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능이 앞서고 깊은 눈이 따라간 순간들

사진이란 결국 작가의 생각을 나타내는 작업이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기에 앞서 본능적으로 카메라는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게 된다. 생각을 하지 않아도 카메라의 셔터가 눌려지는 것은 이미 사진가의 생각이 본능적으로 카메라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전달된 사진들이 모두다 완성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본능에 충실하되 그 이전에 무수히 많은 훈련이 뒤따라야 한다. 아무리 사물을 보는 좋은 눈을 가졌다고 해도 모든 사진이 좋지 못한 것은 사진에 대한 완성도가 떨어지지 때문이다.

이번 6월8~9일 열린 순천-보성-담양 12기 한겨레포토워크숍에서 보여지는 사진들은 대체로 테마라는 틀에 맞추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보인다. 그렇다 보니 10장을 제출해야 하는데 그중에 몇 장은 억지로 끼워 맞춰진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라 여겨진다.
사진을 테마로 작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막상 테마로 상황을 맟추다 보면 평소에 보이는 것보다 사물이 잘 보이지 않기도 한다. 테마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평소보다 더 시야가 좁아지게 된다.
이번에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희양 씨의 사진들이 보여주는 미덕은 편안함이다. 그건 아마도 작가의 성격과 닮아서일지도 모른다. 낯선 곳에서, 낯선 집에서도 편하게 그 안을 들여다보는 사진들은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왔던 연륜이 묻어난다. 그리고 완성도 높은 구도와 노출은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나도 그와 같은 길을 걷는 듯 편안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깊이와 그에 걸맞는 탄탄한 기본기가 사진을 더욱 빛나게 했다. 수상을 축하 드리며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을 기대한다.
신미식/사진작가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