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악산 비단길에서
모악산 가는 길은 크게는 세갈래 길
구이로, 중인리로, 금산사로 오르는 길
그러나 우리 사는 게 그렇듯 모악산 오르는 길은
산 기슭 계곡 능선 따라 갈래갈래 갈라져서 많고 많은 길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리나에서 말하듯
행복한 이유는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이유는 제각각이듯
산은 사연과 설움을 구비구비 숨겨서
오르는 이들에게 조금씩 속을 비추고....
비단길은 중인리에서 모악산 오르는 능선 길
비단을 나르는 중앙아시아의 거창한 길이 아니라
침엽수 활엽수 낙엽들이 떨어져 쌓여 썩어
흙이 비단처럼 부드러워진 척박한 시골 산길
소나무 전나무 잣나무 참나무
참나무도 굴참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여름이면 나무들 빼곡하니 모여서 울창한 푸르름으로 온 산을 뒤덮는 곳
겨울되면 거침없이 나뭇잎 다 떨구고 나목으로 서 있는 곳
크기 색깔 모양 상관없이 마른 낙엽들 서로 어울려 뒹굴고
앙상한 나목들 찬 바람 함께 맞으며 서로 기대는 곳
남쪽이니 북쪽이니, 서쪽이니 동쪽이니,
편갈라서 미워하고 죽자사자 까부수는
나무만도 나뭇잎만도 못한 사람이란 못난 종족들이
올라가면서 부끄러워 숨 헐떡이는 모악산 비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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