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전체를 세 차례에 나눠서 개별 리뷰를 한다. 첫편으로 1번 참가자부터 6번까지. (번호는 임의대로 붙였다)

 

 

   최우수상을 발표하고 심사평과 당선자의 소감을 기사로 올리고 나니 20회 특집 포토워크숍은 일단 마무리됐다. 16명이 참가했는데 최종적으로 16명이 모두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에 보답하기 위하여 제출한 모든 참가자들의 작품에 대해 평을 쓰기로 한다. 최우수상의 평만큼 길게 쓰진 않는다. 여기 올리는 평은 어떻게든 흠을 잡는 이야기가 될 터이니 길다고 해서 다 좋을 리가 없다. 참고로 최우수상의 평은 원고지 7매였다.

 평을 시작하면서: 1. 기간이 짧았고 2. 동선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찍기 어려웠다는 것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조건이다. 따라서 앞으로 펼쳐질 평에서도 이런 제약에 대해선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포토워크숍은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각자 테마를 잡아 숙련도와 완성도를 키워나가는 훈련과정이다. 또한 시간과 공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그에 맞게 테마를 잡는 것도 필요하다. 또는 이번 과정에선 완벽한 작품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지 않았고 견문을 넓히는 기회로 삼았던 분들이 많이 있음도 잘 알고 있으니 그에 대한 얘기도 따로 하지 않겠다. 어떻게든 도움이 되길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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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금만 되는데…. 돈이 힘이랑께!!! (박재남)
 작가노트를 읽어보면 제목에서 보이듯, 자식들을 위해서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는 시장상인들의 노고에 대한 서술이다. 우선 테마의 소재 (촬영의 대상)가 좋다. 시장은 사고파는 사람들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곳이지만 특히 전통시장에서 상인은 ‘을’이고 소수자다. 낮은 곳을 어루만지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본령이니 (찍기 힘들지만) 상인을 쳐다보는 것은 잘한 일이다. 첫 장에서 환하게 웃는 인물로 시작해 2번부터 10번까지 모두 손으로만 처리했다. 2번과 5번에 얼굴이 보이긴 하지만 대동소이.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손을 중심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핵심은 손의 동작, 손에 들고 있는 도구, 전체적으로 말해서 손의 표정이다. 3, 4번이 잘 된 사진이다. 6, 7번은 빼는 것이 좋다. 손님에게 뭘 건네준다는 뜻이나 비닐봉지는 영 그림이 안된다. 8번부터는 이해가 되지만 역시 부족하다.
 8번-손님에게 돈을 받고, 9번-세어 보고, 10번에서 하루를 결산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앵글이 너무 비슷비슷하다 보니 시각적 흥미가 뚝 떨어졌다. 2번 5번은 더 클로즈업했으면 됐다. 요약하자면 손의 표정으로 시장상인 이야길 할 수 있으나 손도 얼굴의 클로즈업만큼 표정이 나왔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 그림이 안 되는 상황 피할 것, 반복도 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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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쉬, 시선 집중 (정태경)
 정태경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 시킬 수  있는 것들(행동, 피사체)”이라고 밝혔다. 좋은 시도다. 직접 보여주는 것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수준이 시선이다. 특히 1번에서 보여주는 것이 시선 집중의 좋은 사례인데 딱 그거 한 장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2번부터 9번도 시선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그건 차원이 다른 시선이다.
 1번 사진은 왼쪽 사람이 윷을 던지려는 참이다. 등장하는 세 명의 시선은 이제 곧 윷이 착지할 곳인 가운데로 몰려있고 사진을 보는 독자의 시선도 그쪽으로 향한다. 이게 잘하는 사진이다. 다른 사진은 그런 상황 자체가 별로 없다. 2번에서 핵심은 오른쪽에 있는 손등이다. 이미 등장인물의 모든 시선은 거기 몰려있고 독자의 시선도 그렇다. 더 끌고나가질 못한다. 1번처럼 ‘시선의 확장’까지 욕심을 내지 않고 그냥 시선 집중만 하겠다면? 그렇다고 하더라도 2번 사진은 잘못 찍었다. 왼쪽의 손은 아무 일도 없다. 3번이 조금 선방한 편이다.. 4번은 필요 없고 5번은 건조하다. 6번도 시선을 끌 뿐이다. 7번은 이제 다른 참가자들이 계속 보여줄 실버패션쇼의 참가자 중 한 명인데 시선 사진은 아니고 직접 보여주고 있는데 어쨌든 썩 잘 찍었다. 8번도 산만하고 9번은 아마추어도 이런 아마추어가 없다. 10번도 시선이 아니다. 직접 보여주고 말았다. ‘시선’ 작업이 뭔지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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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청춘 (insookega1798)
 아주 상세한 리뷰를 원하지 않을 것 같으므로 살짝 넘어간다. 앞으로 다가올, 앞으로의 살아갈 모습의 청춘이라 하였으니 충분히 짐작이 된다. 세속적 나이 상관없이 자신의 일을 젊게 한다는 점에서 청춘이란 뜻이다. 2번과 3번으로 시작하여 나이 어린 청춘을 보여주고 점차 연령별 청춘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므로 1번은 뒤로 돌리든지 빼야한다. 2번은 잘 안보이니 키워야 한다. 3번으로 시작하고 4번도 좋다. 이어서 등장하는 본론인 5~9번은 참 잘 찍었다. 이 모델들의 표정을 주목하라. 자신감이 넘치는 청춘들이란 점에서 일관성도 있고 순간 포착이 좋았다. 나도 이 현장에서 봐서 알지만 모델들의 표정이 다 자신에 넘치는 것은 아니었다. 10번은 1번과 수미쌍관법으로 배치한 것 같은 의도는 알겠으나 나머지 사진과 흐름이 다르므로 곤란하다. 같이 클로즈업으로 가든지 아니면 실버패션쇼의 전경으로 가는 게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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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내 생애 최고의 날 (solhong)
 실버패션쇼 자체를 테마로 삼았다. 워크숍 현지에서 몇 차례 말을 했지만 테마는 좁힐수록 좋다. 좁고 깊게. 두루뭉술하지 않고 쏙쏙 들어오게. 겉치레가 아니고 속내를 읽을 수 있게.
 그러므로 대단히 볼거리가 많았다. 그런데 왜 높은 점수를 못 받았는가? 이거 중요한 대목이니 잘 새겨보자. 패션쇼. 모델, 무대, 관객, 디테일(주로 클로즈업이지만 아닐 수도 있다. 8번이 좋은 예다), 훌륭한 마무리(클로져, 마무리투수란 표현이 적절하다)가 기본이며 흐름, 맥락의 연결 또한 필수적이다. 1번은 도입부로 좋았다. 더 멀리서 찍은, 무대 전경이 나와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참가 모델들의 워킹, 표정, 호응 등을 섞어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본론이 5장~8장 정도 있으면 된다. 3번 좋고 4번 좋다. 클라이맥스는 몇 번인가? 4번이 인상적이니 이걸로 정점을 찍어도 좋겠다. 순서도 중요하니 4번 다음에 7번이나 9번이 제격이다. 6번은 2번과 비슷하다. 물론 본론의 구성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같이 나온 6번은 주요 줄거리에 해당하는데 그렇다면 확 당겼어야 한다. 종합하면 이렇게 된다. 1번 그대로 두고 2, 3, 6(수정 필요), 5번 정도 나오고 8번 살리고 바로 이어 8번과 비슷한 디테일 하나를 추가한 다음 4번 넣고 7이나 9를 잇고 10번 비슷한 것으로 마무리한다. 10번이 현재 보여준 10장 중에서는 가장 적절한 마무리 투수지만 딴 게 있으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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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오늘 하루도 (유동희)
   시장의 희로애락이라 했다. 전반적으로 고르게 잘 찍었다. 이런 표현만큼 애매모호한 것이 없을 것 같아서 보충해 설명하자면, “뭘 찍는지 알고 찍은 사진이며 본인이 찍고 싶은 것을 결과물로 옮기는 데 성공했으며 완성도도 높은 편이다”
 그럼 문제점은 무엇인지 본다. 희로애락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첫 조건은 무조건 표정이다. 기쁘고 슬픈 내막은 속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얼굴로 표출된다. 손으로도, 뒷모습으로도, 발의 모양으로도 표현할 수 있지만 아주 드문 경우다. 행주치마에 대충 훔치는 아낙의 손이라면 얼굴 없이 표정이 보이겠다. 저잣거리에 나가 어른들의 큰 신발 뒤로 슬쩍 파고들어 숨는 어린 신발이라면 표정이 보이겠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 얼굴에서 표현이 나온다. 4, 5, 7, 8, 9번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테마 제목처럼 희로애락 다양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꾸밈도 없고 누군가를 의식하지도 않은 삶의 순간적 표정이 스쳐 지나가서 좋았다. 2번은 얼굴이 잘 보이지 않지만 역시 나름대로 괜찮았다. 3번은 뭘 읽을 수가 없다. 발과 손에서 읽게 하려면 앵글이 더 낮았어야 한다. 6번 또한 읽을거리가 없다. 어린아이가 보이지만 시장상인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9번 사진의 울림이 오래간다. 여럿 말고 하나만 떼서 본다면 저 심드렁하지만 진지한 모습이 넘어가는 해를 받아 퍼져나간다. 한 장만 좋아도 그게 어딘가. 다시 보게 하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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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기다림과 만남 (임철진)
 ‘이야기가 있는 사진, 마음이 담긴 사진’이 익숙지 않다고 미리 밝혔다. 풍경을 즐겨 찍던 분들에게 사람이 들어있는 스냅사진은 낯설기 그지없다. 그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아무 연고도 없는 낯선 동네에서 낯선 사람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정말 뻔뻔스러운 일이다. 그걸 잘한다는 것은 얼굴이 두껍다는 뜻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이해심이 있다는 뜻이다. 목례든 헛기침이든 눈인사든 정식으로 양해를 구하든, 또는 찍고 나서 말을 붙이든 간에 찍히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은 사람사진을 잘 찍는다. “내가 저 사람을 찍고 도망가겠다.”,  “내가 저 사람을 몰래 찍겠다.”라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에 대해 알고 싶다. 저 사람의 이야길 듣고 싶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세의 문제이지만 사진의 목적, 사진을 찍는 목적과도 관계가 있다. 무슨 말씀인지 다 아실 것이다.
 1, 2번 조심스럽게 사람에게 렌즈를 들이댔다. 아직 이해단계로 넘어가질 못한다. 그러다 보니 그 이후의 3, 4번은 거리가 멀어졌다. 5, 6번은 사람이 없으니 맘이 편한 듯 정확하게 찍어냈다. 사진을 구성하는 실력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7번, 8번, 9번 애써 접근하려고 했다. 다가가려는 노력이 눈에 보이는듯하다. 이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찍고 말 붙이고, 혹은 찍다가 한 소리를 들어도 뭐 어떻겠나. 어쨌든 먼저 말을 붙여라. 찍기 전이든 찍고 난 후든 내가 먼저 말을 붙여라. ‘안녕하세요’면 족하다. 10번은 외국인들이다. 찍어보니 알았을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내숭, 가식, 체면…. 이런 관념 때문에 우리는 카메라를 싫어한다. 그래도 찍어야 한다면 나도 바뀌어야 하고 우리도 바뀌어야 하는데 순서상 내가 먼저 나서야겠다. 그래서 “다가가야 한다”라는 금언이 나온 것이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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