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를 지켜주는 것들
녹슬고 버려져도 숙명같은 인연
사무실에서 곽기자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당선소식에 혹 기자님이 잘못 전화하신 것은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3년 전쯤 절친한 친구와 한겨레문화센터의 사진 기초반 강좌를 듣는 것을 시작으로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여 인물, 풍경, 접사 등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그럴수록 사진은 알 수 없는 대상이었으며 답답함만 안겨주었습니다. 사진으로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진에 대한 여러 의문을 품고 있던 중 “한겨레포토워크숍-5기 태안 일대” 행사 소식을 접하고 메시지가 담긴 사진을 찍는 포토스토리반을 겁도 없이 지원하였습니다.
빡빡한 강행군의 3박 4일의 일정은 힘들었지만 함께하신 분들의 사진에 대한 열정과 진행스텝의 세심한 행사진행에 아주 활기차고 즐겁게 사진을 찍고 평가를 받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같이하신 분들의 훌륭한 사진을 감상하는 것과 리뷰를 듣는 일은 사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 시켜주고 사진이 무엇인지를 어렴풋이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사진의 주제를 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도 상황이 많이 변해서도 헤어지지 않을 수 있는 사이. 그 관계를 지탱해 주는 것들을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관계는 행복하지 않아도 희망적이지 않아도 좋습니다. 평생 외롭지 않게 싸울 수 있는 원수라도 같이 있었으면 하는 그런 절박함을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로 했습니다.
녹슬고 버려지고 잊혀지더라도 결코 헤어지지 않는 그런 운명, 숙명 같은 인연이 내게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소재를 찾아 찍었으나 첫날의 리뷰 시간에 곽기자님의 혹평을 혼자서 이겨내야 할 정도로 참담했습니다. 대상의 표현이 직설적이고 단순하다는 곽기자님의 평가를 염두에 두고 다시 작업을 했습니다. 그리고 기대하지 못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 진지한 자세로 세상을 보고 느끼며 사진을 마주하겠습니다. 5기 여러분들과 심사위원 분들께 정말 감사 드리며 오랜 인연으로 같이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