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가 오락가락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한라산 숲에는 작은 생명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의류에 속하는 이끼들이 겨울을 맞이하여 그 푸름을 더해가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예전에 거닐다 쉬곤하던 바위를 찾았는데, 다행히도 그곳에 서있었습니다.
그 바위는 많은 생명들이 깃대어 사는 바위입니다.
이름은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다 세어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그 바위엔 수십종이 식물과 수십종의 생물이 깃대어 살고 있을 것입니다.
단, 크거나 잘 생긴 것들 말고 작고 못 생긴 것들 말이지요.
일엽초라는 식물입니다.
고사리과는 모양새도 모양새지만 이파리 뒤에 있는 포자의 모양으로 구분을 합니다.
밤새 내린 비에 이파리를 활짝 핀 모습이 편안해 보입니다.
목이 마르면 베베꼬여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하거든요.
솔이끼와 꼬마컵요정지의라는 식물입니다.
땅의 옷에 해당되는 식물이라 '지의류'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저들은 땅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자라나고, 오래된 바위나 나무에 붙어 아주 조금씩 그들을 부드러운 흙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들이 있어, 지금의 고슬고슬한 흙이 있는 것이고, 그 흙이 생명을 품게 된 것이니 그들이야말로 생명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랜만에 한라산 숲속을 싸돌아다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