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시적 이미지 너머 보이지 않는 현실 포착
한겨레포토워크숍 27기 익산 야시장 편
한겨레포토워크숍 27기 전북 익산 야시장 편이 지난달 22일부터 23일까지 익산 야시장 개막과 때를 맞춰 열렸다. 이 행사는 한겨레 웹진 사진마을과 한겨레교육문화센터가 함께 진행했으며 익산 중앙매일서동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이 후원했고 온라인 인화업체 찍스와 사진전문 출판사 눈빛이 협찬을 했다. ‘야시시 으시시 배시시’를 모토로 내건 2017년 익산 야시장은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열린다. 전통시장의 대표적 축제인 야시장을 주축으로 익산 청소년수련관과 함께 청소년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운영하는 ‘귀신의 집’, 그리고 추억의 고고장을 비롯해 프리마켓 체험과 시장 갤러리 등 여러 이벤트와 공연이 펼쳐진다.
익산 현장을 동행한 박태희 작가가 워크숍 참가자들이 제출한 사진을 심사해 박광철씨의 사진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 최우수상 박광철
시대가 변화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시장의 팽창으로 인해 전통시장의 존립이 위태로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데 시장의 존립 가능성은 단지 시장이라는 특정 공간의 문제는 아니다. 사고판다는 기본적인 구매 행위의 장소가 개인과 개인이 아니라 개인과 거대 기업 혹은 가상의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것은 전통적인 우리 삶의 해체를 의미한다. 우리는 더 이상 거래를 위해 서로의 얼굴을 볼 필요가 없다. 컴퓨터에서 상품의 이미지를 보고 댓글이나 검색으로 얻은 정보를 통해 구매창의 결제 버튼을 누른다. 그게 전부다. 그런데 과연 이것은 바람직한 변화인가?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밀고 당기는 흥정, 눈앞에 놓인 상품에 대한 직접적인 체험, 현장에서만 가능한 소통이 사라진 자리 대신 편리함과 익명성이 대체된 생기 없는 공간에서 우리의 인간성은 어떻게 변형되어가고 있는가? 이것은 거대한 질문이다. 그러므로 급격하게 진행 중인 시장의 쇠퇴 속에서 익산의 야시장 개장이 갖는 울림은 특별하다. 옛 백제의 유적이 풍요로운 이곳에서 야시장 개장은 사라져가는 과거의 가치를 의욕적으로 되살리려는 의지의 실현이고 희망의 울타리를 짓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겨레포토워크숍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지난 7월22일, 익산 야시장 개장날을 각자의 카메라로 기록했다. 시장이 지닌 본래의 생기를 기록한 사진도 많았고 규모가 줄어들고 빈 점포가 늘어가는 현실의 공간을 담담하게 기록한 사진도 좋았다. 개장 기념행사 모습, 방문객들의 즐거운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야시장의 개장을 홍보하는 사진들로 유용해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장’이 소멸하는 시점에서 그 근본적인 고뇌를 사진으로 포착한 박광철씨의 사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의 사진 속에서 시장이란 공간은 여전히 인화액 속에서 정착되지 않고 변해가는 이미지의 모습처럼 흔들려 보인다. 시장의 주체인 상인들은 이 ‘흔들리는 공간’ 속에서 어수선하게 진열된 상품의 일부처럼 사진 속 어딘가에 묻혀 있다. 그런데 그들은 분명 공간의 ‘안쪽’에 존재하는데도 이상하게 ‘바깥’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이미지 너머 심정적인 느낌을 전달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눈에 보이는 명백한 현실 속에서 보이지 않는 현실을 목도하게 하는 사진의 힘이라고 믿는다.
그렇다. 2층을 가득 메웠던 점포들이 텅 빈 폐허의 공간으로 변모했듯이 지상으로 내려온 그들은 곧 ‘안’에서 ‘밖’으로 추방당할 운명을 맞이할 것이다. 점점 소중한 삶의 기반이 사라져간다는 것은 어떤 경험일까? 그들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에 그가 사진으로 한결같이 집착하고 있는 이 감정은 슬프고 안타깝다.
박광철씨의 사진이 빼어난 것은 그들을 또한 우리를,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거대 시장 즉 자본의 식민지화라는 물음을 자문하게 하는 현실의 상황이 그의 카메라를 통해 정확히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거기에서 고민도 시작된다. 시대조류와 동떨어진 고민이라고 해도 좋다. 단순한 대답은 없다.
심사평/박태희 사진가·안목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