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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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한 대로 참가자 10명의 사진에 대해 모두 리뷰를 한다. 권해진의 <뚝섬은 경마장이었다>는 공간의 변모에 대한 이야길 하고 있다. 한 때 이곳은 경마장이었는데 지금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공간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눈에 보이게 해줘야 한다. 경마장이었던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 터이니 상상하게 해줘야 한다. 남겨두는 것이 기록이다. 문진우작가의 작업 중에 <하야리아>가 있다. 부산에 있던 미군 하야리아부대를 찍은 기록이다. 그 사진을 보다가 한계를 느낀 적이 있다. 문씨는 미군이 모두 철수하고 난 다음 폐쇄된 부대를 찍었다. 그나마 이곳이 미군부대였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막사를 비롯한 몇 개의 건물밖에 없다. 이곳이 미군부대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이 사진이 기록일 수 있을까? 미군이 주둔하고 있던 당시에는 군사보호지역이었으니 부대 내부를 찍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사람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고 막사 몇밖에 없는 하야리아 부대도 기록이다? 완전히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너무 제한적이다. 이런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지금 권해진이 찍으려고 했던 <뚝섬은 경마장이었다>에서 남아있는 것은 군마상외에 아무것도 없다. 분명히 이 자리는 말이 달리고 관객이 환호하던 곳이었으나 그것을 입증할 수단이 없다. 최소한의 흔적이나마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군마상으로 시작했고 마지막 사진에서 느린 셔터로 시간의 간극을 채워보려고 했던 두 시도 외에 기록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사진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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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진의 <한여름 서울숲의 여유로움>은 서울숲에서 본 여유로운 풍경과 아름다운 꽃으로 엮어낸 사진들이다. “사진에서 시간과 공간을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아주 원론적인 일반론을 먼저 말씀드린다. 뒤집어 말하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포함하라는 소리다. 여유로움을 표현하려는 공간을 보여주는 전반부의 5장에서 시간도 같이 보이는 것은 뭐가 있을까? 사진 3과 사진 5처럼 작으나마 사람이 있으면 시간이 보인다. 1, 2, 4번엔 그럼 시간성이 아예 없는가? 나무의 초록색에서 시간을 볼 수도 있으나 친절하지 못하다. 그리하여 여유로움을 보여주려는 전반 5장에서 여유가 잘 보이지 않는다. 꽃과 공간을 결합하는 시도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유가 없다. 이유라는 것은 해바라기나 맨드라미가 등장하는 이유를 말한다. 사진을 10장 혹은 20장 결합하는 것은 맥락이란 것을 필수적으로 수반하여야 한다. 그냥 하나씩 툭 던지는 것은 결합이 아니다. 기초를 닦고 벽돌을 한 장 놓고 모르타르를 한 겹 바르고 또 벽돌을 한 장 얹어야 벽이 되고 담이 된다. 그냥 돌을 툭툭 던지면 절대로 뭔가 쌓이지 않는다. 건물이 될 수가 없다.
 

 

 양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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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임씨의 <서울숲>은 개별 사진마다 제목을 붙였고 10장을 나열했다. 이것은 서울숲에서 발견한 단상을 다음과 같이 “둥근세상, 둘이서, 열정, 쉼, 사랑의 다리, 우리는 친구, 궁금증, 더위사냥, 오수, 산책”로 호명한 것이다. 둥근 세상이라 하여 원통형 구조물을 찾았고 둘이서라 하여 커플을, 열정이라 하여 사진을 찍은 사람을…. 각각 찍은 것이다. 이런 생각들의 연결을 포토에세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것은 건물을 짓는 것과는 다른 방법이라 10장을 다 보고 나면 어떤 추상적인 느낌이 전체적으로 형성되면 성공적이다. 한 장씩 단아하여 기본기가 충실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거의 10장 모두가 구성의 면에서 뛰어나다. 그런데 문제는 직접적인 것과 간접적인 것의 구분을 하지 못함에 있다.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해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포트폴리오 작업을 해보지 않은 많은 고수가 이런 증상을 보인다. 한 장은 훌륭하다. 연결할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둥근 세상은 동그라미가 있는데 열정은 그럼 뭐로 표현해야 하는가? 걸어가는 것은 산책이고 낮잠을 오수인데 궁금증은 뭐로 표현해야 하나? 이런 것에 대한 공부가 바로 테마를 배우는 것이고 포트폴리오를 엮는 것이다.
 

이홍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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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권씨의 공존은 또 한 가지 공부가 되는 사례다. 전체 10장을 아우르는 제목만 던져놓고 개별 사진은 따로 이름이 없다. <공존>이 이 사진들의 테마이니 각 사진들에서 어떤 공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이어지면 된다. 다양하고 재미있고 이야기가 담기게. 또박또박 사진을 잘 찍는 분이니 눈에 거슬리는 것이 없다. 다만 그날 날씨가 워낙 더워서 그랬는지 후반부 서너 장에서 힘이 떨어졌다.


 

배영 

j01.jpg » 프랙털 j02.jpg » 구경 j03.jpg » 피사체 j04.jpg » 거울상 j05.jpg » 휴식 j06.jpg » 휴식2 j07.jpg » 풀프레임 j08.jpg » 상호 보완 j09.jpg » 교차로 j10.jpg » 배달

 배영씨의 <반복, 대칭, 대조>는 치밀한 작업이라는 느낌이 확 와닿았다. 전체의 제목을 <반복, 대칭, 대조>라고 했고 개별 사진의 제목을 또 달았다. 프랙털, 구경, 피사체, 거울상…. 이런 식이다. 그러니까 프랙털이란 1번 사진은 반복과 대조를 이용해서 찍었고 피사체는 대조와 대칭을 이용해서 풀었다. 매 사진의 제목은 그 사진의 내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사진을 찍은 방식의 작은 제목에 해당한다. 그리고 전체 테마인 <반복, 대칭, 대조>는 기법을 의미한다. 사진이 아닌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반복이나 대칭을 통한 표현, 표현 자체가 테마일 수도 있는데 특히 실물을 손대지 않고 재현하는 장르인 사진에선 저러한 기법 자체가 속성이니 정통적인 테마가 될 수 있다.
 
 사진마을에서 내가 쓴 글을 읽다 보면 반복해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 사진 잘 찍는 것 그렇게 어렵지 않다. 기껏 몇 가지만 익숙하게 할 줄 알면 된다.
 
  배영씨의 사진들은 깊이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1번 프랙털은 자기 유사성을 갖는 기하학적 구조를 뜻한다. 나뭇잎의 잎맥, 하늘에서 본 강줄기의 모양 같은 것은 큰 줄기에서 시작해 말단으로 가면서 반복적인 형태가 생긴다. 사진에서 나뭇잎 모양으로 만든 인공적인 구조물이 있는데 그 틈으로 풀이 튀어나왔다. 단순화된 인공구조물의 잎맥 모양과 유사한 풀이 대비를 보이면서 자기유사성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사진이 말하는 바가 무엇일까? 왜 찍었을까?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결합에서 프랙털을 찾아냈다는 것만 기억해도 되겠다. 자연 속에서 인공적인 것이, 인공적인 것에서 자연적인 것을 찾아냈다고 보자. 2번 사진 구경에서는 왼쪽에 서있는 나무의 줄기와 가지가 만든 형태와 저 뒤에 서있는 사람들의 형태에서 유사성을 찾았다. 이런 흐름이 몇 장 더 이어진다. 4번 거울상과 6번 휴식에서도 각각 유사한 형태의 반복 혹은 비교가 들어있다. 7번 풀프레임과 9번 교차로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데 여기 언급하지 않은 나머지 사진들에서 끊어지거나 희미하다. 이것이 배영씨 사진의 단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 2시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이런 의도를 실현해낸 것은 대단한 눈썰미와 사전 기획의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뭘 찍을까라고 두리번거려서는 이렇게 할 수 없다. 뭘 찾겠다고 준비하고 나서서 찍은 사진일 수밖에 없다.
 

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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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호씨의 <무더운 날 서울숲의 소경>은 충격적인 형태의 진화로 귀결되었다. 무더운 날, 무더위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기하학적인 선의 패턴을 찾는데 주력하여 이런 사진들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 말이 달리는 동상이 있고 바로 다음 2번 사진에선 물줄기 속에서 한 줄로 서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의 질주와 비슷하다. 바로 통했다. 분수대 바닥과 큰 대(大)자의 패턴, 가로수, 알루미늄 구조물, 미끄럼틀까지 연상이 이어진다. 역시 끈기있는 작업이다. 어떻게 보면 무더운 날의 소경을 이렇게 신속하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예사롭지 않은 실력이다. 그러나 작업방식의 일관성유지라는 측면에서 나는 아쉬움을 느꼈다. 흑백과 컬러를 섞어두는 것에 대해서 원칙을 읽어낼 수가 없었다. 사람의 존재 유무에 대해서도 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이 또한 어떤 원칙이 결여된 상태이다. 다행히도 보완할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기 때문에 다음엔 더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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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숙씨의 <한여름 서울숲의 오후>는 끊임없이 볼거리를 찾아내려는 노력이 돋보인 작업이다. 여름에만, 여름이니까 발견할 수 있는 해바라기씨앗, 수박, 잠자리채, 텐트, 그리고 초록색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또한 여름이니까 의미가 발생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고찰했다. 거미, 널어놓은 수건, 놀이터, 미끄럼, 호스 등을 찍으려고 애를 썼다. 여름을 사진으로 찍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여름을 떠올리는 기호들을 수집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고 첫 단계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기본이라면 그 다음이 중요하다. 그렇게 모은 기호들에서 본인의 취향이나 의도에 맞는 것들을 구분하여 나열하여야 한다. 이인숙씨의 사진에서 결실의 여름을 보여주는 것들이 몇 있고 또 휴식의 여름을 보여주는 것도 있다. 한 가지로 가도 좋고 두 가지로 가도 된다. 이 과정을 넘어가면 다음은 리듬이나 스타일, 특색 같은 것을 안배하는 단계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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