 10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무심코 이메일을 열어 보니 한겨레포토워크숍 6기 최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는 뜻밖에 소식이 와있었다. “아자~~~!!” 그동안 출사는 많이 다녔으나 이번처럼 하나의 주제로 10장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워크숍은 처음이어서 유난히 부담이 많았는데 이렇게 최우수작이라니!
이번 워크숍 참여는 참 우연이었다. 한참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친한 선배에게서 한겨레포토워크숍에 참여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일도 바쁘고 연휴 가족여행 계획도 하고 있었는데, 워낙 내 사진을 잘 알고 내가 좋아하는 선배이기에 두말 않고 동참하기로 했다.
출사 하루 전날인 금요일 오후에 선배가 만나자고 해서 조금 의아했다. 그동안 많은 출사를 함께 다녔지만 무엇을 찍을 것인가 사전에 협의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선배가 “이번 포토워크숍 테마는 공원인데 어떤 주제로 10장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것인가?”라고 물었다. 머리가 아파왔다. 나만의 주제를 무엇으로 만들지…. 한참이 지나도 내가 입도 못 열자, 직접 공원에 가서 보면서 생각하자고 했다.
공원에 오길 잘했다. 도착해서 공원을 직접 보니 많이 것이 보였다. 공원을 걸으면서 눈으로 보이는 것, 귀로 들리는 것, 그리고 머리속에 떠오르는 단어를 적기 시작했다.
“도시, 사람, 나무, 휴식, 그늘, 고궁, 쉼, 소품, 돌담, 벤치, 잔디, 햇살, 한가로움, 소나무, 바람, 새소리, 운동하는 아주머니의 활기, 노는 아이의 미소, 데이트 나온 커플의 풋풋한 사랑, 유모차 미는 엄마의 미소, 혼자 벤치에 앉아 생각에 빠져있는 양복 입은 중년의 고민, 음악 들으며 오후를 즐기는 젊은이의 밝음, 아주 천천히 걷는 노인의 고독감....”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아니 다양한 감성들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열린 공간에 같이 있지만, 그 안에서 자기들만의 보이지 않는 독립된 공간을 갖고 있다. 그 속에서 웃고, 대화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누군가를 기다린다. 한편으로는 1미터도 되지 않는 바로 옆에 있어도 다른 이들에게는 눈길 한 번 안 주는 무관심을 체감할 수 있는 삭막한 장소이기도 하다. 독립된 치유의 공간이자, 같이 있어도 서로서로 소외된 이중의 공간. 공원의 패러독스였다.
1박2일 한겨레포토워크숍을 통해서 사진 기술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마음 자세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황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