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짓말처럼 다가온 행운의 경험
[11기 한겨레포토워크숍/우수상] 김래희-어떤 이의 꿈
사진 찍는 일이 너무 즐거워요!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을 들 것입니다. 한겨레포토워크숍에 참여해서 사진을 배우고 사진을 즐기는 많은 이들을 알게 된 것도, 사진을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겨레포토워크숍은,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나도 꼭 해보고 싶다는 강력한 욕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얼마나 강력한 유혹이었는지, 앞뒤 생각도 해보지 않고 지난 해 혼자서 용감하게 전주행 버스에 올랐습니다. (저는 9기 전주워크숍에 처음 참가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버스에 오르고 보니, 그때서야 ‘아,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하는 당황스러움이 밀려들었고, 내가 사진이나 제대로 찍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뒤늦게 했습니다. 사실은 버스 타기 전에 진지하게 했어야 하는 고민이었지만, 저는 지금도 그때 저의 무모함을 너무나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혹 고민이 길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친구 없이 혼자 참여한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진은 어차피 혼자 찍는 것이고, 나 홀로 사진을 찍을 때 느끼는 약간의 외로움과 쓸쓸함마저도 즐길 수 있을 만한 정도의 것이었으니까요.
워크숍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2박3일 워크숍 내내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 오로지 사진만 찍을 수 있어서 좋았고, 그날 찍은 내 사진에 대한 작가님들의 생각을 바로 들을 수 있으니 더 좋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같은 장소를 함께 다녔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워크숍에서 가장 신선한 경험이었고, 이후 워크숍에 계속 참여하도록 만드는 가장 큰 힘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11기 부산 워크숍은 제가 세 번째 참여하는 것이고 부산이 마침 제 고향이기도 해서, 이번 우수상 수상이 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무조건 감사할 일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아직은 사진 찍는 일이 마냥 즐겁기만 한데, 그리고 앞으로도 워크숍에 계속 행복한 맘으로 참여하고 싶은데, 혹시 이번 수상이 마음에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조심스런 마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저 ‘격려’라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하고 있고 방향을 잘 잡아서 제대로 가고 있다는 격려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저 내가 좋아서 즐겁게 하고 있는데 ‘격려’와 ‘칭찬’까지 받으니 정말 행복합니다.
사실, 이번에는 여러모로 운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이 있어서 편한 맘으로 이리저리 찍어보고 있는데 마침 적막하던 골목 저 멀리서 사람이 나타나는 겁니다. ‘아! 이쪽으로 지나가면 참 좋겠다!’고 중얼거리는데 거짓말처럼 제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천천히 움직이는 겁니다. 아주 천천히! 그 때 셔터를 누르던 제 손이 약간 떨렸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정말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끝으로 이런 즐겁고 신나는 포토워크숍을 가능하게 해주신 많은 분들께 두루두루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런데 왜 가?’라고 말하지 않는 고3 우리 딸과 남편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