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아침 강정마을 앞바다는 해무로 가득했다.
희미한 강정마을의 미래처럼, 해무가 그렇게 음울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바당으로 나갔던 배들이 줄지어 포구로 돌아오는 아침
본능 혹은 동물적인 육감으로 포구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표식을 삼아 들어오는 것들이 있을 터이다.
해무에 갇힌 강정마을, 그들은 지금 제국주의라는 큰 폭압에 갇혀있다.
독립국가의 한 마을이 아니라 식민지에서 신음하는 한 마을과 다르지 않다.
대대로 바당을 어멍삼아 살아온 그들의 삶의 터전을 돈 몇 푼 던져주고 다 되었다고 하는 이들과 박수치는 이들
고작 코쟁이들 밑딱아주고 배설하게 해줄 술집이나 혹은 홍등가를 열면
돈이나 좀 벌것이라고 단꿈꾸는 넋빠진 것들
얼싸쿠나, 강경진압 잘 한다하고, 얼싸쿠나 육지의 경찰지원 잘한다 한다.
아직은 이어지는 일상
그 일상이 언제 깨어질지 아무도 몰라
아니
이미 그 일상 멀찌감치 깨어진 이들도 많다.
하늘도 바다도 구름도 슬퍼서 일어나고 싶지 않단다.
그냥 이렇게 잠들어 버리면 안 되겠냐고 한다.
강탈당한 우리 땅
해군이 불법으로 점령한 군사지역
징집영장 한 장으로 젊은 청춘들을 무상으로 군대에 데려가는 나라가
젊은 청춘들 반값 등록금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강탈당한 우리 젊은들과 우리 땅과 역사와....
그렇게 끊어져 버린 것 같다.
이어져 있어야 하는데, 끊어져 버린 것 같다.
철조망으로 가로막히고, 분단되어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땅이
또 여기 평화의 섬 제주 강정마을에 생기는구나.
이제,
이 땅도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남의 나라 땅이 되겠구나.
구럼비 바위,
어디에도 없는 그 바위는 이제 볼 수 없겠구나.
구럼비바위 틈에서 피어나는 풀꽃들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할지 몰라.
2011년 66주년 광복절 혹은 이틀 뒤 사흘 뒤
적도 아닌 우리 경찰이 그곳을 강제로 접수하려고 한단다.
그 땅을 지키려는 마을 사람들과 활동가들을 모두 내몰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