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포토워크숍 28기 담양편


최우수상 윤홍기씨 ‘죽(竹) 같구나’
 
한겨레포토워크숍 28기 대한사협-담양편이 지난달 14일과 15일에 걸쳐 전남 담양일원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보낸 사진을 박태희 작가와 곽윤섭 선임기자가 심사했고 윤홍기씨의 사진을 최우수상으로 뽑았다. 박태희 작가가 심사평을 보내왔다.


yhg01.jpg yhg02.jpg yhg03.jpg yhg04.jpg yhg05.jpg yhg06.jpg yhg07.jpg yhg08.jpg yhg09.jpg yhg10.jpg yhg11.jpg yhg12.jpg yhg13.jpg » 최우수작 윤홍기씨 작품 <죽(竹) 같구나>  
 내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을 카메라로 찍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촬영을 할 때, 우리는 내 앞에 놓인 세상과 뭔가 은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카메라가 없다면 무심히 스쳐지나 갈 장면이 뭔가 의미심장한 모습으로 시선을 끌어모을 때, 우리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문득 그때  찍은 사진을 마주하는 순간, 이 견고한 세계의 틀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느새  나는 그 사진의 공간 속에 들어가 있다. 이때 사진은 주술사의 유리구슬처럼 우리를 다른 세상과 연결해주는 매개다. 물론 다른 사진가의 작업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그 사진가의 눈을 통해 나는 사진 속 세상과 매개된 것이다.
 10월 초, 담양에서 열린 한겨레 포토워크숍에서 우리는 가을 날의 빛과 바람과 스치는 대나무 이파리 소리에 귀를 홀리며 수백 년 삶의 틀을 이루었던 담양이란 공간의 이 구석 저 구석을 걷고 또 걸었다. 소쇄원은 공사중이라 들어가지 못했고 메타세쿼이아 길은 입장료를 내야하는 관광지로 바뀌어서 촬영을 포기했지만 대신 윤홍기님은 시멘트 담벼락 사이에 끼어 시퍼런 이끼를 뒤집어 쓴 저 고목의 비정한 모습을 담아냈고 도시도 농촌도 아닌 어정쩡한 풍경 속에서 대추나 효자손을 쌓아두고 추상처럼 앉아있는 늙은이들이 보도블록의 그림자처럼 사라져가는 장면을 포착해냈다.  
 윤홍기님의 작업이 작가노트에 풀어낸 것처럼 삶과 죽음의 단상이라는 분명한 주제를 담고 있다면 담양의 오랜 모습이나 잔영 같은 것들을 최대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감추어 놓은 듯한 진영갑님의 은밀한 사진 두 장 (연속적으로 나오는 사진 두 장, 지붕과 지붕을 뒤덮고 있는 숲)은 그 의미를 계속 반추하게 한다. 대체 이 기묘한 풍경은 무엇을 보여주는 것일까? 마치 영화 시민케인에서 케인이 죽기 직전에 내뱉은 ‘로즈버드’의 의미를 찾는 기자처럼, 저 사진의 의미를 찾아 담양이란 기억의 공간 혹은 사진가가 살아왔던 시간 속으로 들어가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모호한 이 사진에서 어처구니없는 익살을 느꼈을 때, 아마도 이 사진의 의미는 바로 세상 속으로 꽁꽁 숨는 것으로 오히려 드러나는 데 목적이 있는 우리 존재를 표상하는 게 아닐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고 이 대목에 이르러 가뭇없이 쓸쓸해졌는데 문득 우리가 할 일은 이렇게 사진을 매개로 우리 안에 숨겨진 감정들을 밝혀내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인생을 앞에 두고, 풍경을 앞에 두고 우리는 얼마나 더 쓸쓸해져야 할까? 쓸쓸해져야 나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계속 사진을 찍어야 하리라.
  진영갑님의 사진이 그 안에 담긴 비밀을 알아내고 싶게 만드는 열망을 촉구한다면, 비밀을 아예 온전히 드러내는 사진들이 있다. 알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그 비밀을 눈앞에 펼쳐놓은 듯한 신현순님의 사진들은 나뭇잎마저도 어떤 예감으로 가득하다. (위에서 4번째)  <익숙한 낯섦>이라는 제목은 정확했다. 늘 보던 일상의 장면들도 마치 처음 경험하는 듯 사뭇 다르게 느껴지고 햇빛 속에서 살아있는 떨림이 감지되는가 하면 가을의 공기가 잔물결처럼 피부에 와닿았다. 이 세계의 미세한 음영들이 신현순님의 사진으로 매개될 때, 우리가 알고 있으면 얼마나 알 것이며 가장 하잘 것 없다고 여겨지는 디테일 속에 얼마나 고귀한 가치가 스며 있는가 반문하게 된다. 고요하게 지나온 생애를 되돌아 보듯 경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삶을 대하는 그녀의 자세가 사진에 고스란히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소은희님의 마지막 사진 (대문) 과 김호영님의 두 번째 사진 (집)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명확한 현장의 기록 혹은 자아가 제거된 사진 표현이  어떻게 가장 위대한 예술이 될 수 있는지, 한 사람, 한 공간, 한 때, 그 대상이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사진의 기능이란 다른 예술 매체와는 대별되는 사진만의 특성으로 사진가로서 우리가 늘 유념해야 하는 가치라는 점만 언급하자.  
 참가자들 가운데 다섯 분의 작업을 보면서 중요한 사진들을 중심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풀어보았다. 사진 선별이나 구성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윤홍기님의 작업이 이 가운데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여겨진다. 사진 편집은 사진의 내용을 다루는 과정이기 때문에, 사진 작업에서 가장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진 편집을 통해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깨닫게 된다.” - 필립 퍼키스

박태희 (사진가, 안목출판사 대표)




최우수상 수상소감/윤홍기


 죽(竹) 같구나
 
담양?yhg001.jpg » 최우수상 윤홍기
대나무를 찍는다? 많은 생각을 하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참가하다 보니 복잡한 생각에 죽 같구나!
 
생과 사에 대해 줄거리를 만들며 계속해서 그것에 맞는 장면을 찾았고 찍은 사진에서 비게 된 장면은 순서로 보완하였다.
어둠을 사(死)의 세계로 밝음을 생(生)의 세계로 갈등, 쇠락, 생동, 협동, 구원 등을 표현하였다.
일반적 결론은 삶에 희망이 있다는, 그러한 희망만으로는 위로가 안 되기에 생과 사가 순환되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이번 기회는 사진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1박 2일을 같이하였던 참가자 및 박태희 작가님, 곽윤섭선생님께 많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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