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안 덕태산에서
봄이 점령군처럼 온다면
패잔병처럼 떠나가는 가을....
밝은 분홍으로 세상을 들썩거리게 하는 봄
갈색으로 짙어지며 고요하게 가라앉는 가을....
진안군 백운면 덕태산 가는 길
백운동 계곡으로 들어서면
여름철 넘실대며 힘차게 쏟아지던
점진폭포도 조심스레 흘러내리는 듯....
소나무는 바위 틈에서 바람 맞으며 튀틀린 채 힘차고
산등성이 억새도 슬피 울 준비를 하는 듯 고개 숙이고....
울창한 산죽나무 숲길은
길인듯 싶어 가면 길이 아니고
길이 아닌듯 싶어 물러서면 다시 길이고....
가을은 길인듯 아닌듯 그저 걸어보고
파란 하늘 흐르는 구름 한번 바라보고
바람따라 흔들리는 억새처럼
빈 몸 빈 맘으로 흔들리는 계절....
덕태산 봉우리에 올라서니
능선엔 억새와 산죽 펼쳐지고
꾀벗은 나무들 의연하게 늘어서고
하늘엔 흰구름 초연하게 떠있고
산 아래엔 골짜기 여기저기
외롭고 쓸쓸하고
소박하고 넉넉하게
작은 마을들 낮게 웅크리고 있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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