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기 한겨레워크숍 심사평

주인공, 크진 않지만 도드라지게...쉽게 흉내 내지 못할 솜씨


  2009년에 시작했던 한겨레포토워크숍이 6년째를 넘어섰고 횟수로 20번째에 도달했다. 첫 번째와 열 번째, 스물 한 번째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싶지만 어느 시점을 잡아 맺고 중간정산하고 재도약을 준비하고 또 무엇보다도 20번 동안 무탈하게 잘 지내온 것을 자축하는 의미도 작지 않다. 태어난 날은 해마다 오지만 20번째 생일은 각별하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제 20기 전주 나주 편이 지난 10월 9~11일 열렸다. 나주시, 나주목사내아, 전주신중앙시장사업단,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의 후원과 협찬으로 열린 이번 워크숍은 나주 목사골 전통5일장부터 갈대밭, 전주의 실버패션쇼와 한옥마을까지 다양한 촬영장소가 마련되었다. 참가자만 많으면 금상첨화다 싶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20명을 채우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이 전원 최종 포트폴리오 10장을 출품해 크게 위안이 되었다. (똑똑한 것 3장이면 된다!) 참가자들의 작품 수준이 상향평준화된 것도 고무적이다. 대부분 한 두 번 이상씩 워크숍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포토워크숍의 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신미식작가와 심사했다. 참가자의 이름을 번호로 바꾸고 다른 부연설명 없이 작품을 살폈다. 전체 열 다섯 작품 중에서 삼 분의 이쯤 보고 났을 때 신작가가 조용히 한 마디 했다. “눈에 들어오는 게 없다” 전체 수준이 고르게 높아졌으니 심사위원들의 기대치도 높았다고 해석하면 될 것이다. 또한 다들 일정 수준을 넘다보니 비슷비슷해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왕초보가 몇 끼어있으면 솜씨 있는 사진은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것이 이치인데 그렇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열 다섯 작품 중에서 다섯 작품씩 골랐고 겹친 것을 포함해 여덟 개의 작품을 2차에 올렸다. 다시 좁히고 좁혀 최종 다섯 작품에다 소숫점이 나오는 점수를 부여했다. 최종 점수를 보니 1, 2, 3 등에 해당하는 사진들이 0.1 점씩 차이가 났다. 1.0점부터 5.0점까지 자유롭게 주기로 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참으로 신기했다.

  신경현의 작품 ‘휴일 오후’가 최우수상에 해당하는 최고점을 받았다. 신미식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렇게 하기 위해 다양한 시간대를 택했고 다양한 장소를 찾았다. 10장의 사진이 서로 겹치는 것이 없다. 다른 출품작과 차별적인 대목이다. 2박 3일동안 모든 공간을 다양하게 찾아줘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skh1.jpg » 1 skh2.jpg » 2 skh3.jpg » 3 skh4.jpg » 4 skh5.jpg » 5 skh6.jpg » 6 skh7.jpg » 7 skh8.jpg » 8 skh9.jpg » 9 skh10.jpg » 10. 신경현. 최우수작, 휴일의 오후

 

  신경현의 작품을 분석한다.

  첫째, 모든 사진의 주인공이 뭔가를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전체 테마인 ‘휴일의 오후’를 접목시켜서 봐야한다. 휴일을 맞은 사람들(특히 어린 사람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이 정도는 사진의 기본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둘째, 즐거운 한 때를 보낸다는 것이 눈에 들어오게 찍었다. 한 장을 빼고 나면 각 활동이 두드러지게 묘사되었다. 이것은 쉽지 않은 수준이다. 어떤 활동을 한 장으로 묘사한다면 어느 순간을 최고라고 뽑아낼 것인가. 동작이 가장 크거나 표정이 극도로 활발해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작은 놀이를 하더라도 희열의 순간은 있는 법이다.

  셋째, 빛과 그늘을 매번 적극 활용했다. 덕분에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휴일이 뭐 그리 극적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신경현 사진의 주인공들은 휴일 오후의 뉘엿뉘엿 넘어가는 빛을 잘 받아내서 반짝거리고 있다.

  넷째, 사진구성에 있어서 부제를 거의 쓰지 않고 한 두 개의 주요소만 활용하여 처리했다. 통상 거리스냅사진에서는 보여주고 싶은 것과는 별도로 주인공 곁에 보조요소를 배치하여 이야길 풍성하게 전개해나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것이 의도적인 선택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신경현은 10장 중 최소한 절반이상에서 보조 요소 없이 단독 주인공으로 밀어붙였다. 예를 들자면 3, 4, 6, 8, 9번 사진은 주 요소 하나만 찍었다. 10번도 비눗방울을 보조요소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진에서 주인공을 그렇게 크게 찍지도 않았다. 이건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강점이다.

  이런 장점들이 강력하게 사진의 주춧돌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이 눈에 보인다. 빨간 신발이 있는 1번 사진은 맨 앞이라서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고 위에 있는 아이들의 실루엣 덕에 (휴일 오후와) 연결될 수 있었으나 4번 사진은 실루엣마저도 없이 그냥 신발에 머물렀다. 신발의 주인공이 휴일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하더라도 1번은 이해가 되지만 4번은 설득력이 없다. 7번도 아슬아슬한 지점에 놓여있다. “뭘 찍었느냐? 뭘 보여주려고 했느냐”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분수대에 있는 조형물이란 답이 나올 것이다. 조형물 사이에 아이들이 섞여 있었으니 그 아이들이 보내는 휴일의 오후라고 주장하겠지만 안 된다. 지금으로선 휴일의 주체가 없다.

1, 3, 5, 6, 9, 10은 나무랄 데가 없이 훌륭하다. 나머지 넉장까지 이렇게 채워 넣을 수 있었다면 감히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는, 최우수상에선 밀렸지만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강유환씨에 주목했다. 신미식 작가는 “강유환씨는 제목 ‘시장 속 사람들’처럼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주의깊게 관찰하여서 뛰어난 사진들을 찍었다. 구도도 안정적이었으나 많은 곳을 보려는 것만큼은 다양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짜임새에서 약점을 보였다.”고 말했다. 신경현의 10장을 볼 때는 10번까지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긴장감이 있었다. 다음 사진에서 뭐가 나올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유환의 경우엔 4, 5번에서 슬슬 힘이 빠지기 시작하다가 6, 7번에서 완전히 녹아버렸다. 8, 9, 10번에서 다시 기운을 차렸으나 이미 탄력을 잃어버린 고무줄이 되었다.

10장의 포트폴리오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요구되는 것도 많고 트집 잡을 일도 많다. 참가자들이 한 번에 한 가지씩 익혀가는 것을 보는 것이 20번의 한겨레포토워크숍을 거치면서 느끼는 보람이다.

 

  한겨레포토워크숍 21기는 2016년 1월 12일부터 1월 22일까지 북유럽에서 진행된다. 그동안 한겨레포토워크숍을 함께 진행해온 북유럽전문여행사 미지투어가 마련한 이번 워크숍의 일정에는 북유럽 4개국의 베르겐, 오슬로, 스톡홀름, 헬싱키, 탈린 등이 포함되어 웅장한 대자연, 피오르드체험, 스톡홀름에서 헬싱키까지 1박2일간의 크루저 여행 등 다채로운 내용이 기다리고 있다. 워크숍 참가신청은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받는다. (02-3279-0900~1) 북유럽포토워크숍의 무료 사전강의는 11월 17일 저녁 7시 30분부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리는데 워크숍참가 신청과 별도로 사전강의 참가신청을 해야 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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