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웹진 <사진마을>이 주관하고 한겨레교육이 함께한 한겨레포토워크숍 제25기 ‘경부선편’이 지난 20~21일에 열렸다. 충남 아산, 대구를 거쳐 부산에서 열린 이번 워크숍은 특히 부산관광공사에서 파견한 해설사가 40계단, 보수동 책방거리, 국제시장 등 포인트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유래에 대해 해박하고 재미있는 해설을 곁들여준 덕분에 더욱 풍성한 워크숍이 될 수 있었다. 이번 워크숍은 눈빛출판사와 온라인 인화업체 찍스가 후원했다.

현장에 동행했던 박태희 사진가와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가 사진을 심사해 김은영씨의 ‘틈새’를 우수작으로 뽑았다. 박태희 사진가가 심사평을 보내왔다.
우수상 상품은 한겨레에서 제공하는 <매그넘 코리아> 사진집과, 안목출판사에서 제공하는 <바다로 떠나는 상자 속에서>, <필립 퍼키스와의 대화>, 안목 노트 5권, 엽서 2세트, 안목 6월 신간이며 후보에 오른 2명에게도 <사진과 책>, <필립 퍼키스와의 대화>, 노트 2권, 엽서 세트를 각각 상품으로 시상한다.
 
심사평/박태희 사진가 안목출판사 대표 

응모작들은 충남 천안, 아산의 지중해마을, 대구의 김광석거리, 부산 보수동, 광복동, 해운대, 영도, 관광단지부터 인적 없는 골목 구석구석까지 뙤약볕 아래 30킬로미터의 거리를 걸으며 카메라의 세상과 자신의 접점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심사는 우선 사진만을 보고 선정을 했고 사진가의 제목과 노트는 선정 뒤에 보았다. 고심 끝에 세 분의 작업을 우수작 후보로 골라 그 가운데 김은영씨의 ‘틈새’를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세 분 모두 사진이 말하는 이야기와 작가 노트의 내용이 서로 강고하게 맞물려 있음을 확인하고 생산자로서의 역량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세계를 연료로 할 수밖에 없는 사진 매체의 특성은 창의적인 표현이란 측면에서 보면 강점이 아니라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 세 분의 작업은 정확히 실제의 세계를 관찰하면서 각자의 가슴속에 깃든 사유와 비전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데 망설임이 없어 보인다.
 우선 후보로 고른 이동준씨의 ‘인생을 생각하다’와 김유리씨의 ‘부산, 늙은 산티아고는 없다’ 두 작업은  모두 저물어가는 인생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누구나 맞게 되는 노년의 시간을 서정적인 서사로 풀어내고 있다. 인생에 대한 길고 긴 이야기들보다 몇 장의 사진만으로 솔직하게, 그리고 정면으로 인생이란 피사체를 카메라에 담았고 도달할 나이의 운명에 대한 충실한 묘사는 마치 내 미래의 자화상을 보는 듯 일체감을 느끼게 했다.
 우수작으로 선정한 김은영씨의 ‘틈새’는 틈새라는 공간을 통해 이 세상의 균열을 응시한다. 틈새들은 작가노트의 글처럼 ‘도시의 욕망’부터 ‘쇠락한 항구마을’까지 우리가 사는 공간 어디에나 아물지 못한 상처처럼 벌어져 있다. 그런데 그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상징하는 폭력적이거나 구덩이 같은 틈새에서 무지개가 펼쳐지고, 새가 날아가고, 햇살이 잎사귀를 비추는 것처럼 마법 같은 순간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사진을 보는 경험을 이토록 매혹적인 행위로 만들어낸 이 사진가는 또한 열린 사진의 구조를 통해 사진의 세계를 상상의 공간으로 확대시킨다. 거대한 철문을 닫는 노동자의 흰 장갑이 내부의 어둠을 더욱 부각해 미궁에 갇힌 세계를 강렬하게 부각하는데, 그때부터 눈앞에 펼쳐지는 상상의 사진은 그 안에 묶여 있는 끔찍한 괴물의 모습이든, 메마르고 텅 빈 우물 바닥의 사진이든 우리, 즉 사진을 감상하는 자들의 몫이다. 솔직히 ‘틈새’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쉽사리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사진가는 무엇보다 ‘지금’을 기록하는 찰나의 순간 속에서 삶의 본질을 포착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반쯤 열린 철문의 틈새로 새어나온 햇살이 가냘프게 인각된 그림자에서 그 특정한 각도와 시간이 직조해 낸 형상을 보고 있으면 시시각각 소멸하는 우리 삶이 얼마나 애틋한지, 그래서 얼마나 아름다운지 여길 보라고 잔잔하게 말을 건네는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런 사진을 볼 때마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이었을까, 질문한다. 의미 없는 질문이다. ‘그’ 사진가가 ‘그’ 자리에 있었고 ‘그’것을 보았던 것이다. 사진은 그게 전부다.
 

 

틈새/김은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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