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진문화 형성을 기대한다 



사진 찍는 인구가 천만이라고 한다. 하긴 폰카까지 끼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진인구에 비해서 사진 문화라고 할 만한 게 딱히 없다. 사진을 즐기는 문화 말이다. 대학에서 국문과를 나온 사람 중에는 작가가 되지 않고 그 작가들의 작품을 소비하는 사람에 만족하며 사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소설을 즐기고, 시집을 사고, 작품이라는 것에 목매달지 않고 자기 나름의 문학을 소비하는 문화가 나름 서 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많은 의미와 메시지를 읽고,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세계를 사유하곤 한다. 그런데 사진은 그런 문화가 별로 없는 듯하다. 그 많은 사진학과 졸업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사진을 찍고, 작가가 되려 하고, 사진으로 밥벌이를 하는 데 애를 쓰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 사진을 읽고, 사진으로 소통하고 하는 건강한 사진문화가 썩 널리 형성되어있지 않다. 갤러리나 미술관에 전시를 하거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에 너무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한겨레포토워크숍은 이런 점에서 눈여겨 볼만 하다. 이번이 29기인데, 광주광역시 일원에서 열렸다. 사진작가가 되려는 사람들도 일부 있겠지만 그야말로 사진 애호가들의 모임이다. 이번의 경우 광주에서 모여 5.18 유적지인 자유공원에 가서 5.18에 대해 생각하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근대 사적지인 양림동역사문화마을을 들러  근대 시기 광주의 역사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저녁때가 되어 예술야시장으로 유명한 대인시장에 가서 광주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같이 즐기고 사진을 찍는다. 밤에는 전체가 다 한자리에 모여 그날 찍은 사진들을 포트폴리오로 정리하고 곽윤섭 기자와 프로 사진가가 리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는 사진가 임재천이 그 일을 맡았다. 리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모두에게 보여주고 듣고 전문가의 평을 듣는 시간이었다.
 
 사진이라는 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면 되는 일이다. 그것을 보는 사람이 사진가의 의도를 따라 읽어주는 게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진은 찍고 보여주는 사람에게만 감정과 해석의 권리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 읽는 사람이 자신이 느낀 대로 느끼고 뜻을 해석해도 무방하다. (찍은) 사진가가 원하는 바를 (읽는) 독자가 제대로 읽어주기를 원한다면 그렇게 재현하고 표현해서 그 의도를 살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지 않기를 원하면 이래도, 저래도 그만이다. 이러한 사진의 독특한 성격을 이해한다면 사진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한겨레포토워크숍 29기를 참관해보니 몇 가지가 눈에 띈다.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참가자가 일어나서 자신이lgs1.jpg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즉 제목과 작가 노트를 말로 하는 순서가 메인이다. 사진가 가운데 자기의 의도를 제대로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꽤 있다. 그냥 이미지가 좋아서, 유명한 사진가가 찍은 이미지를 보고 흉내 내려는 듯한 사진들이 꽤 있다. 사진가가 정한 주제가 명확하지 않은 채 ‘좋은’ 사진이란 있을 수 없다. 소위 좋은 구도라는 것에 따르는, 잘 찍은 사진 한 장이란 별 의미 없다. 사진가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필요에 따라 구도를 어긋내고 싶으면 어긋낼 수도 있고, 흔들고 싶으면 흔들 수 있다. 사진가가 정한 주제에 따라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이 정해지는 것이지,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잘 찍은, 좋은 사진이란 있을 수 없다.
 
 사진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특정 장소에 가서 무엇을 말할 것인지 즉 주제를 먼저 정하고, 그 주제를 전하기 위해 어떤 장면들을 채집할 것인지를 구상하고 찍는 것이다. 그래야 더 좋은 리뷰를 받을 수 있다. 그 위에서 사진으로 말하고, 사진으로 소통하여 궁극적으로 사진을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사진작가가 되려는 사람들만의 모임이 아닌 카메라를 들고 전국 각지를 방문하고, 구경하고, 주민들과 만나며 그 느낌과 의미를 담아내려는 한겨레포토워크숍은 참 좋은 프로그램이다.   이광수 교수/부산외국어대학교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공지 전체 연천 포토워크숍 후기-김정현 imagefile 사진마을 2020-11-14 266133
공지 전체 2020 한겨레포토워크숍 연천편 imagefile 사진마을 2020-11-14 273343
공지 전체 2019 하반기 사진여행 전주시편 imagefile 사진마을 2019-09-23 307855
공지 전체 곽윤섭 기자, 윤정 작가와 함께하는 사진여행 imagefile 사진마을 2019-05-27 292058
공지 29기-광주광역시편 [29기] 심사평-말 걸면서 셔터 누르니 사진에서 이야기가 두런두런 imagefile 사진마을 2018-08-06 344690
공지 29기-광주광역시편 [29기]최우수, 우수상 수상소감 imagefile 사진마을 2018-08-06 339303
» 29기-광주광역시편 [29기] 이광수 교수 참관기 imagefile 사진마을 2018-08-06 345237
공지 사진기행 마감했습니다-29기 광주광역시편 참가자 모집 안내 imagefile [1] 사진마을 2018-06-08 373991
공지 28기-대한사협,담양편 [28기 심사평, 최우수상 소감] ‘삶과 죽음’ 주제 완성도 높은 편집 imagefile 사진마을 2017-10-31 358947
공지 27기-익산야시장편 [27기] 익산 야시장편 심사평 imagefile 사진마을 2017-08-02 372063
공지 26기 한산모시문화제편 [26기 수상작 발표] 사람과 풍경 흐드러진 축제, 사진이 춤추게 하려면 imagefile 사진마을 2017-06-20 377811
공지 26기 한산모시문화제편 [26기 서천군수상 박남희 수상소감] imagefile 사진마을 2017-06-20 384647
공지 26기 한산모시문화제편 [26기 워크숍 참가기- 정세환, 배영] imagefile 사진마을 2017-06-20 382647
공지 25기-경부선편 [25기 심사평2] 참가자 전원 개별 리뷰 imagefile 사진마을 2017-06-01 383860
공지 25기-경부선편 [25기] 우수상 김은영 수상소감 imagefile [1] 사진마을 2017-05-31 387522
공지 25기-경부선편 [25기 심사평] 마법같은 순간 상상의 공간으로 확대 imagefile 사진마을 2017-05-31 388629
공지 23기-서울편 [23기 심사평 2] 참가자 전원 개별 리뷰 imagefile [2] 사진마을 2016-08-17 393900
공지 23기-서울편 [23기 심사평 1] 과감한 구성과 걸러지지 않은 투박함은 동전의 양면이다 imagefile [2] 사진마을 2016-08-17 408523
공지 22기-진안편 [22기 심사평] 우스꽝스럽고 슬픈 사실의 총합이 이루어낸 ‘실재’ imagefile [2] 사진마을 2016-04-29 389702
공지 22기-진안편 [22기 최우수상 배영 수상소감] 숨어있는 작은 일상을 주인공으로 imagefile [2] 사진마을 2016-04-29 398180
공지 20기-전주 나주편 대상의 완벽한 재현보다 나를 찾아가는 길 imagefile [12] 사진마을 2015-10-26 428958
공지 20기-전주 나주편 빛과 그늘 사이, 부제 없이 주요소만 imagefile [2] 곽윤섭 2015-10-26 436570
공지 19기-시모노세키 [19기 우수상 소감] 김제숙-정태경 imagefile [1] 사진마을 2015-09-22 435851
공지 19기-시모노세키 [19기 참가기] 스스럼 없는 정 맘껏 imagefile [1] 사진마을 2015-09-22 428139
공지 19기-시모노세키 [19기 심사평] 반복은 금물, 급변도 곤란 imagefile 곽윤섭 2015-09-21 427521
공지 전체 공지-공지에 올라온 글, 각 기수 카테고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사진마을 2015-09-15 418250
255 12기 떠올리기 imagefile 청허당 2021-02-03 21372
254 12기 호기 imagefile 청허당 2021-01-18 25258
253 12기 그들 imagefile 청허당 2021-01-04 26180
252 12기 처음 마중 imagefile 청허당 2020-12-21 24528
251 12기 올차다 imagefile 청허당 2020-12-07 23613
250 12기 멋거리 imagefile 청허당 2020-11-23 23331
249 12기 나도 가을 imagefile 청허당 2020-11-16 13509
248 12기 CB imagefile 청허당 2020-11-02 11240
247 12기 덜된 착시 imagefile 청허당 2020-10-19 6205
246 12기 해우(海隅) imagefile 청허당 2020-10-04 7477
245 12기 불갑산 동녘 imagefile 청허당 2020-09-21 6331
244 12기 답답하면 imagefile 청허당 2020-09-07 6522
243 12기 시치미 imagefile 청허당 2020-09-01 8392
242 12기 수심 imagefile 청허당 2020-08-17 6496
241 12기 뒷모습-꽃길 imagefile 청허당 2020-08-03 11031
240 12기 신풍조 imagefile 청허당 2020-07-27 7871
239 12기 안개꽃 imagefile 청허당 2020-07-13 7292
238 12기 실향 imagefile 청허당 2020-06-22 7047
237 12기 기시감 imagefile 청허당 2020-06-08 8301
236 12기 바느실 imagefile 청허당 2020-05-25 8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