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미한 기억 속의 그 골목 안 사람들
[11기 한겨레포토워크숍/최우수상] 김한선-잃어버린 기억들
무척 기쁘고도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사진 찍기 놀이가 마냥 재미있을 즈음,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한겨레포토워크숍. 예쁘고 아름다운 형상들만 좇아 즐기기에 그쳤던 사진취미에 대한 생각이 10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조금씩 바뀌면서 일상의 기쁨이기만 했던 셔터 누르기가 조심스럽고 사진에 대한 변화된 생각들로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더 참여해보고 싶었던 11기 워크숍,
고맙게도 장거리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부산에서의 일정이라 손꼽아 기다렸건만 행사 시작 며칠 전부터의 심한 몸살로 정작 당일 아침에 참여 자체를 포기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갈등을 하는 등 기대와는 달리 일정을 제대로 소화해 내는 데에만 급급하고 말았습니다.
특히나 10기 때와는 달리 다시 만나 반가운 분들, 저의 이름을 먼저 불러주시는 고마운 분들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지 못했음이 지금도 마음에 많이 걸립니다.
부산에 살면서도 저의 사진 촬영지로는 소외되어 있었던 감천문화마을과 문현동, 서민의 애환이 그대로 묻어 있는 자갈치 시장, 특히 무덤과 함께 살고 있는 허물어져가는 문현동 마을에서는 ‘아! 이렇게 살고 있다니!’하는 참담한 마음을 도저히 주워담을 수 없어 걷고 또 걸은 것 같습니다.

까마득히 먼 나의 어린 시절 골목길이 그와 흡사했으나 희미한 기억 속의 그 골목 안 사람들은 그리 불행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모습으로 떠올려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비해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는 나의 현재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풍요와 안락함을 끝없이 추구하며 아직도 욕심을 거두지 못하고 스스로 부족함에 허덕이기만 하는 삶에 대한 태도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만 해도 감사한데 개인적으로는 여러 사정으로 헤매기만 한 것 같은데 이렇게 과분한 결과를 얻고 보니 당혹스럽기도 하고 기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곽윤섭 기자님을 비롯하여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으로 격려해 주신 성남훈 작가님과 신미식 작가님께 너무 감사 드리고,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해주신 운영진을 비롯하여 참여한 모든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던 한겨레 11기 워크숍에 함께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