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천 정지용 생가에서....
625때 납북되었다는 혹은 월북했다는...
북, 자와 관계 있다고 해서
이름을 정X용 또는 정O용이라고 쓰게 하고
그의 글은 읽지도 말하지도 못하게 했던
답답한 나라의 답답한 사람들....
일본 식민지 시대에
일본놈들 검열이 무서워
자연 풍경시만 썼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자괴감도 자의식도 깡그리 무시하는
갑갑한 나라의 갑갑한 사람들....
그래도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 하계리 그의 생가엔
시멘트로 물길 만들었지만 실개천 물 여전히 맑게 졸졸졸 흐르고
옛날 식으로 복원된 (현대식) 초가집이지만
그가 살던 옛 풍경을 어렴풋이나마 떠오르게 해줍디다...
나라를 빼앗기고 나라를 빼앗은 나라로 유학을 가고
해방이 되었지만 좌우 남북 제정신이 아니게 싸우는 나라에서
아름다운 풍경시를 쓰는 것은
그가 어린 딸을 잃고 쓴 시에서처럼
어둔 밤중에 홀로 유리를 닦는
외로운 황홀한 마음이리라...
아무 빛도 보이지 않는
그저 어둠밖에 없는 세상이라도
유리창을 닦으면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지만
높고 푸른 하늘을 그리는 마음으로....
그저 참하 꿈에도 잊힐 리 없는 고향을 그리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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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Ⅰ> - 정지용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山)새처럼 날아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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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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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생가의 모습들 보면서,
잠시 마음 속의 고향 풍경 그려보시길.....
201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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