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면에도 스스럼 없는 정 맘껏...사진의 답도

/전재운


jj001.JPG매일매일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한겨레신문과 사진마을.
어느 날 한겨레포토워크숍이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열린다는 공지를 보았습니다.
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신칸센 요금과 호텔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리곤 바로 전화를 했죠. 참가하고 싶다고!
전화통화와 메일로 환영한다는 답을 얻고,
오사카에서 시모노세키 신칸센 왕복표, 미리 가서 하룻밤 잘 호텔 예약. 모든 게 준비 끝.
그런데,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아~ 안 돼!!!
국가태풍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매일매일 태풍의 진로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습니다.
역시 저의 정성이 통했나 봅니다. 다행히도 태풍은 이틀 전에 동해안으로 빠져나가 졸이던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시모노세키.
익히 알고 있는 지명인데, 지명 외에는 아는 게 없었습니다. 청일전쟁, 시모노세키 조약, 부관페리 등. 누군가는 유학으로, 누군가는 징용으로,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배를 타고 건너 닿았던 곳 시모노세키.
시모노세키는 임진왜란으로 왜에 끌려간 이들을 데리고 오기 위해 사행길(쇄환사)에 오른 사명대사가 일본 본토에 첫 발을 디딘 곳이기도 합니다. 이후로 10번의 통신사 일행이 사행길에 발을 딛고, 귀국 길에는 마지막으로 발을 뗀 곳이기도 하죠. 몇 해 전 1719년 통신사 제술관(製述官)으로 함께했던 신유한의 ‘해유록’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임진왜란의 고통에 대한 증오, 일 년 가까이 사행길의 길 안내와 접대를 맡은 일본인들과 이별에 서로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 사행길의 조선 문사들을 만나기 위해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며칠을 밤새워 문답을 나누며 교류했던 이들이 귀국길에도 몇 날 며칠을 뒤따르며 작별의 아쉬움에 소리치고 손 흔들고 눈물 흘리던 모습. 그 모습이 저의 뇌리에 스치곤 합니다.
헤아릴 수조차 없는 피해를 준 “오랑캐의 나라”와 “믿음”으로 통하겠다는 통신사의 마음가짐에 옷깃을 여미었습니다. 답답했던 마음도 통신사의 마음을 생각하며 조금은 누그러졌습니다.
 
카메라를 지니고 산 지는 꽤 되었지만, 폼만 잡고 다닐 뿐이었습니다. 사진마을을 통해 촌장님의 글과 동영상, 클리닉을 보며 조금씩 사진에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일매일 사진마을에 들르고, 마음을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시모노세키 한겨레 포토워크숍은 제가 아주 많은 추억을 남겨주었습니다.
일본에서 버스투어로 출사를 나가면 서로 서먹서먹하고 데면데면한데, 역시나 한국 사람들은 다르더군요. 초면에도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담배를 건네고, 서로 더 먹으라 권하는 모습에 새삼 정을 느꼈습니다. 아마도 오랜 일본 생활에서 굶주렸던 정이라 더욱 따듯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낯 설고 물 선 외국에서 사진으로 만난 인연이라 더 각별했는지도 모르지요.

 
오래 전 친구의 물음이 아직 귓가를 맴돌고 있습니다.
“너는 사진을 왜 찍냐?”라는 물음 말입니다. 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아니 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멍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겨레포토워크숍에서 저만의 답을 얻은 것 같습니다.
“그냥 나만의 느낌을 담아두고 싶어서”라는!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jjw01.JPG

jjw02.JPG

jjw03.JPG

jjw04.JPG

jjw05.JPG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공지 전체 연천 포토워크숍 후기-김정현 imagefile 사진마을 2020-11-14 259602
공지 전체 2020 한겨레포토워크숍 연천편 imagefile 사진마을 2020-11-14 265817
공지 전체 2019 하반기 사진여행 전주시편 imagefile 사진마을 2019-09-23 299425
공지 전체 곽윤섭 기자, 윤정 작가와 함께하는 사진여행 imagefile 사진마을 2019-05-27 285225
공지 29기-광주광역시편 [29기] 심사평-말 걸면서 셔터 누르니 사진에서 이야기가 두런두런 imagefile 사진마을 2018-08-06 335905
공지 29기-광주광역시편 [29기]최우수, 우수상 수상소감 imagefile 사진마을 2018-08-06 331803
공지 29기-광주광역시편 [29기] 이광수 교수 참관기 imagefile 사진마을 2018-08-06 336755
공지 사진기행 마감했습니다-29기 광주광역시편 참가자 모집 안내 imagefile [1] 사진마을 2018-06-08 365883
공지 28기-대한사협,담양편 [28기 심사평, 최우수상 소감] ‘삶과 죽음’ 주제 완성도 높은 편집 imagefile 사진마을 2017-10-31 351785
공지 27기-익산야시장편 [27기] 익산 야시장편 심사평 imagefile 사진마을 2017-08-02 364774
공지 26기 한산모시문화제편 [26기 수상작 발표] 사람과 풍경 흐드러진 축제, 사진이 춤추게 하려면 imagefile 사진마을 2017-06-20 370245
공지 26기 한산모시문화제편 [26기 서천군수상 박남희 수상소감] imagefile 사진마을 2017-06-20 376180
공지 26기 한산모시문화제편 [26기 워크숍 참가기- 정세환, 배영] imagefile 사진마을 2017-06-20 376109
공지 25기-경부선편 [25기 심사평2] 참가자 전원 개별 리뷰 imagefile 사진마을 2017-06-01 375244
공지 25기-경부선편 [25기] 우수상 김은영 수상소감 imagefile [1] 사진마을 2017-05-31 379709
공지 25기-경부선편 [25기 심사평] 마법같은 순간 상상의 공간으로 확대 imagefile 사진마을 2017-05-31 381811
공지 23기-서울편 [23기 심사평 2] 참가자 전원 개별 리뷰 imagefile [2] 사진마을 2016-08-17 386025
공지 23기-서울편 [23기 심사평 1] 과감한 구성과 걸러지지 않은 투박함은 동전의 양면이다 imagefile [2] 사진마을 2016-08-17 400993
공지 22기-진안편 [22기 심사평] 우스꽝스럽고 슬픈 사실의 총합이 이루어낸 ‘실재’ imagefile [2] 사진마을 2016-04-29 384144
공지 22기-진안편 [22기 최우수상 배영 수상소감] 숨어있는 작은 일상을 주인공으로 imagefile [2] 사진마을 2016-04-29 391442
공지 20기-전주 나주편 대상의 완벽한 재현보다 나를 찾아가는 길 imagefile [12] 사진마을 2015-10-26 421897
공지 20기-전주 나주편 빛과 그늘 사이, 부제 없이 주요소만 imagefile [2] 곽윤섭 2015-10-26 429290
공지 19기-시모노세키 [19기 우수상 소감] 김제숙-정태경 imagefile [1] 사진마을 2015-09-22 428400
» 19기-시모노세키 [19기 참가기] 스스럼 없는 정 맘껏 imagefile [1] 사진마을 2015-09-22 421502
공지 19기-시모노세키 [19기 심사평] 반복은 금물, 급변도 곤란 imagefile 곽윤섭 2015-09-21 421747
공지 전체 공지-공지에 올라온 글, 각 기수 카테고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진마을 2015-09-15 413062
3196 1기 김 민수 작가님과 함께~ imagefile [2] checky 2012-03-02 5439
3195 9기 @ 군산 imagefile [2] 하창완 2012-07-10 5439
3194 5기 책의 향기 (11월21일의 사진입니다.) imagefile [1] 김선희 2012-11-22 5439
3193 5기 굿바이, 2012년! imagefile [2] 김민수 2012-12-31 5439
3192 5기 십자가와 우편함 imagefile [1] 김민수 2013-03-10 5439
3191 11기 그들만의 리그 imagefile [3] checky 2013-03-16 5439
3190 11기 야화夜花 imagefile sunshine 2016-04-06 5439
3189 5기 나도 해바라기 imagefile [6] pkclsj 2011-09-24 5440
3188 5기 그날의 풍경 imagefile [2] dkdlfjq 2011-11-29 5440
3187 5기 씁씁한 미소 imagefile [3] parkknoc 2012-01-05 5440
3186 9기 꽃잎을 뿌리며... imagefile [1] 사암 2012-04-20 5440
3185 10기 벌써 11기 시작입니다. imagefile [3] checky 2012-11-08 5440
3184 5기 봄맞이하는 아이들 imagefile [2] 김민수 2013-03-17 5440
3183 11기 그리하여 봄 imagefile [6] 박광철 2013-04-05 5440
3182 5기 달팽이 imagefile [1] 김민수 2013-11-14 5440
3181 전체 전주천변 길놀이 imagefile [2] cloud 2013-11-16 5440
3180 1기 보름날, 달집태우기.. imagefile [2] checky 2014-02-15 5440
3179 5기 산책 imagefile 김민수 2014-04-21 5440
3178 5기 마지막 남은 땅(9)- 녹색 천지 imagefile 송영관 2014-06-02 5440
3177 5기 갯벌에 내린 햇살 imagefile 송영관 2016-03-20 5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