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자식자랑하는 것처럼 팔불출이 될 것 같지만,
요사이 자꾸 아파하는 제 카메라를 보니
그동안 고생 많이 했는데 더 늦기 전에
자랑이라도 해 주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디지털 카메라 100% 활용하기>- 준비물:디지털 카메라
2008년도 가을 문화센터 강좌의 이 제목만 보고 집에 있던 똑딱이카메라 들고 덜렁덜렁 수업을 들으러 갔었다.
당시, 나의 꿈은 블로그를 만들고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고 꾸준히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과 나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첫 수업시간.
이럴수가... 디지털 카메라가 내가 알고 있는 그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었다.
나를 비롯해 나같은 아줌마 두셋만 똑딱이 카메라였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름도 생소하기만 하던 dslr 장비를 삐까번쩍하게 차려서들 가지고 온 거였다.
이거...잘못 왔구나. 첫수업은 원래 그냥 들어도 되는거니까 수업 마치는대로 환불하자 마음먹었다.
하지만, 결혼후 아이만 키우다가 정말 오랜만에 수업을 듣고 무언가를 배운다는 사실에 2시간의 첫수업시간이 어찌나 행복하던지...
차마 환불을 하지 못하고 집으로 그냥 돌아왔다. 게다가 첫 수업시간 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까지 싸안고서...
광각과 망원, 열심히 숙제를 해서 올렸다.
그리고, 두번째 수업시간, 머리는 이미 수업을 이제 그만 두는게 옳다고 하지만, 내 마음은 자꾸만 못 그러겠다 한다.
선생님께 컴팩트카메라로도 수업 가능할까요, 여쭈었더니...아무래도 한계가 있지요. 하신다.
그래도 사용법을 익혀두고 나중에 카메라를 새로 구입해도 되지 않을까요? 했더니
그럴거면 지금 카메라를 구입해서 배우는게 맞지 않겠느냐 하신다.
100만원에 달하는 거금. 결혼후 한번도 나를 위해 이렇게 큰 돈을 써본적이 없었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그때 장만했던 것이 지금의 EOS-450d 그리고 번들렌즈.
기계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내가 처음 카메라가 배달되어 왔을때는 적잖이 실망도 하고 난감하기도 했었다.
렌즈가 장착도 되어있지 않으니 카메라같지 않고 장난감 같아보이기만 했다.
스트랩 끼우는 것까지도 내가 직접 해야 했다.
그날밤을 지새우며 더듬더듬 나의 카메라를 완성시켰더니 훤히 동이 터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사용설명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줄을 치고 형광펜으로 그려가면서 보고 또 보았다.
그렇게 낯설기만 하던 녀석이었는데...
이제는 아무리 많은 같은 기종의 카메라 틈에 끼여 있어도 내 카메라는 내가 찾아낼 수 있을정도로 나의 손때가 묻은 나의 첫 카메라이다.
목에 걸고 다니다보니 여기저기 찧인 상처도 많고, 비오는 날 비맞기는 예사고, 부품도 떨어져 나가고, 껍질도 벗겨졌지만...
살면서 내가 처음으로 사랑해본 사물이다.
두손으로 꼬옥 싸안으면 내 카메라가 말을 하는것 같다. 이런 내 맘을 다 알고 있다고...
눈을 감고 카메라에 손을 대면 내 심박수가 올라간다. 나 확실히 이녀석을 사랑하고 있다.
한때는 부끄러워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전혀 아니다.
사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행복했던 순간, 기뻤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 모두를 함께 했던 나의 카메라가 너무나 고맙고...
오랜시간 건강히 버텨주어서 더 고맙다.
그런데 요사이 삐걱삐걱 한두군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음이 짠하다. 너 힘들구나.
이제는 가급적이면 연사도 찍지 않는다. 소중한 한컷 한컷을 나의 카메라와 조금이라도 더 오래하고 싶다.
눈을 감고 카메라를 들면 나의 카메라가 더 잘 보인다.
그만큼 내 몸이 나의 카메라를 기억하고 있고, 내 카메라가 나의 손길을 느끼고 있다.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 이녀석이라면 눈을 감고도 같이 사진을 찍을수 있겠다.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이녀석은 알아줄것만 같다.
너무 한참을 나아갔나?^^
아이들 사진을 보다가 처음 사진을 찍게되었던 이유가 생각났고, 그러다보니 나의 카메라를 빠뜨릴수가 없었다.
지금도 나의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너무 좋다. 나의 카메라의 이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